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한강에 연예인·패션피플 총출동…MZ 3500명 몰린 파티 가보니 [라인업]
#오늘의 줄서기: AOMG 디제잉 파티
쌈디·쿠기·송민호·걸그룹 한강 출몰!
MZ 3500명 찾은 파티 현장 단독 취재
[세상의 모든 줄서기, 라인업!]

토요일인 지난 3일 서울 강남 일대에선 커다란 문화 행사 두 건이 열렸습니다.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Frieze)가 토종 아트페어 키아프(Kiaf)와 함께 ‘하이 컬처(high culture)’의 진수를 보여줬고, 한강공원 잠원지구에 위치한 서울웨이브 아트센터에선 힙합 음반 회사 에이오엠지(AOMG)가 네이버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과 함께 11시간 디제잉 파티(에이오믹스 페스트)를 벌여 ‘팝 컬처(pop culture)’의 위용을 과시했죠.

고품격 예술 전시와 힙합 디제잉 파티에는 그동안 문화 활동에 갈증을 느껴 온 MZ세대가 몰려들면서 북새통을 이뤘고, 각각 수백명에 달하는 줄서기 행렬이 등장했습니다. 문화 취향에 계급과 지위를 나누고, 서로를 구별짓는 건 인간 고유의 본성. 그런데 대척점에 있는 듯한 두 행사장에 나타난 MZ세대에게선 뜻 밖에도 ‘비슷한’ 아비투스(habitus·성향)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낮에는 에곤 실레·앙리 마티스 작품을 감상하고, 밤에는 한강 공원 파티에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 예술적 영감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자극에 활짝 열려 있는 청춘들…. ‘갤러리 미술품’ 만큼이나 ‘길거리 벽화’에서 큰 호기심을 느끼는 ‘세상의 모든 줄서기, 라인업’ 취재팀은 어느 현장을 찾을지 고심한 끝에 한강공원 ‘에이오믹스 페스트(AOMIX FEST)’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스트리트 문화 특유의 역동성에 이끌렸기 때문입니다.
[☞현장영상 바로가기] https://youtu.be/LAuazKMiLHE

◇디지털 세상: 뿌리면, 얻을 것이다!
공연을 기획한 AOMG는 올해 초 증류식 전통소주인 ‘원소주’를 출시해 유통업계를 놀라게 한 뮤지션 박재범이 설립한 힙합 음반 회사입니다. CJ ENM 음악 부문이 지분을 투자한 레이블이기도 하죠. 주류 사업에 뛰어든 박재범은 지난해 말 이 회사 대표에서 물러났고, 현재 DJ 펌킨이 경영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AOMG는 코로나 시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유명 디제이들이 엄선한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무료’로 풀었는데요. 이처럼 소셜미디어에 뿌린 ‘공짜 디제잉 음악’이 이번 공연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한가한 오후 한강에서 즐기는 음악 △선선한 여름밤에 틀어두기 좋은 음악 △내 방을 힙하게 바꿔줄 신나는 음악 등 상황별 큐레이션(curation·선별 편집)이 돋보이는 디제잉 영상에는 ‘근사한 편집숍이나 카페에서 흘러나올 것 같은 플레이리스트’ ‘취향 자랑하고 싶을 때 틀고 싶은 음악’이라는 반응이 잇따랐습니다.
파티 현장에서 만난 DJ 펌킨(AOMG 대표)은 “첫 디제잉 영상을 한강에서 찍었기 때문에, 첫번째 파티 장소 역시 한강으로 정했다”며 “코로나 팬데믹이 잦아든 시점, 디제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자리에서 음악 마니아들과 교감하는 접점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공연(입장료 3만원)에는 관람객 3500여명이 찾아와 흔쾌히 지갑을 열었습니다. 공연장 주변에는 프라다·발렌시아가·구찌·자크뮈스·루이비통·우영미 등 명품 패션과 팔라스·슈프림·오프화이트·스투시·이지갭 등 스트리트 패션으로 한껏 치장한 젊은이들이 몰리면서 장관을 이뤘죠. 쌈디(사이먼 도미닉), 쿠기, 송민호, 걸그룹 멤버 등 유명 연예인들도 찾아와 팬들을 설레게 했습니다.
이처럼 ①디지털 무료 콘텐츠로 대중에게 입소문(buzz)을 일으키고, ②'디깅(digging·들이파다) 소비’를 열망하는 알짜 팬을 확보한 뒤 ③오프라인 공연에서 강렬한 고객 경험을 선사하는 전략은 불법 다운로드와 복제가 판치는 디지털 세상에서 콘텐츠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편으로 보였습니다.

