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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강한 한국 땅, 물맛도 최고"...맨발로 느껴보는 '보약'

레이찰스 2022. 4. 10. 08:03

영국인 "강한 한국 땅, 물맛도 최고"...맨발로 느껴보는 '보약'

중앙일보

영국인 마이클 브린은 1999년 『한국인을 말한다』라는 책에서 “한국의 산야(山野)는 음양(陰陽)이 강하게 충돌하기 때문에 강할 수밖에 없다. 강한 기(氣)는 강한 종자를 생산한다. 같은 맥락으로, 한·중·일 삼국 중 한국의 진달래가 가장 예쁘고, 인삼의 질도 월등하다. 물맛도 최고이고, 음식도 정말 맛있다. 또 세계에서 한국의 꿩처럼 아름다운 꿩이 없고 한국의 한우처럼 맛있는 고기는 없다”고 했다.

김해 분성산 황톳길. 맨발걷기 시민운동본부 제공

그렇다. 우리나라에는 산과 들이 곳곳에 즐비하다. 서울은 물론 지방 어느 도시에 가든 크고 작은 산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산에 오를 수 있다. 국토의 70~80%가 경작이 불가능한 임야라 과거에는 농경지 부족으로 아쉬워했다. 하지만 누구든 숲길을 걸으며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은 그 어느 나라보다 좋다.

실제 유럽이나 미국, 동남아 등 그 어느 나라 도시에도 우리나라처럼 아기자기하고 넉넉한 산과 구릉들이 일상의 삶과 어우러진 곳이 없다. 어디든 한약 내 나는 폭신한 숲길이 있고, 촉촉하고 포근한 황토가 켜켜이 쌓여 있다. 소나무·잣나무·상수리나무·참나무가 뿜어내는 그윽한 향기와 깊은 지기(地氣)로 우리의 산과 들은 항상 어머니 품과 같이 넉넉하다. 세계 최고 품질의 인삼이 키워지고, 세계 최고의 한우가 길러지고, 세계 최고의 배와 사과, 무 등이 산출되는 이 땅이다. 말 그대로 금수강산이다.

그 땅의 기운을 오롯이 다 즐기려면 땅을 맨발로 밟아야 한다. 마치 농부가 맨발로 텃밭을 가꾸듯 잠깐이라도 묵직한 등산화나 운동화를 벗어버리고 이 땅의 그윽하고 영험한 지기를 맨발로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일상에서 평생을 달고 사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나서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따로 황톳길을 조성하여 누구나 맨발로 걸어볼 수 있도록 곳곳에서 맨발 체험장을 마련해 왔다.

지난 2006년 대전의 계족산이 그 시초다. 필자가 지난 2006년에 펴낸 『맨발로 걷는 즐거움』을 읽은 대전의 기업인 조웅래 회장이 사재를 털어 만든 우리나라 최초, 최대의 황톳길이다. 14.5㎞에 달하는 임도에 2만여톤의 붉은 황토를 포설하여 계족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맨발로 황톳길을 밟는 그 기쁨과 희열을 체험하도록 했다. 황톳길을 만든 지 15년이 지난 지금은 대전의 명소로 우뚝 섰다. 그 이후에도 조 회장은 아산 신정호, 용곡공원, 대덕연구단지와 몇몇 아파트 단지 등에 맨발 황톳길을 조성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양재천 황톳길. 맨발걷기 시민운동본부 제공

2016년에 필자가 서울 강남의 대모산에 ‘무료 숲길 맨발걷기로의 초대 프로그램’인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을 개설하여 본격적인 맨발걷기 교육에 나선 이후에는 전국의 지자체들이 중심이 된 맨발 황톳길 조성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2017년 서울 중구 응봉근린공원에, 2018년 전남 영광군 물무산과 경남 김해 분성산에, 2019년 인천 연수구에, 2020년 서울 강남구 양재천과 강원도 횡성자연휴양림에, 2021년 대구 수목원과 경주 황성공원, 송도 달맞이공원 등에 각각 맨발 황톳길이 열렸다. 지금은 고창 선운사, 남원의 향기원 등 곳곳에서 맨발 황톳길 조성작업이 추진 중이다. 바야흐로 우리나라가 황톳길 맨발 체험장의 천국이 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겨우내 혹한 속에서도 서울의 강남구청은 우리 ‘맨발걷기 시민운동본부’의 청을 받아들여 양재천 황톳길의 일정 구간을 겨우내 열어 놓았다. 또 수시로 새로운 황토를 포설하여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매일 맨발로 황톳길을 밟으며 행복한 겨울을 나게 도와주었다. 민관협치가 빛난 현장이다.

맨발 황톳길이 왜 좋은지를 조금 더 살펴보자. 첫째, 맨발로 걸을 때 다양한 땅의 촉감을 향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황톳길은 일반 흙길보다 더 촉촉하고 탄력성이 좋아 마치 황토 보약을 먹는 느낌이다. 수분이 많을 경우 질퍽질퍽한 쾌감까지 선사한다.

둘째, 황토 속에 존재하는 카탈라아제, 디노펜 옥시다아제, 사카라아제 등 다양한 효소들이 체내 독소인 과산화질을 중화시키거나 희석하고, 황토 속의 미생물들과 작용하여 강력한 산화력, 분해력을 발산한다(농식품 백과사전). 황토방에서 잠을 자고 나면 몸이 개운해지고 가지고 있던 소소한 질병들이 치유된다는 속설과 같은 맥락이다.

고창 선운사 황톳길. 맨발걷기 시민운동본부

당연히 모두에서 인용한 마이클 브린이 이야기한 대한민국의 음양이 충돌하는 강렬한 지기가 위 모든 황톳길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특히 촉촉한 황토 진흙을 맨발로 밟을 때 ‘쏴’하고 몸속으로 올라오는 강력한 생명의 기운이 바로 그것이다.

전국의 산과 들에 봄기운이 가득한 요즈음 독자 여러분들도 가까운 황톳길을 찾아 맨발로 걸으며 황톳길 특유의 그 쫀득쫀득하고 보약 같은 황토 맛을 꼭 즐겨 보시기를 권한다.

금융인 출신의 박동창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박동창 회장. KB 부사장을 역임하고 2016년 은퇴한 뒤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을 개설하고, 저서 『맨발로 걸어라』를 출간하는 등 맨발걷기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박동창 맨발걷기 시민운동본부 회장 dcpark0223@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