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얼굴 만지며 "오빠, 나 좀 봐"…공포의 만취 여성

택시기사 얼굴 만지며 "오빠, 나 좀 봐"…공포의 만취 여성 

중앙일보

하수영 기자 

강원도 속초에서 한 여성 승객이 만취한 채로 택시에 탑승, 운전 중인 기사에게 소리를 지르고 신체 접촉, 폭행 등을 해 경찰에 입건됐다.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는 최근 27세 남성 택시기사 A씨가 제보한 택시 내부 영상이 공개됐다. A씨가 제보한 영상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개인택시 운전을 시작한 A씨는 최근 속초에서 술에 취한 여성 승객 2명을 태웠다.

한 모텔로 데려다 달라며 택시에 탔던 이들은 갑자기 “사진을 찍고 나서 모텔로 가겠다”며 즉석 사진관으로 행선지를 바꿨다. 취객 2명 중 더 많이 취한 B씨는 조수석에 타고 동행한 C씨는 뒷좌석에 탔는데, 문제는 조수석에 탄 B씨가 지속적으로 A씨에게 추파를 던지거나 신체 접촉, 소리 지르기, 심지어는 폭행까지 했다는 점이다.

B씨는 처음에 A씨에게 “혹시 거기서 사진 한 컷만 같이 찍으시고…. 같이 찍어!”라고 말했다. C씨가 “야, 뭐해”라며 말렸지만 B씨는 “나 이 분도 괜찮다는 느낌이 들어”라고 말했다. A씨는 B씨의 말을 무시하고 “그럼 거기(사진관) 기다렸다가 모텔로 가신다고요?”라고 말했지만 B씨는 다시 “같이 찍으실래?”라고 했다.

이때 까지만 해도 A씨는 “아이, 차를 지켜야 해서요”라며 친절하게 응대했다. 또 B씨와 C씨가 약 5분간 사진관에서 머무를 동안 택시를 세우고 기다렸다. A씨는 “취객들이라 그냥 갈까 생각도 들었지만, 젊은 여성들이고, 술에 취해 있어서 안 좋은 일을 당할 까봐 엄청 고민하다가 그냥 기다렸다”고 밝혔다.

 

[한문철TV 캡처]

그런데 사진을 찍고 돌아온 뒤 모텔로 향하는 길에 B씨가 A씨 얼굴을 만지며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A씨가 운전대를 잡는 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B씨는 택시에 적혀 있는 기사 이름을 본 듯 A씨 이름을 부르며 “오빠, 나 좀 봐”라고 하기도 했다. 이 때 B씨는 마스크를 내리고 자신의 얼굴을 A씨에게 가까이 했다.

C씨의 중재로 B씨가 조수석에서 뒷자리로 자리를 옮겼지만, 난동은 더 심해졌다. B씨는 뒷좌석에 앉아 운전 중인 A씨 귀에 대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B씨는 옆에 앉은 C씨에게도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소리를 지르더니, 또 다시 A씨 머리를 때리며 “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눈을 찔리기도 했다.

참다못한 A씨는 “야, 너 경찰서 갈래?”라고 말하며 행선지인 모텔이 아닌 근처 지구대로 차를 돌렸다. B씨는 지구대에 도착해서도 몸을 가누지 못하며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고, B씨를 제압하기 위해 경찰관 3명이 나서야 했다.

A씨는 이 일로 신체적인 피해는 물론 정신적 피해까지 호소하고 있다.

A씨는 “속초의 정신과에서 폭행 사건으로 인한 급성 스트레스, 불안, 불면증, 업무 능력 저하 등이 생겼다는 소견을 내려 상급 의료기관으로의 진료 의뢰서를 주셨다”며 “그뿐만 아니라 이비인후과에서는 오른쪽 귀가 구타로 인해 통증과 이명 등이 생겨 투약과 약 2주간의 통원 치료 관찰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안과에서는 눈꺼풀 및 눈 주위의 타박상이 있으며 기타 결막염 검사와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는 “피해자 측으로부터의 진심 어린 사과가 없음은 물론, 처벌조차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A씨는 “당사자와 통화를 한 번 했지만 사과를 하지 않았고, 이후에 상대방이 대학생인 점을 고려해 부모에게 알린 후 연락 달라고 했지만, 연락이 두절됐다”고 말했다.

이어 “담당 형사는 합의 금액을 묻더니 ‘내가 전달할 테니 가해자에게 더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며 “또 정신적인 피해가 커 병원 방문 예정인데, 형사가 ‘정신적인 부분은 말하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상해 진단서 또한 별 효력이 없다고 하면서 사건을 빨리 마무리하려는 듯이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A씨는 가해자의 반성하지 않는 태도와 정신적 피해 등을 고려해 중형을 원하는 데도, 형사가 “벌금형이 나올 것”이라며 단정 짓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상해 진단서 제출과 소송이 필요한 것 같은데,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하냐”고 문의했다.

[한문철TV 캡처]

하지만 B씨는 운전 중인 택시기사를 폭행하며 운전을 방해한 사실이 명백하므로 A씨가 합의해주지 않는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확률이 높다.

특가법 제5조의10에 따르면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운전자 폭행으로 상해에 이르게 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사망에 이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각각 처하게 돼 있다. 한문철 변호사는 “B씨는 실형 혹은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한 변호사는 “B씨가 처벌을 받지 않으려면 검찰 단계에서 기소 유예를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혹시 이 방송을 가해자나 가족, 친구가 보고 있다면 택시기사에게 찾아가서 용서를 빌어야 한다. 돈으로 합의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맞다. 어리다고 봐주면 안 된다” “절대 용서해주지 마라. 용서해주면 다른 피해자가 생긴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처벌받는 게 오히려 가해자를 위한 길이다”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