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오쿠보 뜨고, 하라주쿠 지고… 한류가 바꾼 日번화가
지난달 26일 오후 도쿄 하라주쿠 지역. ‘도쿄의 유행이 시작하는 거리’라고 불렸던 이곳에서 10대와 20대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전철 야마노테선(線) 하라주쿠 전철역 다케시타 출구를 나와 약 350m를 걷는 동안 거리 양쪽에 늘어선 가게 중 여러 곳의 문이 굳게 닫혀 있는 모습이 보였다. 거리 초입에 있는 옷 가게 2곳부터 셔터가 내려가 있었고, 50m쯤 더 가니 나란히 붙어 있는 3층 건물 두 채가 통째로 비어 있었다. 텅 빈 가게 유리창에는 ‘임차인 모집’ ‘단기 임대도 상담 가능’ 등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건너편에 있던 중고 의류, 기념품 가게 역시 3곳 모두 영업하지 않았다. 거리 전체에 비어있는 가게가 약 20여 곳에 달했다. 이곳에 있던 스타벅스마저 지난 5월 24년 만에 폐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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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신오쿠보… 한산한 하라주쿠 - 2일 오후 일본 도쿄 최대 한인 타운인 신오쿠보 거리가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곳곳에 한글 간판이 걸렸고, 한국 화장품과 옷 가게에는 일본 여고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위 사진). 반면 지난달 26일 찾은 도쿄 하라주쿠 거리는‘패션과 젊은이의 거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문 닫은 매장이 이어지며 텅 비어 있었다(아래 사진). 최근 K팝과 한국 드라마 등 영향으로 젊은이들의 발길이 하라주쿠에서 신오쿠보로 옮겨졌다는 분석이다. /최원국 특파원
잠시 후 이곳에서 전철을 타고 3정거장을 더 가서 내린 신오쿠보 지역은 완전 별천지였다. 도쿄 최대 한인 타운인 신오쿠보는 전철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인도에서 떠밀려 차도로 걷는 사람들도 많았다.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와플과 닭강정, 호떡, 꽈배기 등 길거리 음식을 들고 ‘인증 샷’을 찍기 바빴다. 한국 화장품 가게에는 교복을 입은 일본 여고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한국 코디’ ‘한국 패션’ 등이 적힌 의류점은 일본인뿐 아니라 서양인, 흑인 등 외국인도 많았다. 신오쿠보 일대 골목 구석구석을 둘러봐도 빈 가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신오쿠보 부동산 직원은 “가게 자리가 하나 나오면 즉각 10여 명 이상이 문의 전화를 한다”고 말했다.
K팝과 한국 드라마 등 일본 열도를 강타한 한류가 도쿄 최대 번화가 두 곳의 희비를 극명하게 갈라놓고 있다. ‘패션과 젊은이의 거리’ ‘가와이(귀여운)라는 단어를 세계에 알린 곳’ 등 일본 젊은이들로부터 사랑받던 하라주쿠는 쇠퇴하고 한인 타운이었던 신오쿠보는 유행의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K팝 등의 영향으로 젊은이들의 발길이 하라주쿠에서 신오쿠보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하라주쿠는 1970년대 후반부터 유행에 민감한 일본 젊은이들이 모이는 거리였다. 지난 50년 가까이 이곳은 일본 젊음과 패션의 상징이자 심장이었다. 하라주쿠에 모이는 일본 젊은이들은 화려한 옷차림과 독특한 화장이 특징이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일본 연예인들이 하라주쿠에 직접 운영하는 가게가 약 50여 곳에 달했다. 이후 하라주쿠는 젊은이들의 거리로 불리며 도쿄는 물론 일본 전역의 유행을 선도했다. 일본 고등학생의 대표적인 수학 여행지였고 도쿄를 방문한 관광객이 찾는 필수 여행지였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관광객이 줄면서 비싼 임대료를 버티지 못한 소형 점포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류가 일본 사회를 휩쓸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패션 전문지 WWD에 따르면 젊은 사람들을 위한 캐주얼한 점포가 많을수록 공실이 심각해 메이지 거리는 7.2%, 다케시타 거리는 14.2%, 오모테산도 인근의 캣 스트리트 북쪽은 26.1%까지 빈 점포가 늘었다.
반면 2019년 말부터 ‘사랑의 불시착’ ‘오징어 게임’ ‘이태원 클라쓰’등 한국 드라마와 K팝 가수들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젊은이들이 신오쿠보로 모이기 시작했다. 예전엔 주로 한인 교포나 일부 일본인들이 찾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도쿄의 최대 번화가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런 변화는 불과 2~3년 사이에 발생했다. 지난 2018년 일본 걸즈트렌드연구소가 여고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거리, 가고 싶은 거리’로 하라주쿠가 41.7%를 차지해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신오쿠보는 7%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0년 말 일본 마케팅 업체 ‘소레나’가 실시한 조사에선 시부야(16.8%) 다음으로 신오쿠보(16.2%)가 2위에 올랐다. 하라주쿠는 3위에 머물렀다. 소레나는 “신오쿠보가 여고생들에게 수십년 동안 절대적인 인기를 끌던 하라주쿠를 능가했다”며 “길거리 음식, 화장품, 패션 등이 일본 젊은이들의 소셜네트워크 감성과 맞아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신주쿠한국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신오쿠보 지역의 한국 점포는 634곳으로 조사됐다. 2017년 당시 396곳에서 5년 만에 약 60%가 늘었다. 상인연합회 측은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점포 수가 증가하면서 번화가가 확장됐다”며 “신오쿠보에서 인기를 확인한 후 일본 전국으로 직접 진출하는 매장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동양경제는 “신오쿠보가 새로운 문화 발신지가 되고 있다”며 “젊은 여성뿐 아니라 폭넓은 세대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최원국 특파원 wg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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