[만물상] 마스크 벗는 심정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27일 오후 대구 달서구 계명문화대 본관 앞 분수광장에서 공연음악학부 재학생들이 행복문화인 프로젝트 '버스킹-봄을 노래하다' 야외공연으로 뮤지컬 위키드(WICKED)를 선보이고 있다.
계명문화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학생들을 위로하고 일상 회복을 준비하는 캠퍼스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공연과 행사를 마련한다. 2022.4.27/뉴스1
1년쯤 됐다. 출근길에 회사 건물 앞까지 와서야 마스크를 쓰지 않은 걸 깨달았다. 집에서 회사까지는 지하철 두 노선을 45분 타야 한다. 그 긴 시간 마스크가 없었다. 원래 정신을 여기저기 두고 다니는 편이지만, 낭패감에 입맛이 씁쓸했다. 놀라웠던 건 지하철 승객 중 뭐라고 말을 건넨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다. 상대방 불편하지 말라는 배려였을 것이다. 그 뒤 한동안 현관 문에 ‘마스크’라고 쓴 메모를 붙여놨다.
▶미세 먼지로 마스크를 쓸 때는 바깥 오염물질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코로나는 좀 다르다. 남의 바이러스를 막는다는 뜻도 있지만, 내가 갖고 있을지 모르는 바이러스가 남을 해치지 못하게 한다는 생각도 강하다. 코로나는 무증상 단계의 전파가 44%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자기가 감염된 걸 모르면서 바이러스를 뿌리고 다닐 수 있다. 그래서 마스크엔 ‘사회적 책임’의 의미가 강하다.
▶손흥민의 영국 프리미어리그 방영 때 보면 축구장 영국인들은 마스크도 안 쓰고 있는 힘껏 고함을 질러댄다. 무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바탕엔 제국주의 시절의 우월 심리도 있다고 한다. 유럽은 사스, 에볼라, 신종플루 같은 바이러스에 당해본 일이 없다. 그런 병은 제3세계에서나 있는 전염병으로 생각해왔다는 것이다. 그랬던 유럽이 코로나에 혼쭐이 났다. 영국 총리는 산소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에 들어갔었다. 한편으론 코로나 걸리든 말든 마스크 없이 스트레스를 몽땅 날려버리는 영국인들이 부럽기도 하다.
▶오늘부터 야외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지하철 안에선 꼭 써야 한다). 염려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야외 마스크 해제가 코로나 종식처럼 받아들여질 경우 문제라는 것이다. 전파력이 오미크론보다 더 막강하고 면역 회피 능력을 갖췄으면서 중증을 더 유발할 수 있는 변이가 나올 수도 있다. 더구나 백신 또는 감염으로 얻는 면역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약해진다. 이웃 중국에선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점도 불안을 더해준다.
▶작년, 백화점 엘리베이터에서 두 살 아이 손을 잡고 탄 젊은 엄마와 짧은 대화를 했다.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집 밖에 나올 때는 꼭 마스크를 썼기 때문에 ‘마스크 없는 바깥 세상’을 상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짠했다. 이제 세 살이 됐을 그 아이가 마스크 없이 집 밖으로 나오는 장면을 한번 떠올려 본다. 더구나 봄 아닌가. 온 세상 꽃 천지인데 그 아이 마음도 울긋불긋 환하게 피어날 것 같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sh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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