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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년전 아니다···"세계 놀란 K방역" 책 또 배포한 文정부

레이찰스 2022. 2. 24. 10:20

[단독]1년전 아니다···"세계 놀란 K방역" 책 또 배포한 文정부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정부가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 재임 시기의 6대 성과를 자료집으로 만들어 전국에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역대 대통령마다 이 시기에 성과 자료집을 만들었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 선거 개입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민국 위기를 넘어 선진국으로』 책자를 발행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원고를 작성하고 각 부처가 내용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이 책에는 ▶코로나19 전 세계 대유행 극복을 견인한 K-방역 ▶빠르고 강한 회복을 바탕으로 경제 도약 ▶대한민국 대전환: 한국판 뉴딜과 탄소중립 ▶국민 전 생애 촘촘한 안전망: 포용적 복지 전면화 ▶민주주의의 진전: 권력기관 개혁과 인권 강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저력으로 선도국가 도약 등 6대 분야와 부록(세계가 주목하는 문재인 정부 국제지표)이 244쪽 분량으로 구성돼 있다.

책자의 내용을 두고 야당은 “보기 민망한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대표적인 게 코로나19 대응 부분이다. 책에는 ‘마스크 5부제로 수급 안정화’, ‘해외유입 차단과 3T(Testing-Tracing-Treatment) 전략으로 선제적 방역 조치’, ‘신속하고 안전한 예방접종’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통한 정부 혁신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넘어 사회적 신뢰로 이어졌다”라거나 “개방성·투명성·신속성·혁신 추구 등 한국 사회의 가치 지향점이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마침내 세계가 놀란 K-방역 모델이 탄생할 수 있었다” 같은 평가도 포함돼 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23일 발간해 전국에 2만부를 배포한 ‘대한민국 위기를 넘어 선진국으로’ 책자의 표지. 국민의힘은 “내용이 민망할 뿐 아니라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선거에 개입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실 제공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 공약 1호로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 사회의 신뢰성을 강화하고,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라며 “공수처는 권력기관 개혁ㆍ부패사정기구로서 고위공직자 등의 범죄를 척결하여 국민의 사법불신을 해소하고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 사회의 신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기술했다.

선도국가 관련 부분에선 극일(克日)에 초점을 맞춘 표현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 2019년 반도체 핵심 부품 등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응해 얻은 성과를 제시하며 ‘일본 수출 규제 대응과 누구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일본의 수출 규제, K-소재·부품·장비로 맞불’과 같은 표현을 썼다. 또한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 일본을 추월하다’, ‘WTO(세계무역기구) 일본산 수산물 무역분쟁 승소’의 제목으로 관련 이슈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여온 북한 비핵화 문제라든가 중국과의 외교 분야 성과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부동산 문제도 다뤄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은 “아무리 정부가 내세우는 성과를 소개한 책자라고 하지만 자화자찬으로 가득 차 보기 민망한 수준”이라며 “특히, 정부가 성과로 포장한 코로나19 대응의 상당수는 정부의 방역 정책 실패로 비판받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野 “정부가 대선 개입 시도”… 정부 “역대 대통령 때 늘 하던 일” 

국민의힘은 내용뿐 아니라 배포 시점도 문제 삼고 있다. 해당 책자는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국공립 및 대학도서관, 작은도서관, 시·군·구청 및 읍·면·동 주민센터, 정책 관련 학회·연구소 등에 올해 초부터 2만부가 배포됐다. 백종헌 의원은 “대선 직전, 전국 각지에 홍보물을 배포하고 KTV와 온라인 등을 통해 성과를 홍보하는 건 사실상 대선에 개입하는 것”이라며 “공직선거법상 선거 중립 의무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금지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10월 28일 ‘국정성과 자료집 배포 협조 요청안내’라는 제목으로 각 부처에 비공개로 내려보낸 공문. 국민의힘은 이를 근거로 “정부가 성과 홍보를 통해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실 제공

이에 대해 성과 홍보집을 발행한 문체부 담당자는 “역대 대통령 5년 차에는 각 정부 시기의 성과를 모아 책으로 발간해 왔다”며 “매번 하던 일을 한 것일 뿐 선거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