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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과 아름다운 이별… 후회없는 축구인생 보내”

레이찰스 2022. 10. 18. 18:28

박항서 “베트남과 아름다운 이별… 후회없는 축구인생 보내”

박항서 베트남 감독 전화 인터뷰

“‘아름다운 이별’이란 말이 가장 적당하지 더 이상 무슨 표현을 하겠어요.”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9년 12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내년 1월을 끝으로 5년 만에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한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후회 없는 축구 인생을 살아왔다”며 “지금이 베트남을 떠날 가장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베트남 축구영웅’ 박항서(63)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과 동행을 마친다. 박 감독은 17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시원섭섭한 마음을 ‘아름다운 이별’ 한마디로 압축했다. 그는 “2주 전 베트남축구협회에 이별 통보를 했다”고 전했다.

박 감독과 베트남축구협회는 이날 ‘내년 1월 31일 만료하는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베트남축구협회는 “지난 5년간 베트남 축구를 위해 헌신해 준 박항서 감독에게 감사한다. 박 감독은 책임감이 강하고 프로페셔널한 지도자였다. 덕분에 베트남 정부와 국민들이 베트남 축구대표팀에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줬다. 비록 계약은 끝나지만 앞으로도 박항서 감독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박 감독도 “베트남 대표팀과 함께한 5년이라는 세월은 내게 정말 소중한 순간이었다. U-23(23세 이하) 대표팀과 국가대표팀을 동시에 지도하면서 모든 대회에 집중해왔다. 베트남 선수단, 스태프,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다”며 작별 소감을 전했다. 이로써 박 감독의 라스트댄스는 오는 12월 20일 개막하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2022 스즈키컵이 될 전망이다.

 

베트남에 머물고 있는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후회 없는 축구 인생을 살아왔다”며 “베트남 축구팬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고 했다. 또 그는 갑작스러운 결별 통보라는 기자의 말에 “이미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통보 했고 베트남축구협회와 계약 종료 발표일을 조율해 왔다”고 했다.

박 감독은 2주 전 주변에 알리지 않고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당시 가족들과 계약 연장 여부에 대해 의논을 했고, 지인들과도 베트남 축구 여정에 대해 깊이 논의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는 “베트남에 열정을 쏟았고 충분히 후임 감독이 잘할 것”이라며 “지금이 베트남을 떠날 가장 적기라는 판단을 했다”고 했다. 수화기를 통해 전해지는 박 감독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유쾌한 톤이었지만 뭔가 자제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박 감독은 2017년 10월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대회마다 탁월한 성적을 내며 ‘박항서 매직’ 열풍을 일으켰다. 2018년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의 우승을 해냈고, 201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선 8강을 이뤘다. 또 2022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진출시켰다.

2019년과 동남아시안게임(SEA)에서 베트남을 60년 만에 챔피언으로 등극시키며 일약 베트남의 축구영웅으로 등극했다. 또 2021년 SEA에서 우승하며 대회 2연패로 베트남을 열광시켰다.

U-23 대표팀과도 빛나는 성적을 냈다. 2018년 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데 이어 그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베트남의 사상 첫 4강 진출을 일궜다.

 

베트남 국민들은 박 감독이 성적을 낼 때마다 거리에 몰려나와 붉은 베트남 국기를 흔들고 홍염을 터뜨리며 축제 분위기에 빠졌다. 베트남 국민들은 베트남 축구사를 새로 쓴 박 감독을 2002한일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에 비교하며 ‘쌀딩크’라는 별명을 붙여 국민 영웅으로 추앙했다.

 

박 감독은 “2017년 취임 당시 축구 뿐만 아니라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양국의 관계가 저를 통해 좋아질 수 있다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새로운 축구인생을 구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는 물론 국내 프로구단에서 이미 박 감독 영입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