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공연, 손흥민 내한경기… OTT 아니면 못 본다
“구독자 늘려야 생존” 각종 콘텐츠 싹쓸이
구독자를 늘릴 수 있다면 뭐든지 집어삼킨다. 국내와 해외도 가리지 않는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드라마, 영화, 예능만 보여주던 건 이제 과거의 얘기. 지금 국내외 OTT 서비스들은 거액을 들여 스포츠, K팝 콘서트, 개봉 영화를 빨아들이는 ‘콘텐츠 폭식 공룡’이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지난달 29일 보고서에서 미 시장조사업체를 인용해 전 세계 스트리밍 시장 규모가 2020년 501억달러(약 67조7000억원)에서 2027년 1843억달러(약 249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돈으로 돈을 버는 OTT들의 ‘머니 게임’에 콘텐츠 시청 플랫폼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구독자 잡는다면 뭐든지… 콘텐츠 폭식 OTT 서비스
블랙핑크 제니, 미 HBO 드라마 주연으로
지난달 22일 글로벌 흥행 시리즈 ‘왕좌의 게임’의 전사(前史) 격인 ‘하우스 오브 드래곤’을 내놨던 글로벌 OTT 서비스 HBO의 올 연말 기대작은 대중음악 산업의 어두운 면을 그릴 드라마 ‘아이돌’. K팝 걸그룹 블랙핑크의 제니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최근 공개된 예고편에는 드라마 내용보다 제니의 출연을 반기는 댓글이 더 많이 눈에 띈다. 글로벌 OTT가 유튜브 10억 뷰를 돌파한 노래가 이미 6곡인 블랙핑크의 인기와 K팝의 대중적 파급력에 주목한 것이다. 배우 조니 뎁의 딸 ‘릴리 로즈 뎁’과 함께 출연하는 제니는 배우로서의 새 이름 ‘제니 로즈 제인’으로 소개된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 티빙은 지난달 14일 가수 임영웅의 서울 콘서트 ‘IM 히어로-서울’을 단독 생중계해 티빙 내 실시간 최고 시청 점유율 96%를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고, 지난 추석부터 콘서트 영상을 독점 공개하고 있다. 티빙은 “임영웅 콘서트는 역대 생중계 유료 가입 기여자 수 1위를 차지했고, 라이브 채팅 창에 총 14만 건의 글이 올라오는 등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했다.
올해 창립 99주년을 맞은 월트 디즈니의 OTT 서비스 디즈니+는 BTS 미국 콘서트 실황 ‘퍼미션 투 댄스 온 더 스테이지-LA’를 독점 공개하며 대표 콘텐츠로 밀고 있다. 구독자 수를 늘리는 데 BTS 팬덤이 강력한 유인책이 될 거라는 계산이다. 디즈니가 지난달 발표한 2분기 실적에 따르면 디즈니+와, 훌루, ESPN+ 등을 모두 더한 디즈니 계열 OTT 서비스의 구독자는 총 2억2110만명으로 넷플릭스의 2억2070만명을 이미 앞질렀다.
아마존, NFL에 130억달러… 스포츠도 ‘OTT 돈 잔치’
골수 팬이 즐비한 스포츠 분야도 OTT 서비스들이 새로 개척에 나선 분야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목요일 저녁 미 미식축구리그(NFL) 중계에 11년 130억달러 계약을 베팅했다. 애플tv+는 금요일 저녁 미 메이저리그 프로야구(MLB) 중계에 연 8500만달러를 질렀다. 애플tv+는 일부 경기를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하고, 미 야구 구단들은 문자메시지와 메일로 시청을 독려한다.
시장조사 기업 닐슨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TV 시청 시간 중 OTT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7월 동기 대비 6.5%p 오른 34.8%로, 3.3%p 떨어져 34.4%가 된 케이블TV를 이미 제쳤다. OTT의 스포츠 생중계를 위한 물적 기반은 이미 갖춰진 것이다.
국내 OTT 역시 티빙이 22~23시즌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주요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지난 7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모바일 인덱스 집계)가 481만명으로 한 달 만에 110만명 늘어 토종 OTT 중 ‘반짝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드라마 ‘안나’와 함께 손흥민이 뛰는 영국 프로축구(EPL) 구단 토트넘이 우리 K리그 올스타팀과 치른 경기 등을 중계한 것이 가장 큰 기여를 했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OTT 구독자만 스포츠 중계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일각에서는 ‘보편적 시청권’ 논란까지 일었다.
여름 대작 영화까지 OTT가 독점 공개 기존 질서 전복
‘현찰의 힘’이 가장 위력적인 건 역시 영화 분야다. 쿠팡플레이는 최근 우리 영화의 여름 대작 ‘한산’과 ‘비상선언’을 독점 공개하면서 또다시 승부를 걸었다. 이전에 대작 영화들은 당연히 ‘부가 판권 시장’으로 불리는 IPTV를 통해 공개되고, IPTV들은 앉아서 수십억원씩 수익을 올리는 것이 시장의 질서였다. 이 공급망 사슬을 OTT가 끊어버린 것이다. 이제 ‘한산’과 ‘비상선언’은 쿠팡플레이 구독자만 볼 수 있다. 이 OTT의 한 달 구독료는 IPTV에서 신작 영화 한 편을 보는 가격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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