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 오르려면 2000만원 장례비 맡기고 가”…관할 시장의 경고
“고온에 빙하 녹아내려... 인생 걸고 산행 무책임”

몽블랑 산 전경./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의 알프스 산맥 빙하가 이상 고온으로 녹아내리자 최고봉 몽블랑을 끼고 있는 프랑스 도시가 등산객에게 위험부담 보증금 1만5000유로(약 2000만원)를 징수할 방침을 세웠다고 미국 CNN 방송이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장 마르크 펠렉스 생제르베래뱅 시장은 최근 “폭염으로 더 위험해진 몽블랑에서 자신의 인생을 걸고 산행하는 무책임한 등산객이 많아졌다”며 보증금 도입 취지를 밝혔다.
최근 기후위기로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탐방로 환경이 악화됐고, 이에 등산객들의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단 것이다. 이에 등산객 조난에 들어가는 평균 구조 비용(1만 유로)과 희생자가 발생할 경우 발생하는 장례비용(5000유로) 등을 산정해 보증금을 책정했다는 게 펠렉스 시장 설명이다.
펠렉스 시장은 “이 비용들을 프랑스 납세자가 부담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며 “(등산객들이) 자신의 배낭에 죽음을 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펠렉스 시장은 평소에도 등산객 안전과 통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최근 몽블랑에는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대규모 낙석이 발생해 등산객 안전이 위험해진 상황이 되자 반드시 안전장비를 갖출 것 또한 경고해왔다. 일명 ‘로열 웨이(Rayal Way)’라는 인기 구간의 경우 통행을 금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한 의사 산악인 단체 소속 50여명이 ‘로열 웨이’를 통과해 등반하자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고 있다”며 이들을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몽블랑 반대편을 끼고 있는 이탈리아 휴양 도시 쿠르마유르는 등산객을 대상으로 한 보증금 징수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로베르토 로타 쿠르마유르 시장은 현지 언론에 “산은 사유 재산이 아니다. 객관적인 위험요소가 있다면 등산로를 막는 게 낫다”고 밝혔다.
알프스 산맥 빙하가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녹으면서 몽블랑은 이미 인기 탐방로 일부가 폐쇄된 상황이다. 지난 겨울 적설량이 적은데다 지난 5월부터 유럽에 극심한 폭염이 덮친 탓이다.
빙하가 녹으면 산사태와 눈사태의 위험이 커진다. 지난 3일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산맥의 마르몰라다 정상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탐방객 11명이 숨지기도 했다.
김자아 기자 kimself@chosun.com
기자 프로필
'등산,트레킹,트레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루한 진부령, 험악한 미시령 사이 유순한 길 “사람 겁나게 와” (0) | 2022.08.07 |
---|---|
산 전체가 유네스코 지정된 곰배령…서늘한 기운 속 야생화 천국 [포토버스] (0) | 2022.08.06 |
여기 강릉 맞아? 계곡 걷다보니 폰 끊겼다, 폭염도 비껴간 오지 (0) | 2022.08.04 |
604억 쏟은 849km 명품 숲길..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 생긴다 (0) | 2022.07.30 |
휴게소 없앤 속리산 "악취 진동한다"…등산객 '산중 용변' 몸살 (0) | 2022.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