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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악 가뭄에 바닥 드러나자 곳곳서 유적 발견… 미국선 공룡 발자국도

레이찰스 2022. 9. 12. 08:21

유럽 최악 가뭄에 바닥 드러나자 곳곳서 유적 발견… 미국선 공룡 발자국도

가뭄이 가져온 천태만상

 

스페인 발데카나스의 저수지 수위가 낮아지며 수백 개에 달하는 선사시대 돌기둥이 모습을 드러냈다. '과달페랄의 고인돌'이라 불리는 유적을 관광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 AFP 연합뉴스
유럽이 올여름 역대 최고 기온을 찍었다.

8일(현지 시각) 유럽연합(EU)에 따르면, 올 6~8월 유럽 평균 기온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섭씨 0.4도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은 작년에도 6~8월 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는데 이를 다시 넘어선 것이다.

유럽은 기온 상승과 더불어 역대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한때 유럽 대륙은 전체 면적의 64%가 가뭄 영향권에 들었다. 이는 500년 만에 최악의 상황이다.

이달 들어 지역에 따라 비가 내리며 일부는 해갈됐지만, 고온건조한 날씨가 3개월 이상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가뭄 피해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가뭄이 심해지면서 뜻밖의 유적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지난달 스페인 서부의 카세레스주 발데카나스 저수지에서는 수백개에 달하는 선사시대 돌기둥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과달페랄의 고인돌’이라 불리는 이 유적은 저수지 수위가 총량의 28%까지 내려가면서 신비한 자태를 뽐내게 됐다.

‘스페인판 스톤헨지’로 불리는 돌기둥은 약 7000년 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1926년 독일 고고학자 우고 오베르마이어가 발견한 이 유적은 1963년 프랑코 독재정권에서 댐을 만들며 자연스럽게 물에 잠겼다가 다시 빛을 보게 됐다.

가뭄으로 인해 세르비아 다뉴브강에 모습을 드러낸 2차 대전 당시 독일 군함. / AP 연합뉴스
스페인 갈라시아 지역에선 로마 시대의 유적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저수지 조성으로 물에 잠겼던 유적이 극심한 가뭄과 함께 물이 빠지면서 옛 모습을 드러냈다. 이 지역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이탈리아에서도 로마 유적이 다시 나타났다. 로마 티베르강에서는 네로 황제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다리 유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다리는 네로 황제가 강 건너편에 있는 어머니 저택에 가기 위해 건설했다고 한다.

고대 선사 시대의 유물도 드러나고 있다.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오글리오강에선 청동기 시절 건축물의 토대가 나왔다. 노르웨이에서는 빙하가 녹으면서 철기 시대의 유물이 발견됐다.

체코 북부 지역에선 ‘굶주림의 바위(hunger stone)’가 등장했다. 예전에 사람들은 극심한 가뭄으로 강물이 메마르면 이 바위에 날짜와 이름을 새기곤 했다. 독일 라인강 쪽에서도 이런 형태의 바위가 발견됐다.

고대 유적뿐만 아니라 전쟁의 흔적들도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 이탈리아 포강에선 2차 대전 당시 침몰한 화물선과 군용차가 발견됐다. 세르비아에선 탄약을 실은 2차 대전 시절의 독일 군함 20여척이 강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최악 가뭄에 다뉴브강과 라인강의 수위가 내려가면서 강물을 따라 경치를 보는 리버크루즈 여행도 쉽지 않게 됐다. 수위가 너무 낮은 지역에선 크루즈 승객을 일단 버스에 태워 수위가 높은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묘안까지 나왔다.

미국 텍사스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 페이스북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도 가뭄에 시달리는 가운데 텍사스 글렌 로즈에 있는 주립공원에선 세계에서 가장 길게 이어졌다고 추정되는 공룡 발자국이 나왔다. 육식공룡인 아크로칸토사우루스가 주로 남긴 발자국으로 추정된다. 오랜 시간 물에 잠겨 있던 발자국은 올여름 극심한 가뭄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에선 세계 최대 옛 석불인 러산대불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평소 물에 잠겨 있던 받침대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장민석 기자 jordantic@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