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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장마’ 사라지고 ‘여름 소나기’ 왔다

레이찰스 2022. 7. 14. 07:59

기후변화로 ‘장마’ 사라지고 ‘여름 소나기’ 왔다

기후 환경은 일상생활과 산업 활동에 영향을 많이 준다. 역사적으로도 알맞은 기후가 인류의 문명 발달을 좌우하는 원인의 하나로 작용했다. 최근 세계 도처에서 폭우나 가뭄이 잇따라 사회 경제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5월 강우량이 10㎜ 미만에 그쳐 농작물이 고사(枯死)하고 지하수까지 부족한 심한 가뭄이 발생했다. 6월 중순부터 7월 상순에는 섭씨 32~37도의 폭염이 발생해 열사병으로 생명을 잃는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달 말 한대전선대(일명 장마전선)가 지나며 강우량을 약 50~200㎜ 발생시킨 후, 7월 들어서는 북서 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에 확장되어 열대 공기가 지배하고 있다.

장마는 비 오는 날 수와 강우량으로 정의되며 6월 중순에서 7월 말에 약 30~40일간 지속적으로 비가 오는 계절 현상을 말한다. 한 주에 대개 4~5일은 연이어 비가 오고 공기도 축축해 곰팡이가 핀다. 한국의 1년 강수량은 약 1000~1600㎜이며, 이 중에 약 30%는 장마철에 내리는 강우량으로 수자원 공급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와 눈은 우리 생활용수의 근원이며, 생태계와 지하에 물을 공급한다.

6월 15일부터 7월 10일까지 26일 동안 중부지방 서청주에는 비가 총 5차례 왔다. 강우량은 111.1㎜로 예년 장마철 강우량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장맛비가 적고 기간이 짧아지면 좋아하는 이도 있지만, 부족한 물관리를 해야 한다.

장마를 형성하는 올해 정체전선은 머무는 기간이 짧아 강우 일수와 강우량이 적었다. 이번 장마철에는 비 온 날 비율이 35%에 그쳤고, 비가 오지 않는 날이 65%나 된다. 이처럼 예전의 긴 장마와는 현저히 달라져 장마라고 부르기 어렵다.

여름 소나기 비구름대는 남부 지방에서 시작해 북한과 만주로 서서히 북상하며 전국적으로 강우를 많이 기록한다. 그런데 올해는 북-남으로 늘어선 한대전선이 북한에 머물며 평안도와 황해도에 약 400~700㎜(추정) 폭우가 내려 수해가 생겼다. 강우량이 위도와 지형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큰 원인은 선형적인 대류운이 국지적으로 발달해 지역에 따라 폭우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변적인 국지성 폭우는 1일 300~800㎜도 가능하므로 홍수와 수해에 대비해야 한다.

예전의 장맛비는 주로 연속성 비가 왔다. 그러나 최근 강우는 주로 단속적인 소나기성 비가 많았으며, 장마 기간과 장맛비 양이 변화되었다. 이제는 장마전선, 장마 기간, 장맛비의 정의와 적용을 바꿔야 한다. 4~7일에 한 번씩 오는 소나기를 장맛비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여름 소나기’ ‘소나기 계절’ ‘우기(雨期)’ ‘잦은 소나기’ ‘여름철 폭우’ 등으로 불러야 한다.

지구적인 온난화는 하·중층 기류의 흐름에 변화를 준다. 대륙의 온난화는 서늘한 대륙성 기단을 가열하고, 해양성 열대기단과의 기온과 습도 차이를 감소시켜 두 기단의 혼합 지역인 정체전선과 기압골의 비구름과 강우 형성을 약화시킨다. 결과적으로 기후변화가 올해 우기의 비 온 날 수와 중남부의 강우량을 예년보다 감소시켰다. 이처럼 세계적인 온난화와 기후변화는 장마전선과 장맛비를 바꾸는 이변을 발생시킨다.

이제 해양성 열대공기가 북상해 우기가 종료되면 35~40도 고온과 함께 폭염 일수와 열대야 발생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미 지난 30일간 동중국의 기온은 예년보다 2~6도 높아 37~40도 이상을 기록 중이다.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 한국교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