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 김선생] 봄 바다가 파도친다, 입안 가득 향긋하게
봄 찾아오는 남해의 별미 ‘도다리쑥국’

서울 다동 '충무집'의 도다리쑥국(앞)과 멍게밥./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추위가 여전하지만 어디선가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시기, 그러니까 딱 이맘 때 음식 즐기는 이들이 공통으로 머릿속에 떠올리며 입맛 다시는 음식은 도다리쑥국일 겁니다. 경남 통영처럼 남해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에서 도다리쑥국은 봄과 동의어로 통합니다. 음력 설이 지나면 통영에서는 음식점마다 문 한쪽에는 ‘立春大吉(입춘대길)’, 반대편에는 ‘도다리쑥국’이라고 적힌 종이를 붙입니다.
도다리쑥국은 도다리와 눈을 뚫고 올라오는 여린 햇쑥이 만나 만들어내는, 겨울과 봄 사이 한 달 남짓 짧은 기간에만 맛볼 수 있는 별미입니다. 통영에 살며 전통음식을 연구하는 이상희씨는 “예전 통영 사람들은 동지 지나 정월대보름 사이 도다리쑥국을 먹어야 한 해를 건강하게 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섬에서는 지난 해 묵은 쑥 줄기에서 새순이 나오는데 이때쯤 도다리도 통영 앞바다로 올라옵니다. 둘을 함께 넣고 끓인 것을 ‘약도다리쑥국’이라고 하죠. 시대가 변하고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쑥이 억세지기 전까지 도다리쑥국을 끓여 먹지만요.”
이상희씨의 말을 들으면 도다리쑥국의 주인공은 도다리가 아니라 쑥인 듯합니다. 식품 전문 MD(상품기획자)인 김진영씨도 그렇게 생각한다더군요. “하우스 농사가 없던 시절, 겨우내 김치만 먹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맞이하는 싱싱한 채소 그것이 바로 쑥이라 생각합니다. 거기에 그냥 먹기 그러니 산란하러 들어온 가자미(도다리)를 넣고 끓인 게 도다리쑥국이죠. 사실 이맘 때는 도다리가 산란철이라 영양이 온통 알로 쏠려서 살맛이 별로거든요.”
도다리쑥국은 끓이는 법과 부재료가 간단합니다. 냄비에 물과 납작하게 썬 무를 몇 조각 넣습니다. 국물은 쌀뜨물, 멸치 육수, 맹물 등 집집마다 입맛대로입니다. 된장을 풀기도 하지만 간장이나 멸장(멸치액젓), 소금만으로 간 하기도 하고요. ‘도다리와 햇쑥 자체의 맛과 향을 가리지 않는다’는 대원칙에서만 어긋나지 않으면 됩니다.
팔팔 끓으면 남자 어른 손바닥만 크기의 작은 도다리 한 마리, 큰 도다리라면 잘라서 두세 토막과 파·마늘·풋고추를 조금씩 넣습니다. 도다리가 슬쩍 익을 즈음 쑥을 손으로 뚝뚝 끊어 넣습니다. 물론 쑥은 반드시 막 나온 어린 햇쑥이라야 하죠. 얼었던 딸을 뚫고 나온 쑥은 여리지만 강렬한 향과 생명력을 품었죠. 쑥의 숨이 죽으면 그릇에 담아 냅니다.
연한 초록빛이 감도는 투명한 국물 속에서 생선살이 하얗게 빛나고 쑥 향이 향긋하게 피어 오릅니다. 따뜻한 봄 바다가 국그릇에서 숟가락을 거쳐 입으로 확장되는 느낌이랄까요.
도다리쑥국 먹으러 통영에 가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서울에서 가기가 쉽지 않지요. 다행히 서울에도 통영음식을 괜찮게 하는 식당이 몇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인 다동 ‘충무집’에서도 이번 주부터 도다리쑥국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도 어렵잖게 끓여 먹을 수 있습니다. 이상희씨가 자신의 책 ‘통영백미’에 적은 도다리쑥국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도다리쑥국
재료: 도다리 800g, 어린 쑥 80g, 쌀뜨물 1.6L, 멸장(멸치액젓) 56g, 소금 4g, 홍고추 1개
- 도다리는 비늘을 긁고 토막 내서 깨끗이 손질한다. 쑥은 깨끗이 씻어 놓는다.
- 냄비에 준비한 쌀뜨물을 모두 넣고 팔팔 끓으면 손질한 도다리를 넣어 잠시 끓이다가 중불로 줄인다.
- 도다리가 다 익으면 쑥을 넣고 살짝 더 끓인다.
- 멸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홍고추를 어슷하게 썰어 넣고 바로 불을 끈다.
맛 더하기 비법
· 도다리쑥국은 마늘, 대파 등 다른 향신채는 사용하지 않고 쑥 본연의 향과 맛을 살려 끓여야 맛있다.
· 어린 쑥은 그대로, 큰 쑥은 먹기 좋게 썰거나 찢어서 넣는다.
· 도다리쑥국은 집집마다 끓이는 방법이 다르다. 된장을 풀거나 씻은 묵은지를 넣어서도 끓인다. 간단하게 끓여야 쑥과 도다리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출처: 통영백미(남해의 봄날)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gourme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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