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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조차 北-南순이었다...文정권이 왜곡한 '충격의 역사박물관'

레이찰스 2022. 7. 19. 09:24

자료조차 北-南순이었다...文정권이 왜곡한 '충격의 역사박물관'

중앙일보
장세정 기자중앙일보 논설위원 구독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 내용이 많이 이상해졌다." 항간에 이런 이야기가 알음알음 전해져 궁금증이 발동했다. 서울 광화문광장 건너편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건국 대통령 이승만(1875~1965)과 '한강의 기적'을 일군 박정희(1917~1979) 전 대통령의 흔적이 지워졌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믿기 어려웠다.

 마침 19일이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7주기여서 사실 확인을 위해 며칠 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찾아갔다. 과학기술처 장관과 서울시립대 총장을 역임하고 2009~2012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위원장을 맡았던 김진현(86)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이 현장에 동행했다.
 2012년 12월 개관 초기에 관람했던 기억을 더듬어보니 외형상으로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상설 전시장 규모였다. 전에는 3, 4, 5층에 100여년의 근현대사를 연대기 순으로 배치했었는데, 지금은 5층에 전시물을 구겨 넣은 듯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대한민국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5층 전시관 입구에 붙은 안내문에 힌트가 보였다. '전시는 민(民)이 주인임을 자각하고 근대적인 국가 만들기를 모색한 시기에서 출발하여 국민국가의 새로운 경계를 질문하게 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세 개의 시간대로 나누어 구성하였습니다.' 좌파들이 추종하는 민중사관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위원장을 맡았던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이 10년만에 박물관 현장을 찾아가 전시물의 이념 편향성을 지적하고 있다. 계급투쟁론과 수정주의 역사관이 보인다고 짚었다. 장세정 기자

 1876년 개항기부터 시작했던 10년 전과 달리 지금의 전시는 1894년 갑오농민운동부터 시작했다. 아래로부터 일어난 민중의 역할을 부각하려는 전시 기획 의도를 드러냈다. 『대한민국 성찰의 기록』을 최근 출간한 김진현 이사장은 "지주와 소작농이 갈등했다는 계급투쟁론에다 수정주의자들의 억지 역사관이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백성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그것만으로는 건국과 역사 발전이 어렵다. 이승만·박정희라는 탁월한 리더십과 미국의 안보·경제 지원이라는 국제 환경 요소가 중요했다"고 평가했다.

2012년 12월에 개관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문재인 정부 들어 전시물을 대폭 교체했다. 그 과정에서 좌파의 민중사관과 계급투쟁론을 반영해 대한민국 역사를 많이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장세정 기자

 대한민국역사관박물관 간판을 내걸고도 건국 대통령의 자취를 소홀히 취급하거나 부정적인 부분이 도드라지도록 설계했다는 의심이 드는 장면이 적지 않았다. 1948년 7월 24일 당시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던 옛 조선총독부에서 열린 이승만 대통령 취임식 장면 사진에는 제대로 된 설명조차 안 보였다. 반면 1960년 3·15 부정 선거는 전시 공간을 크게 할애해 쉽게 눈에 띄었다. 김진현 이사장은 "건국을 너무 작게 다루고 제주 4·3사건을 중앙에 배치한 것이 부적절하고, 4·19혁명을 지나치게 크게 취급했다"고 지적했다.
 가장 황당한 대목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관련 코너였다. 남북 비교표를 만들 때 남-북을 각각 좌우에 두는 것이 상식이지만 북-남으로 선후가 바뀌었다. 북한이 어떤 작용을 하자 남한이 반작용했다고 오인하기 쉽다. 민주적 선거가 치러진 긍정적 이미지와 북한 헌법을 북측에 배치하고, 남측에는 친일반민족행위자와 모리배 척결을 촉구하는 부정적 이미지를 눈에 띄게 배치한 의도가 의심스러웠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싶어 내부 사정에 밝은 전문가를 탐문해봤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7년 11월 당시 도종환 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부임해 상명대 주진오 교수를 새 관장으로 임명하면서 전시 내용이 확 바뀌었다"고 증언했다. 주 관장 부임 이후 전시 내용을 전면 개편하려 했으나 예산 문제로 지연돼 결국 2020년 6월에야 지금의 5층 전시관처럼 수정했다고 한다. 그 이후 3층은 체험관, 4층은 테마관으로 바꿨다.
 주 교수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비판한 좌파 사학자로 불린다. 특히 그가 대표 집필한 한국사 교과서에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인 대한민국을 '선거가 가능했던 38도선 이남 지역에서 정통성을 가진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서술해 정통성 훼손 시비를 일으키기도 했다.

