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완박’으로 보는 언론장악의 추억
[서민의 문파타파]
민주당의 ‘감사원법 개정안’
그들은 무엇이 두려운 걸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의 잘한 점은 이어받고, 잘못한 것은 시정해야 더 좋은 나라가 된다. 문재인 정권처럼 잘한 게 없다면 후자에 더 주력해야 하는데, 이를 담당하는 주된 부처는 바로 감사원이다. 현재 감사원은 북한 어민 강제 북송, 서해 공무원 피살, 코로나 백신 수급 지연 등을 감사하고 있으며, 국민의 권익을 등한시했던 권익위원회, 나라를 망가뜨릴 뻔한 탈원전에 대해서도 감사를 진행 중이다.
하나같이 수긍 가는 것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 감사가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감사원으로 하여금 감사하기 전에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그 결과도 국회에 보고하라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낸 걸 보면 말이다. 사실상 국회가 감사원을 통제하겠다는 것. 세상은 이를 ‘검수완박’에 빗대 ‘감사완박’이라 부르고 있다.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의 뻔뻔함에 놀란 경험이 대략 5700번쯤 되는 것 같은데, 그들은 여전히 날 놀라게 한다. 이왕 놀란 김에 감사원이 좌파와 궁합이 잘 맞았던 5년 전 추억을 소환해 본다.

일러스트=유현호
탄핵 덕에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2017년 8월, 그들은 ‘언론 적폐 청산 방법’에 관한 자료를 만들어 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들에게 배포한다. 거기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KBS, MBC 등 공영방송이… 우리 당·정부와 대치한다. 반민주·반국민적 언론 적폐 상징인 MBC, KBS 사장 및 이사장·이사에 대한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방송사 사장을 갈아치우자는 것. 하지만 ‘정치권이 나설 경우 언론 탄압이라는 역공을 받을 수 있으니, 방송사 구성원이 중심이 돼서 사장과 이사장 퇴진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제시된 게 바로 ‘사측 및 사장의 비리·불법 행위 의혹, 부당 행위 등에 대해 감사원에 국민 감사 청구를 추진’하는 것이었다.
그 후의 일은 민주당 자료대로 진행됐다. 일단 KBS와 MBC에서 일제히 파업이 시작됐다. 다음 순서는 사장 교체, 먼저 KBS를 보자. KBS 사장은 이사회에서 뽑는다. 그 당시 이사회 구성은 민주당 추천이 4명, 자유한국당 추천이 7명이어서, 고대영 KBS 사장을 바꾸려면 자한당 쪽 이사 두 명을 민주당 사람으로 교체해야 했다. 타깃이 된 이는 강모 이사와 김모 이사, 얼마 후 미디어오늘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우리가 낸 수신료가 KBS 이사의 개를 위해 쓰였다.’ 무슨 말일까. 강 이사가 지난 2년간 애견 카페에서 법인 카드를 썼는데, 그 액수가 무려 36만원이나 됐다. 이뿐이 아니다. 영화와 공연 관람 등으로 쓴 돈도 무려 200만원이라니, 경기도지사 아내라면 모를까, 이건 ‘공사의 업무 수행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법인 카드 정신을 훼손한 중범죄였다.
미디어오늘뿐 아니라 한겨레, 경향 같은 신문도 이를 대서특필했고, 감사원은 노조의 요청을 받아 KBS 이사에 대한 특별 감사에 들어간다. 강 이사는 노조원들에게 린치를 당하면서도 버텼지만, 타깃 중 한 명인 김 이사는 더 버티지 못했다. 노조원들이 김 이사의 직장까지 몰려가 사퇴 촉구 집회를 하자 그냥 그만둬 버린 것이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대학 캠퍼스까지 와서 이러는 거는 대단히 부당한, 상식을 넘는 침해 행위다.”
그해 11월 24일,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법인 카드 부정 사용은 자유한국당 추천 이사들만이 아니라 민주당 추천 이사들에게서도 발견됐다. 감사원은 이미 퇴직한 김 이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10명에 대해 “해임 건의 또는 이사 연임 추천 배제 등 적정한 인사 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방통위원장에게 통보했다. 당시 방통위원장은 문 정권에서 임명한 이효성, 그가 어떤 처분을 내릴지 고민하는 사이 KBS 노조는 연일 비리 이사들 해임을 촉구했고, 강 이사가 근무하는 명지대에 가서 구호를 외쳤다. 심지어 KBS와 아무 상관 없는 명지대에 강 이사 중징계를 요청하는가 하면, 그가 교단에 서는 게 부적절하다며 교육부에 진정을 내기도 했으니, 잔인함이 도를 넘었다. 오죽하면 다음과 같은 댓글이 가장 공감을 많이 얻었을까. “부당한 공권력으로 개인을 인격 살인하여 국민을 겁박하는 것이 소위 촛불 민주주의인가?”
그해 12월, 방통위는 강 이사 해임을 의결했다. 그보다 법카 사용액이 많은 이사가 둘이나 더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제 KBS 이사회는 민주당이 6명으로 다수가 됐다. 그들이 고대영 사장 해임 제청안을 낸 건 그 직후.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이 해임 제청안은 2018년 1월 24일, KBS 이사회에서 의결됐다. 사장이 물러나자 KBS 노조는 142일의 파업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했다. 민주당의 친절한 지침서와 이를 충실히 수행한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이사 해임에 명분을 준 감사원 등이 환상의 팀워크를 이룬 결과였다. KBS에 비하면 MBC는 상대적으로 쉬웠다. MBC 사장을 뽑는 기구인 방문진 이사진은 자유한국당이 6, 민주당이 3으로 구성돼 있었지만, 한국당 쪽 2명이 일찌감치 그만둬 버렸다. 결국 김장겸은 고대영보다 두 달 빠른 11월 13일 해임됐다. 그 후 두 방송사는 80년대 ‘땡전 뉴스’를 능가하는 ‘땡문 방송’으로 맹위를 떨쳤고, 정권이 바뀐 지금은 윤석열 정부를 물어뜯느라 이가 다 닳을 지경이다.
역사는 돌고 도는 법. 2022년 9월 14일, 감사원은 KBS 경영진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 신사옥 신축 중단, 공금 유용 등 재산상 손해를 끼친 걸 들여다본단다. 언론노조는 이게 공영방송 장악 시도라며 반발하는 중이다. “정권만 잡으면 감사원을 동원한 표적 감사로 이 잡듯 뒤지고, 뭐라도 꼬투리 잡아 사장을 해임하는 행태가 거듭되고 있다.” 이 감사의 정당성에 의문을 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러기 전에 5년 전 감사원을 끌어들여 입맛에 맞는 사장을 앉혔던 자신들의 과거에 대한 반성을 먼저 하는 게 도리 아닐까? 참고로 강 이사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KBS 이사직 해임 처분 취소 소송은 대법원에서 부당 해임으로 결론 났다.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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