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따로 있나요, 벚꽃 피면 축제인 거죠
중앙일보
올해 경주 벚꽃축제는 비대면으로 진행 중이다. 공연, 각종 체험 행사, 마라톤 대회는 쉬는 대신 벚꽃길 방문은 허용했다. 벚꽃이 만개한 6일, 거리두기 완화 때문인지 평일인데도 보문호 벚꽃길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벚꽃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봄꽃이다. 에버랜드가 3월 14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압도적(40%)으로 1위에 올랐다(2위 튤립, 3위 개나리). 전국 각지에서 벚꽃이 만개하고 벚꽃 축제가 열려야 비로소 봄을 맞은 것 같다는 뜻이다. 코로나 3년 차인 올봄에도 벚꽃 축제 대부분이 취소되거나 축소됐지만, 전국의 벚꽃 명소는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6~7일 경북 경주를 가보니 코로나로 썰렁했던 최근 2년과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떠들썩한 행사는 없어도 벚꽃길과 관광명소는 북새통이었다. 관광버스와 노점상만 안 보였을 뿐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한산한 먹거리 장터, 붐비는 황리단길
경주 흥무로 옆에서 품바 공연이 열렸지만 관람객이 많지 않았다. 사진은 한산한 공연장 모습.
2019년까지 경주시는 벚꽃 개화 시기에 맞춰 성대한 축제를 열었다. 역사유적지구, 보문관광단지에서 공연, 체험 행사, 마라톤 대회 등을 진행했다. 2019년 닷새간 64만 명이 방문해 성황을 이뤘다. 코로나 사태 이후 2년간은 축제를 쉬었다. 올해도 취소하려다 비대면 축제로 선회했다. 공식 행사는 없애고 SNS 홍보에 집중했다. 숨은 벚꽃 명소를 알리고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인증 이벤트를 열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을까.
6일 김유신 장군묘 앞 흥무로 벚꽃길은 평일인데도 차가 꽉 막혀 있었다. ‘벚꽃 관람은 드라이브 스루로 즐기세요’ 같은 현수막이 나부꼈으나 왕복 4차선 도로는 주차장이나 다름없었다. 도로에 차를 세우고 왕벚나무 아래서 인증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벚꽃길 옆 공터에는 먹거리 장터가 섰고 한편에선 각설이 품바 공연이 펼쳐졌다. 대면 행사는 일절 진행하지 않는다더니 의외였다. 경주시에 확인해보니, 주민센터에서 허락해준 거란다. 군밤·솜사탕·어묵 등을 파는 장터는 썰렁했고 공연장에는 고연령층 관객만 듬성듬성 앉아 있었다. 장터에서 꽈배기를 파는 김영훈 사장은 “원래 축제를 다니며 치맥을 파는데 메뉴 제한 때문에 꽈배기로 바꿨다”며 “오랜만에 열린 축제인데 매상은 영 별로”라고 말했다. 품바 공연단이 흥을 부추기며 소리를 높이자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었다. 한 관광객은 “조용히 벚꽃만 감상하고 싶다. 이제 저런 건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쩍 늘어난 고연령층 관광객
보문호 벚꽃길에는 가족, 소그룹 여행객이 많았다. 사진은 후드티를 맞춰 입은 여성의 모습.
벚나무가 도열한 대릉원 돌담길은 인증사진을 찍는 젊은 여행자로 북적였다. 커플이 많아 보였다. 경기도 안산에서 왔다는 권나혜(23)씨는 “집 주변은 아직 벚꽃이 안 피어 경주까지 내려왔다”며 “지난 2년간 드라이브만 즐겼는데 경주에 와서 화사한 벚꽃을 보니 활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경주에서 가장 북적이는 곳은 대릉원 옆 황리단길이었다. 코로나 시국이라고 믿기 어려운 정도였다. 황리단길 초입 ‘토종찰보리빵’ 정경옥 사장은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젊은 여행객이 몰린 덕”이라며 “보통 축제 기간 매출이 30% 느는데 지난 주말엔 예전 같은 축제가 없었는데도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보문호 벚꽃길 역시 북적였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 10명으로 늘면서 대가족, 소그룹이 많아 보였다. 교복을 입고 학창 시절을 추억하는 직장인, 친구끼리 후드티를 맞춰 입은 중년 여성이 눈에 띄었다. 소노벨 경주(구 대명리조트) 한영호 지원팀장은 “작년 벚꽃 시즌보다 투숙객이 30~40% 늘었다. 축제 진행 여부는 변수가 아니다”며 “그동안 외출을 꺼렸던 고령층이 많이 늘어난 것도 큰 변화”라고 말했다.
경주=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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