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도 투자했다”…요즘 한국 대기업이 꽂힌 ‘이것’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22년 5월 10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합니다. 차기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손 보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가 바로 탈원전 중심의 탄소중립 정책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줄이는 탈원전 정책을 펴겠다고 공약했습니다. 19대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월성 1호기 폐쇄 등 탈원전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와 정반대의 원전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우리나라를 원전 최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게 윤 당선인의 공약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중심 탄소중립 정책은 실현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고, 탈원전의 현실성도 낮기 때문에 오히려 탄소중립을 위해 원자력 발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넣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유럽연합(EU)이 발표한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의 한국판으로,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의 범위를 정한 것을 말합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에너지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빌 게이츠. /빌 게이츠 유튜브 캡처
빌 게이츠도 2006년부터 투자
탈원전 정책 때문에 원자력 발전 사업을 ‘한물 간’ 분야로 보는 사람도 많은데요, 2000년대 세계 최대 부호였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2008년 은퇴하기 전 주목한 시장이 바로 원자력 발전 사업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기존 원자로의 단점을 개선한 차세대 원전 시장이죠.
빌 게이츠는 2006년 사재 3500만달러를 출자해 소형 모듈 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 기업 테라파워를 설립했습니다. SMR은 발전 용량 300메가와트 이하인 소형 원자력발전소로,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형 원전보다 건설 기간이 짧아 비용이 적게 들고, 모든 설비가 원자로 안에 들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기존 대형 원전의 발전 용량은 1000~1400메가와트 수준입니다. 원자로뿐 아니라 증기 발생기, 가압기 등이 분리되어 있어 한 시설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죠. 하지만 SMR은 모든 장비가 원자로 안에 들어간 일체형 구조입니다. 수조 안에서 원전이 작동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해도 주변의 물로 바로 열을 식힐 수 있어 안전하죠. 원자로 크기가 작아 공장에서 제조와 조립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빌 게이츠는 환경과 지속가능한 미래에 관심이 많은 기업가입니다. 테라파워를 설립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죠. 테라파워는 2024년까지 미 서부 와이오밍주의 폐쇄된 석탄발전소 부지에 345메가와트급 용량의 SMR을 건립하는 것을 목표로 원자로 개발에 한창입니다. 345메가와트급 SMR은 25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SMR의 가동 효율은 기존 원전의 4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건설비는 약 40억달러인데, 앞으로 10억달러까지 낮추는 게 목표입니다. 테라파워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일본 히타치의 합작사 GE히타치핵에너지와 손잡고 원자로 설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SBS Biz 유튜브 캡처
SK, 테라파워 지분 10% 인수
최근 SK그룹이 테라파워의 지분 10%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SK그룹은 그간 전기차 배터리, 수소 등 청정 에너지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는데요, 차세대 원전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모양새입니다. 아직 공식 발표를 하기 전이지만, 투자 규모는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테라파워 이사회에 합류해 두 회사간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도 합니다. 현재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은 빌 게이츠가 맡고 있습니다. 부의장은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네이선 미어볼드 인텔렉추얼벤처스 공동창업자입니다.
SK는 그룹 지주사인 SK(주)가 투자하고, 최태원 회장의 아들 최인근씨가 근무 중인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 SK E&S와 에너지 전문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테라파워와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입니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빌 게이츠와 손을 잡으면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차세대 원전 사업의 참여자가 됐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옵니다. 인류와 에너지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에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경북 경주에 들어서는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SMR을 연구할 예정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유튜브 캡처
3년 전 차세대 원전 주목한 두산
사실 우리나라에서 차세대 원전 사업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건 SK가 아닙니다.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는 지난 2019년 SMR 기업인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2021년까지 뉴스케일파워에 총 1억400만달러(약 1290억원)에 이르는 지분 투자를 했죠. 뉴스케일파워는 2021년 말 기준 SMR 시제품 제작에 들어간 유일한 회사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캐나다의 BWXT와 함께 뉴스케일파워의 소형 모듈 원자로 운영관리와 판매, 원전 주기기 제조 등을 함께 맡는다고 합니다.
삼성중공업은 차세대 해상 원자력 발전 설비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2022년 4월 7일 융용염 원자로(MSR·Molten Salt Reactor) 개발사인 덴마크 시보그(Seaborg)와 소형 융용염 원자로를 활용한 부유식 원자력 발전 설비 제품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융용염은 고온에서 녹아 액체가 된 염류를 의미하는데요, MSR은 융용염을 핵연료와 냉각수로 동시에 활용합니다.
융용염 원자로는 SMR처럼 대형 원자로보다 크기가 작아 해상에서도 활용할 수 있고, 원자로에 이상이 생기면 연료와 냉각재 역할을 하는 액체 융용염이 굳게 설계되어 안전성도 뛰어납니다. 삼성중공업은 자사 해양플랜트 제작 기술을 활용해 시보그사와 협력한다는 입장입니다. 회사 측은 2021년 6월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과 해양 MSR 개발 및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MSR을 선박 추진연료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는 “2022년 안에 최대 800메가와트급 부유식 원자로 발전 설비 모델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혁신적인 제품을 통해 시장을 선점해 미래 사업 기회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이 주목하는 차세대 원전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활약상이 기대됩니다.
송영조 기자 youngjo@job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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