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댕댕이’ 배변훈련 우주에선 어떻게 할까
[안형준의 안녕, 우주!]

NASA 우주비행사 릴랜드 멜빈이 우주로 가기 전 자신의 반려견과 기념 촬영한 모습. / 트위터 화면
미항공우주국(NASA)이 반세기 만에 달에 사람을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첫발을 내딛는다. 오는 2025년까지 달 유인 착륙을 목표로 3번의 발사가 예정되어 있다. 새로 개발한 우주발사시스템(SLS)이기 때문에 첫 발사에선 사고 위험을 고려해 유인 우주선 ‘오리온’에는 우주인 대신 마네킹(더미)이 탑승해 6주간 달 궤도를 돌고 지구로 돌아온다.
오리온 우주선에는 마네킹 말고도 양과 강아지가 함께 탄다. 실제 동물은 아니고 인형이다. 유럽우주국(ESA)에서 보낸 ‘어린 양 숀’(Shaun the Sheep)과 NASA에서 보낸 ‘스누피’가 그 주인공이다. 두 인형은 우주선이 무중력 상태에 이르면 선내를 두둥실 떠다니며 카메라를 통해 우주선이 안정적인 상태에 이르렀음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민간 우주여행 상용화가 머지않았다. 실제 반려동물을 우주에 데려갈 수는 없을까. 살아있는 동물의 우주탐험 역사는 인간의 우주탐험 역사보다 길다. 우주를 처음 경험한 동물은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지구 궤도를 돈 개 ‘라이카’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라이카 이전에도 많은 동물들이 우주로 보내졌다. 1947년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중 독일로부터 포획한 V2 로켓에 살아있는 초파리를 실어 고도 109㎞까지 날린 뒤 낙하산으로 회수했다. 대기권 밖 방사선이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이후 미국은 앨버트 2세라는 이름의 붉은털원숭이를 시작으로 주로 원숭이를 우주에 보내는 실험에 이용했다. 원숭이 대부분이 임무 중 혹은 지구 귀환 직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련은 1951년 개 두 마리를 우주에 보낸 뒤 살아있는 상태로 회수하는 실험에 성공한 이후 10마리가 넘는 개들을 우주 공간으로 보냈다. 1961년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하기 전까지 동물은 인간 우주 비행의 생존 가능성을 미리 시험하는 데 동원됐다.
1970년대 이후에는 동물이 지구와 우주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이뤄졌다. 고양이·토끼·기니피그·생쥐·병아리 등 소동물과 달팽이·거북이·개구리·성게·해파리 등 수생생물, 나비·벌·파리·바퀴벌레 같은 무척추동물까지 다양한 동물이 연구 대상이었다.
미국과 소련 이외에도 프랑스·아르헨티나·중국·일본·이란이 우주동물 실험을 진행했다. 주로 우주 환경에서 몸 상태 변화나 짝짓기와 수정 후 세포, 조직의 발달을 알아보는 실험이 수행됐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8년 이소연 박사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초파리와 미생물 실험을 진행했다. 이런 실험을 통해 지상에서 오랜 시간 진화해 온 동물이 중력이라는 조건을 벗어던졌을 때 생물학적 기능이 어떻게 달라지고, 바뀐 환경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거미는 중력이 없어도 거미줄 치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으며, 우주에서 잉태한 바퀴벌레 알이 지구에서 부화하기도 했다.
달과 화성, 그리고 그 너머 심우주에 우주 기지를 세우고 인류의 새로운 식민지 개척을 꿈꾸고 있는 지금 우주동물 연구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제 우주동물 연구는 초창기 우주에서의 인간 생존 가능성을 대신 시험하거나, 개별 종의 생물학적 특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탐색해 보는 차원을 넘어 인간이 우주식민지를 개척할 때 함께 데려가야 할 중요한 요소로서 고려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주 가축화’다. 달이나 화성에서 인간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동물을 키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20년 호주의 한 연구팀은 지구상의 다른 육류 단백질 공급원과 비교해 곤충을 키우는 것이 상대적으로 공간과 물이 적게 들기 때문에 귀뚜라미나 누에 번데기, 야자 바구미 유충을 키우는 곤충 농장이 우주 환경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프랑스 해양수족연구소의 연구팀은 물고기 알을 달 기지로 배달해 달 표면 아래에서 끌어온 물로 부화시키는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런데 우주로 데려간 동물은 결국 인간에게 먹히는 존재여야만 할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동물은 인류 문명의 초창기부터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류가 고향 행성인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황량한 곳에서 외로움과 싸워야 할 때 위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와 같은 반려 동물과의 상호 작용이 스트레스를 낮춰 주며, 귀뚜라미를 돌보는 일이 노인의 우울증과 관련된 감정을 현저히 낮춰주었다는 연구도 있다.
과학자들은 이제 실험 대상으로서 동물을 우주로 실어 나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우주식민지를 개척할 동반자로서 동물을 데려갈 방법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달과 화성을 개척할 미래의 탐험가와 과학자들에게 우리가 태어난 행성인 지구의 생물 다양성과 지구 밖 식민지 사이의 생태적 연결을 어떤 방식으로 유지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그곳에서 인간과 동물이 공생하는 생태학적 공동체를 어떤 방식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는 식민지의 지속 가능성과 관계된 중요한 문제다. 당장 우주선에서 내 강아지의 배변 훈련을 어떻게 시킬 것인지부터 고민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
안형준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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