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북로가 주차장 됐다… ‘불꽃 축제’ 시민의식 실종
3년 만의 불꽃축제 105만명 몰려… 아쉬운 시민의식
도로 막고 구경 - 세계불꽃축제가 열린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근처 강변북로에 설치된 도로교통정보 카메라에 사람들이 도로 위에 차를 세우거나 차에서 내린 채 불꽃쇼를 구경하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곳은 자동차전용도로로 최고제한속도가 시속 80㎞인 곳이지만 차량이 주정차를 하면서 일대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서울시교통정보
지난 8일 저녁 서울 여의도 인근 강변북로 위에는 비상 깜빡이를 켠 차량 수십 대가 정차해 있었다. 이날 오후 7시 20분부터 여의도에서 시작된 세계불꽃축제를 구경하려는 차량들이었다. 자동차전용도로이지만 도로 위엔 오토바이도 수십 대 멈춰 있었다. 이날 이곳을 지나던 서울 서초동에 사는 이모(47)씨는 “반포대교를 건너 강변북로를 타고 동작대교를 지날 무렵부터 차들이 멈춰서 있는 바람에 마포대교까지 가는 데 40여 분 가까이 걸렸다”며 “아예 차에서 내려 도로 위에서 불꽃축제를 구경하는 사람도 많아 위태로웠다”고 했다. 이날 자동차에서 내리거나 위험 행동을 한다며 경찰에 접수된 이 근처 민원 신고만 30여 건이었다.
‘불꽃놀이 관람 명당’으로 소문난 마포대교 위 상황도 비슷했다. 4~5m 간격마다 선 교통 경찰이 경광봉을 흔들며 “빨리 앞쪽으로 이동하라”고 차량 안내를 했지만 질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오후 7시 20분이 되자 사람들이 창문으로 손을 내밀고 불꽃 사진을 찍기 바빴다. 마포대교 위에는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려 인도를 넘어 두 차선을 점령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해 견인 등 강력한 단속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이날 현장에 있던 경찰 관계자는 “도로 위는 통행하려는 차와 구경하려는 차가 뒤섞여 경적이 울리고 아비규환이었다”며 “단속하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 밤하늘에 핀 ‘꽃’ -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세계불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열린 이날 축제에서는 약 1시간 10분간 한국과 이탈리아·일본 등 3국 3개 팀이 참가해 총 10만 발의 폭죽을 쏘아 올렸다. 주최 측인 한화 관계자는 “올해 역대 최다인 105만명이 몰렸다”고 했다. /박상훈 기자
코로나 사태 이후 3년 만에 열린 세계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관람객들이 최고 시속 80㎞까지 달릴 수 있는 강변북로에 차를 세우거나 도로 위에 내리는 등 서울 시내 도로와 한강변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오후 7시 20분부터 8시 30분까지 약 1시간 10분간 진행된 세계불꽃축제에는 한국과 이탈리아·일본 등 3국 3개 팀이 참가해 총 10만 발의 폭죽을 쏘아 올렸다. 주최 측인 한화 관계자는 “3년 전 2019년에 80만명이 모였지만 올해는 역대 최다인 105만명이 몰렸다”고 했다. 이날 초등학생 아들 둘과 불꽃축제를 즐긴 주부 박모(34)씨는 “아이들이 불꽃놀이를 너무 좋아해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불꽃이 터지는 게 지난 3년간 코로나로 고생했던 우리 가족과 시민들에 대한 위로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예년보다 많은 인원이 몰리면서 곳곳에서 혼란이 발생했다. 서울 마포대교 북단 아래 보행로부터 용산구 이촌 한강공원까지 이어지는 약 3㎞에 달하는 강변 산책로에는 이날 오후부터 일찌감치 시민들이 몰렸다. 문제는 안전상의 이유로 접근을 제한한 구역에 사람들이 들어가면서 발생했다. 곳곳에 ‘위험 구역으로 입장을 금지한다’ ‘뱀 출몰 지역이니 안전한 장소로 이동을 부탁드린다’와 같은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특히 북한강성원아파트 앞쪽 언덕에는 ‘경사면 착석은 위험하다’라는 안내판이 걸려있었지만 길이 약 200m 되는 언덕 위에 시민 수천 명이 앉아 있었다.
뱀출몰지역 안내판 주변 언덕에 앉아 관람하는 사람들./이해인기자
주최 측인 한화에서는 안전 요원을 3000명 이상 배치했다고 밝혔지만 질서를 잡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곳곳에 배치된 경찰과 한화 측 안전 요원들이 “들어가시면 안 된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일부 시민은 “그러면 길에 서서 보란 말이냐” “안에 이미 일행이 있다”며 막무가내로 펜스 안쪽으로 들어섰다. 사람이 몰리면서 주최 측이 자전거 이용을 금지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이를 무시하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며 보행자와 부딪힐 뻔한 위험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여의도한강공원에선 텐트 설치를 두고 혼란이 빚어졌다. 서울시 규정에 따라 한강공원 내 텐트는 오후 7시까지만 펼 수 있다. 하지만 이날 300여 명의 시민들이 불꽃놀이가 시작된 7시 20분 이후에도 텐트를 걷지 않았다. 한강공원 보안관 5명이 일일이 다니며 “텐트는 7시까지입니다. 치워주세요”라고 말했지만 이를 따르는 시민들은 거의 없었다. 보안관이 텐트를 치우라고 하자 “그럼 땅바닥에 앉으란 말이에요?”라며 소리치는 시민도 있었다.
고질적인 쓰레기 문제도 반복됐다. 불꽃축제가 끝난 뒤 여의도한강공원에는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들이 산을 이루고 있었다. 바닥에는 시민들이 버리고 간 은박 돗자리 수십 개가 그대로 놓여있었다. 돗자리 주변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맥주 캔, 치킨 포장 박스, 치킨 뼈 등이 나뒹굴었다. 한강사업본부는 이날 하루 동안 여의도에서 38t, 이촌에서 12t 등 총 50t의 쓰레기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이는 평소 여의도와 이촌의 주말 쓰레기양인 4~5t의 약 10배에 달한다. 주최 측인 한화는 직원 등 2000명을 동원해 이튿날인 9일 오전 6시까지 청소를 마쳤다고 밝혔다.
아무데나 버려진 쓰레기들./신지인 기자
이해인 기자 hilee@chosun.com신지인 기자 amigo@chosun.com이정구 기자 jg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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