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혁신,민주발목잡기,

사라지는 ‘정권 해결사’ 민정실… “靑이 검찰 장악 않겠다는 선언”

레이찰스 2022. 4. 12. 09:32

사라지는 ‘정권 해결사’ 민정실… “靑이 검찰 장악 않겠다는 선언”

윤주헌 기자주형식 기자
 
 

감찰·사정담당 민정실, 尹은 왜 폐지하려 하나
사정기관 통제해 靑영향력 유지
각종 비리때마다 정권보위 역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4일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司正),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일명 ‘사직통팀’은 있을 수 없다”고도 했다. 역대 정권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배후에서 뒷받침하는 핵심 조직이었고, ‘사정 기관 통제’ 및 ‘정보 수집’ 기능은 정부 부처 장악력을 높이고 정치권에서 대통령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활용됐다. “사실상 ‘정권 보위’와 ‘정권 해결사’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尹집무실에 모인 인수위 멤버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인수위 티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 안철수 인수위원장, 윤 당선인,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국회사진기자단

그동안 정권은 바뀌더라도 민정수석실 내 기능 배분과 조직 구조에 큰 변화는 없었다. 문재인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은 민정수석과 민정비서관실, 반부패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실, 법무비서관실로 구성됐다.

민정비서관실은 국정 관련 여론 수렴 및 민심 파악,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의 역할을 한다. 반부패비서관실은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사정 기관을 총괄하고 공직 감찰을 담당한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청와대 내부 직원에 대한 직무 감찰과 사정 업무, 인사 검증을 맡는다. 법무비서관실은 대통령 법률 자문 및 주요 국정 현안과 소송에 대한 법률 검토 등이 주 업무다.

이런 민정수석실 역할 중에서도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 ‘통제’는 핵심 기능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민정수석은 주요 사건 수사와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생각과 청와대 기류를 검찰총장에게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어느 정권이든 출범 초기에는 이 기능이 활성화됐다가 후반부 들어 ‘정권 비위’가 불거지면 약해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조국 일가 수사’ ‘월성 원전 수사’ 등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버티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 상황을 직접 경험한 윤 당선인은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강수를 뒀다. 윤 당선인 측은 이날 윤 당선인 발언이 “민정수석실을 통해 검찰권을 장악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했다.

이날 윤 당선인은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했는데 ‘사직동팀’은 과거 청와대 특명에 따라 고위 공직자와 대통령 친·인척 관리 및 첩보 수집 기능을 담당했던 조직이다. 공식 명칭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로, 지난 2000년 ‘옷 로비 사건’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 지시로 해체됐다. 하지만 그 기능은 민정수석실 산하 각 비서관실로 분산돼 유지됐다. 윤 당선인은 민정수석실의 ‘정보 수집 기능’에 대해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캐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공직자 관련 비위 정보를 수집하는 업무는 검경 등 수사기관이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윤 당선인이 ‘청산 대상’으로 거론한 분야는 폐지되겠지만, 민정수석실의 나머지 필요 기능은 다른 조직으로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 담당하는 인사 검증과 관련,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인사수석실 등에 인사검증팀을 별도로 두는 방안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문재인 청와대는 인사 추천은 인사수석실이, 검증은 민정수석실이 해왔다. 또 일각에서는 “청와대 수석제도 자체가 폐지되고 위원회 체제로 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인사혁신처가 인사 검증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 기강 관리 업무는 별도 기구에 맡기는 방안을 윤 당선인이 구상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실 직원이나 정부 부처 공무원에 대한 공직 기강 업무를 어디에 맡길지는 대통령실 개혁 TF나 인수위 정무사법행정 분과에서 깊이 있게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친인척 관리 업무는 문재인 정부 내내 공석(空席)으로 있던 특별감찰관 자리를 채워 일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특별감찰관실은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수석비서관급 이상 청와대 공무원을 감찰하는 독립 기구다. 2014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대표 발의로 특별감찰관법이 통과돼 박근혜 정부 때부터 시행됐지만, 현 정부는 공수처와 기능이 겹친다는 이유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민심 파악 업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심을 살피고 국민과 소통한다는 민정(民情)의 원뜻에 맞는 역할을 대통령 본인과 대통령 비서실 소통 관련 부서에서 맡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주헌 기자 calling@chosun.com주형식 기자 see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