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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중음악 시상식 장식한 K팝...블랙핑크·BTS·세븐틴 VMA 수상

레이찰스 2022. 8. 30. 06:41

美 대중음악 시상식 장식한 K팝...블랙핑크·BTS·세븐틴 VMA 수상

블랙핑크 K팝 걸그룹 최초 VMA 2관왕 달성
BTS는 4년 연속 수상 성공
화제의 신인상 거머쥔 세븐틴
팬들 “한국 음악방송인 줄”


“이들은 K팝으로 세계 이목을 사로잡았습니다(Taken away). 오늘 미국 음악 시상식 쇼에는 처음 서는 건데, 신곡 ‘핑크 베놈’을 선보일 거라네요. 박수 보내주세요(Give it up), 블랙핑크!”

28일(현지시각) 미국 뉴저지주 푸르덴셜센터에서 열린 VMA 시상식 레드카펫에 선 걸그룹 블랙핑크. 왼쪽부터 멤버 리사, 지수, 제니, 로제./연합뉴스
28일(현지시각) 미국 뉴저지 주 푸르덴셜센터 ‘2022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이하 VMA)’ 시상식 공연 현장.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무대 천장에서 거대한 독니 모양 조형물이 등장해 분홍빛 조명을 물방울처럼 무대 위로 떨어뜨렸다. 이윽고 분홍빛 조명이 독처럼 무대 위로 퍼져나갔고, 걸그룹 블랙핑크가 등장해 신곡 ‘핑크 베놈(Pink Venom·분홍빛 독이란 뜻)’을 부르기 시작했다. 객석에선 찢어질 듯한 환호성이 쏟아졌고, 관객은 물론 DJ칼리드 등 시상식 참석 가수들까지 일어나 춤을 추며 블랙핑크의 노래를 즐겼다.

이날 블랙핑크는 이 시상식에서 ‘베스트 메타버스 퍼포먼스(게임 ‘배틀그라운드’ 내 인게임 콘서트)’, ‘베스트 K팝(멤버 리사 솔로곡 ‘라리사’)’ 부문을 수상했다. 이들은 2020년에도 곡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으로 ‘송 오브 서머’ 부문을 수상했었다. 하지만 미국 주요 시상식 본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고, 2관왕을 달성한 건 이들 스스로에게도 K팝 걸그룹 역사에서도 최초의 기록이다.

1984년부터 열려온 이 시상식은 미국 24시간 음악방송 전문 채널 ‘MTV’가 주관한다. 매년 여름마다 미국 현지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무대 위 퍼포먼스 등 ‘비디오 활약상’에 대해 20여개 부문을 시상해왔다. 최근 미국 내 TV시청률 자체가 낮아지면서 미국 3대 음악상(그래미어워즈·빌보드뮤직어워즈·아메리칸뮤직어워즈)에 비해 매해 낮아지는 영향력으로 고심해온 시상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지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악 관련 시상식’을 꼽을 땐 여전히 VMA가 빠짐 없이 거론 된다.

올해 VMA에는 특히 “K팝이 미국 현지 음악계와 대중에게 점차 익숙한 장르로 정착해 가는 모습이 보인다”는 평이 나온다. 이날 블랙핑크 멤버 리사는 수상 소감으로 “내 (라리사) 솔로 프로젝트를 함께 한 테디 오빠와 YG, 그리고 스태프들 모두 감사 드린다. 블링크(Blink·블랙핑크 팬을 지칭)와 멤버들에게도 모두 고맙다”며 한국어로 외쳤다. 이후 다른 멤버들과 함께 ‘중간 사회자(브릿지 아티스트)’로서 무대에 설 땐 유창한 영어로 수상 후보자들을 소개했다. 이들이 시상식 중계 카메라에 잡힐 때마다 객석에선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소셜미디어에선 “꼭 한국 음악방송 현장 같이 느껴진다”는 반응도 나왔다.

VMA 시상식에서 신곡 '핑크 베놈' 무대를 선보인 걸그룹 블랙핑크./연합뉴스
올해 이 시상식의 대상 격인 ‘뱅가드 어워즈(니키 미나즈)’ ‘올해의 비디오(테일러 스위프트)’는 모두 현지 가수에게 돌아가긴 했지만, K팝 가수들이 거머쥔 트로피 종류의 폭도 넓어졌다. 블랙핑크 말고도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올해의 그룹상)과 세븐틴(올해의 푸시 퍼포먼스상)이 2019년부터 VMA가 K팝 가수들에게만 따로 시상하기 위해 만든 ‘베스트 K팝’ 부문 외에도 다양한 주요 부문을 수상했다.

그 중에서도 세븐틴이 탄 ‘올해의 푸시 퍼포먼스상’은 말 그대로 MTV에서 ‘밀어주는’ 실력파 신인 그룹에게 주는 상. 시상식 시작 직전까지 세븐틴 외에도 ‘머니 롱’ ‘오마 아폴로’ ‘게일’ 등 미국 현지 신인 가수들을 두고 팬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정했는데 세븐틴에게 몰표가 몰렸다. MTV 측에선 앞서 23일에도 수상 후보자들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세븐틴에 대해 “작사, 안무, 공연 등 대부분 작업을 직접 프로듀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크게 호평했다.

올해 이 시상식에서 ‘올해의 그룹상’ 1개를 거머쥐며 4년 연속 수상에 성공한 BTS는 당초 수상 후보에는 총 6개 부문(올해의 그룹상·베스트K팝·베스트 안무·베스트 메타버스 퍼포먼스·송 오브 서머)까지 이름을 올렸었다. 총 3개 부문(올해의 그룹상·베스트 메타버스 퍼포먼스상·베스트 K팝)에서 후보 지명이 겹친 블랙핑크 외에도 푸 파이터스, 이매진 드래건스, 마네 스킨 등과 트로피를 두고 경쟁했다. 모두 미국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끄는 쟁쟁한 이름들이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3년 전만 해도 미국 주요 시상식들에서 K팝의 ‘부상’이 보였다면, 이젠 점점 현지 음악으로 녹아 든 모습”이라며 “특히 ‘보는 음악’을 중시하는 VMA는 미국 시상식 중에서도 퍼포먼스가 강점인 K팝과 궁합이 잘 맞는다. 활약상이 늘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이 밖에도 후보 명단부터 수상 확정까지 철저하게 현지 팬 투표로 결정되는 VMA의 시상 방식도 빠른 팬덤 결집력이 강점인 K팝에게 이점으로 꼽힌다.

윤수정 기자 sooma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