 1시간가량 박물관을 둘러본 김진현 이사장은 "우리 역사학계의 고질적 분열을 하루아침에 극복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정파와 학파를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법통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문체부·교육부·국사편찬위원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문했다.
 2020년 4월 11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국립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서울 서대문구) 기공식에 참석해 방명록에 '백 년의 기억 위에 새로운 백 년의 꿈을 심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막대한 세금을 퍼부어 박물관을 지어 놓고 정치적 필요에 따라 역사적 기억조차 왜곡한다면 어떻게 올바른 꿈이 튼실하게 자랄 수 있겠나. 이제라도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역사 서술과 인식의 균형을 잡는 작업이 시급해 보인다.

'이승만 건국 대통령 VR 기념관' 건립 운동을 주도해온 손병두 추진단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민간 모금으로 만드는 기념관은 8월 15일 오픈할 예정이다. 장세정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곳곳에서 벌어진 역사 왜곡을 하나씩 바로 잡으려는 자발적 움직임이 최근 민간 주도로 벌어지고 있다. '이승만 건국 대통령 VR(가상 현실) 기념관' 건립 운동이 대표적 사례다. 서강대 총장, KBS 이사장, 호암재단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이번 건립 운동을 주도한 손병두(81) VR 기념관 추진단장을 만났다. 오는 8월 15일 광복절 개관을 목표로 지난 5월 초 모금 을 시작했다. 40여일 만에 국내외에서 수백명이 십시일반으로 동참해 3억원을 모았고 최근 4억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은.
 "1957년 경복고 2학년 때 이 대통령의 82회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동대문 운동장에서 열린 매스게임에 참여했다. 그 후 경무대(지금의 청와대)로 초대해 '수고했다'며 격려해주고 사진을 같이 찍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대학 1학년 때 3·15 부정 선거를 비판하러 경무대 앞까지 데모하러 갔던 4·19 혁명 세대다. 그 뒤부터는 부정선거를 저지른 독재자로 각인돼 더는 알려고 하지 않고 잊고 살았다."
 -악연이 있는데 왜 모금 운동을 주도하나.
 "이 대통령이 29세 때 한성감옥에서 쓴 『독립정신』을 70세 무렵 읽고 그분을 제대로 알게 됐다. 100여년 전에 쓴 책이지만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놀랐다. 선각자이자 독립운동가인 건국 대통령을 잊고 살았으니 배은망덕했구나 싶어 자성했다."
 -VR 기념관 제작 동기는.
 "박정희·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은 있지만, 건국 대통령 기념관이 없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지난 대선 때 모 후보가 '이승만은 친일 매국 세력의 아버지'라고 매도하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이승만을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승만이 바로 서야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는 신념으로 가상공간에 VR 기념관부터 짓자고 마음먹었다. VR 대통령 기념관은 세계에 전례가 없다."
 -나라마다 건국 대통령을 기린다.
 "대한민국 주류세력은 경제 건설과 산업화에 몰두하느라 꼭 해야 할 일을 잊고 살았다. 안타깝다. 공기를 마시며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는 것처럼 우리는 무지와 무관심 속에 살아왔다. 역대 보수·우파 대통령들이 진보·좌파의 정치 공세에 밀려 비겁했던 측면도 있다. 북한을 포함한 반대 세력들이 끊임없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지우기 위해 '이승만부터 죽여야 한다'며 집요하게 공(功)을 깎아내리고 과(過)를 부풀린 영향도 크다."
 -어떻게 재조명할 것인가.
 "이 대통령은 해외에 망명해 33년간 항일 독립 투쟁을 했다. 좌우 대립이 극심했던 해방 공간에서 미국과 유엔의 도움을 얻어 자유 선거를 통해 한반도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에 의한 자유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을 세웠다. 농지 개혁, 의무교육, 6·25전쟁 승리, 한·미 동맹 조약, 한·미 원자력 협정, 평화선(이승만 라인) 선포 등이 대표적 업적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토대를 마련한 이 대통령의 공이 9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물 기념관 건립 움직임은.
 "나중에 실물 기념관 건립 여건이 갖춰지면 용산공원의 국립중앙박물관 옆에 지으면 좋겠다. 용산공원은 청군·왜군·미군이 주둔했던 자리라 한 평생 독립운동을 해온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이 들어서면 상징성이 크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그런 뜻을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시대를 맞아 건국 대통령 기념관이 용산에 들어서면 미국 수도 워싱턴처럼 멋진 조화를 이룰 것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미국 망명 시절 조직한 하와이 동지회 회원의 KBS 인터뷰 장면. [유튜브 영상 캡처]

서울현충원에 조성된 건국 대통령 이승만 부부 묘역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무궁화가 피었다. 장세정 기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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