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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순대외채무 5년만에 2배 늘어

레이찰스 2022. 10. 8. 06:43

정부 순대외채무 5년만에 2배 늘어

외환보유고 196억달러 급감… 금융위기후 가장 큰 감소폭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은 지난 9월 한 달 새 1966000만달러나 줄었다. 월간 감소 폭으로는 금융 위기였던 2008 10월(274억달러 감소) 이후 가장 컸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 급등을 방어하려 외환 당국이 대량으로 달러를 시중에 매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외환 당국이 달러화를 시중에 풀면서 외환보유액이 한 달 사이 200억달러 가까이 급감했다. 한은이 6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천167억7천만달러로, 8월 말보다 196억6천만달러나 줄었다. 사진은 7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들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2022.10.7 /연합뉴스

외환 곳간이 급격히 비어가자 대외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가 외국에서 받아야 할 채권에서 갚을 채무를 뺀 순대외채권 규모가 최근 빠르게 줄고 있는 것도 불안한 요소다.

순대외채권 총액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3861억달러로, 분기별로 봤을 때 6년 전인 2016년 2분기(3661억달러) 이후 가장 적은 액수다. 특히 2020년 4분기(4837억달러)와 비교하면 1년 6개월 사이 976억달러, 약 140조원이 줄었다. 순대외채권이 40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진 건 2016년 말 이후 처음이다.

가장 큰 이유는 강(强)달러 현상으로 원화 가치가 대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나 금융기관, 기업들이 보유한 해외 자산의 달러 환산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세계적인 금리 상승기를 맞아 시장 금리가 오르며 채권 가격이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은행 등 예금 취급 기관의 경우 2016~2019년까지만 해도 대외채권이 대외채무보다 많았지만, 2020년 이후로 역전됐다. 올 2분기 기준 순대외채무가 556억달러에 달한다. 환율 상승으로 국내 달러 환전 수요가 늘자 은행들이 외국에서 대거 빌려온 탓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채 발행을 늘려 나랏빚을 낸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2분기 541억달러였던 정부의 순대외채무는 5년 만인 올 2분기 말(1017억달러) 2배로 늘었다. 정부가 해외에서 받아야 할 돈보다 줘야 할 돈이 1000억달러 이상 많다는 의미다.

경제 수장들은 경제 위기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아직 대외채권 규모가 대외채무를 상당 폭 웃돌고 있기 때문에 위기론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한국의 외환 보유고가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지난 4일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과거 IMF 사태 때와 지금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실물경제나 대외 건전성이 과거와 판이하게 다르다.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답했다.

김은정 기자 icdi@chosun.com류재민 기자 fun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