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깨끗한 사람 뽑아 주세요”
광복회 공금 7200만여 원 횡령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원웅 전 광복회장은 비자금으로 마사지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서울 종암동 어느 아파트에 차려진 무허가 업소에서 10만원짜리 전신 마사지를 6차례 받았다. 김 전 회장 측은 국가보훈처 감사에서 “퇴폐 업소는 아니다. 추나 치료를 받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한다. 공인(公人)인 김 전 회장은 여의도 광복회관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그런 그가 13km나 떨어진 무허가 업소에서 마사지를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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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열린 김원웅 광복회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 관계자가 김 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장련성 기자
헤리티지 815. 김 전 회장이 2020년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국회에 개업한 카페 이름이다. 광복의 유산을 계승하겠다는 간판을 내걸었던 이 가게 커피는 예전부터 맛없기로 악명이 높았다. 보훈처는 “광복회가 카페 중간 거래처를 활용, 허위 발주 또는 원가 과다 계상 등 방법으로 6100만원 비자금을 조성해 김 회장 개인 통장으로 입금했다”고 밝혔다. 저질 원두를 썼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이 외에도 횡령한 돈으로 한복·양복(440만원)을 구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3선 의원 출신 김 전 회장은 1988년부터 2010년까지 국회의원 선거에 6번, 지방선거(대전시장)에 1번 출마했다. 당시 포스터엔 청렴을 강조하는 문구가 가득하다. “돈과 사람의 싸움, 반드시 사람이 이깁니다” “깨끗한 사람 뽑아주세요” “깨끗함이 힘입니다” “깨끗한 선택” “깨끗한 시장” 1990년대 서울 강남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깃집 ‘하로동선(夏爐冬扇)’을 운영했던 김 전 회장은 아직도 자신의 블로그에 노 전 대통령 추모 링크를 띄워두고 있다.
그렇게 깨끗하다고 주장했던 그가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가야 할 장학금으로 3·1절, 광복절 때마다 새 한복 지어 입고 ‘친일 청산’을 부르짖었다니 한국 영화에 등장하는 전형적 악당을 보는 기분이다. ‘범죄와의 전쟁’(2012)의 최민식, ‘마약왕(2018)’의 송강호 같은 배우가 김 전 회장을 연기한다면 제법 흥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복 차림 김 전 회장이 지난해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장에서 멱살을 잡히는 장면이나, 집무실에서 ‘배설물 테러’를 피하는 모습은 한국 영화 특유의 ‘웃음 코드’와도 잘 어울린다.
“친일 미 청산은 민족 공동체의 모순입니다. 저는 반(半)평생을 친일 청산에 앞장서 왔습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6일 비자금 혐의로 사퇴하면서도 마치 숭고한 항일 투사인 양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72년 공화당 당료로 정계에 입문했다. 5공 출범 직후엔 민정당 훈련부국장으로 ‘100만 당원 정예화’ 교관으로 활동했다. 40년 뒤 그는 이에 대해 “생계형이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광복회 재임 기간을 또 무슨 변명거리로 둘러댈 것인가.
원선우 기자 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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