◇문화 없이는, 커머스도 없다
‘서울 패션→서울 음식→한강 유람→공연 감상’으로 이어지는 MZ세대의 소비 사슬을 관찰할 수 있었던 공연에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네이버’의 등장이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폭풍 성장하는 신(新) 산업인 한정판 리셀 플랫폼, 그 중에서도 올해 연간 거래액 3조원 초과 달성이 예상되는 네이버 크림이 후원사로 참여했습니다.

운동화·가방·시계·아트토이·농구카드 등 한정판 새 제품을 되파는 리셀 문화가 국내에 본격 확산한 건 3년이 채 되지 않은 일입니다. 앞서 미국 투자은행 코웬은 세계 리셀 시장 규모가 2025년이면 60억달러(약 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는데요. 현재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수조원이 거래된다고 하니, 성장세가 놀랍습니다.
이런 리셀 산업을 일으킨 건, 바로 2030 소비자들이죠. 운동화, 모자티에 헐렁한 청바지를 입고 힙합 음악을 즐기는 청년들입니다. 이른바 ‘스트리트 씬’에서 힙합, 스니커즈, 스케이트 보드 등에 집착과 열정을 쏟아부은 이들이 없었다면, 리셀 업계는 지금처럼 몸집을 키울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요즘 리셀 생태계는 세계적인 슈테크(운동화+재테크), 롤테크(롤렉스+재테크), 샤테크(샤넬+재테크) 광풍으로 성장통을 겪고 있습니다. 돈벌이 목적으로 물건을 싹쓸이하는 ‘전문 리셀러(되팔이꾼)’는 물론, ‘사재기 봇(bot·자동 프로그램)’까지 등장해, 정작 진정한 애호가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크림이 디제잉 파티 후원사로 참여한 건 결국 ‘문화 없이는 상업화(commercialization)도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크림 관계자는 “이번 파티 할인 입장권 200장이 1분 만에 완판됐다”며 “규모·속도에서 오프라인 줄서기를 능가하는 ‘디지털 오픈런’ 열기에 크게 놀랐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말 나이키는 ‘과열된 시장 분위기가 스니커 문화를 훼손하고, 운동화에 집착하는 소비자(sneaker-obsessed consumer)를 떠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나이키는 한정판 유통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낀 충성 팬들이 소규모 독립 브랜드 등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고객 경험을 한층 끌어올릴 방안을 모색하는 중입니다.
‘찐-팬’을 붙들기 위한 기업과 창작자들의 노력은 앞으로 더 거세질 전망. 주말 밤 한강공원, 라인업이 찾아간 에이오믹스 페스트는 문화 콘텐츠 업계의 이 같은 시도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현장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파티, 얼마나 뜨거웠냐고요? 조선일보’세상의 모든 줄서기, 라인업’ 취재팀이 단독으로 담아온 파티 영상은 유튜브 채널 라인업 LineUp에서 생생하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990년대 방송 뉴스를 패러디한 ‘라인업 현장취재’ AOMG 파티 편에서 ‘힙.합.소.울’을 느껴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LAuazKMiLHE&feature=share&utm_source=EJGixIgBCJiu2KjB4oSJEQ
#STORY 조선일보 한경진 기자
#VIDEO 스튜디오광화문 이예은 PD·김민석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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