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키스패너로 맞았지만… 공장장님을 용서합니다
방글라데시 근로자 바부씨
“공장장 사과에서 진심 느껴
합의금은 1원도 필요없어요
경험한 한국인 95%는 좋은 사람
비자 8월 끝나지만 한국 또 올것”
법원 찾아가 ‘처벌불원서’ 제출

2016년부터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출신 근로자 바부씨가 그의 고향에서 아들 아불라(왼쪽), 딸 부시라와 함께 있는 모습. /바부 누루나비
지난 4월 경기도 광주의 한 플라스틱 제조 공장. 방글라데시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 바부 누루나비(30)씨의 얼굴로 욕설과 함께 공장장의 주먹이 날아왔다. “일을 서투르게 한다”는 게 이유였다고 한다. 휘청거리는 그에게 공장장 A씨는 강철로 된 멍키스패너도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바부씨의 팔 살갗이 5㎝쯤 찢어져 피가 흘렀다. 바부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공장장은 특수 폭행 혐의로 입건돼 최근 기소됐다.
하지만 피해자인 바부씨는 지난달 30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을 직접 찾아가 A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처벌 불원서를 냈다. 바부씨는 “공장장과 10분쯤 전화 통화를 하며 사과를 받았는데 진심을 느꼈다”면서 “앞으로 나 같은 일을 겪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벌 불원서를 내는 대가로 어떤 것도 받지 않았고, 아무런 요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처벌 불원서를 내느라 하루 일을 하지 못해 일당을 포기해야 했다.
바부씨의 용서는 이 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방글라데시인은 물론, 한국인 동료들의 응원이 있어서 가능했다. 바부씨가 공장장에게 폭행당한 후 이들은 “포기하지 마” “항상 옆에서 도와줄게”라며 그를 위로했다고 한다.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포천 이주노동자센터를 소개해준 사람도 있었다. 이 센터를 운영하는 김달성 목사는 “바부씨에게 진단서를 받아두라고 조언했더니, 처음부터 ‘돈은 1원도 필요 없어요’라고 했다”며 “오히려 합의금을 받아내려고 이런 소동을 벌이는 외국인으로 비춰질까 걱정을 하더라”고 했다. 바부씨는 “내가 경험한 한국인 95%는 좋은 사람인데, 단 5%의 사람 때문에 이렇게 마음 아픈 일이 생긴다”며 “한국인 모두가 나에게 모질게 대할 것이라 단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바부씨는 한국에 들어와 일한 지 벌써 6년째다. 방글라데시에는 딸 부시라(8)와 아들 아불라(6)가 있다. 아내는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아내에게는 자신이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지만, 자녀들에게는 절대 이 사실을 말하지 말아 달라고 아내에게 신신당부했다. 바부씨는 “자식들 눈에 눈물이 나오면 내가 더 아프다”고 했다.
폭행 사건 이후 공장을 그만둔 그는 요즘 경기도 일대에서 일용직으로 일한다. 올해 8월 취업 비자 만기가 돌아와 방글라데시로 돌아가야 한다. 이런 일을 겪었지만 그는 여전히 한국이 좋다. 6년 전 한국에서 일하기로 한 것도 한국에 대한 애정이 커서였다. 특히 ‘응답하라 1988′ 드라마에 담긴 한국인들의 따뜻한 모습에 매료됐다고 했다. A씨의 사과 한마디만 듣고 처벌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도 한국인들에 대한 이런 마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바부씨는 “또 비자를 받아서 한국에 돌아올 것”이라며 “다음 번에는 꼭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오고 싶다”고 했다.
'산업,창업,취업,고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쌍용차 새주인에 KG 사실상 확정..법원에 인수예정자 선정 신청 (0) | 2022.06.28 |
---|---|
300명 작업장에 30명뿐… “배 만들 사람없어 일감 1400억 포기” (0) | 2022.06.27 |
월세 400 청담동 기숙사 어떻길래… 여에스더 “직원들 위한 플렉스” (0) | 2022.06.27 |
삼성도 LG도 앞다퉈 '모빌리티'..영역 넓히는 전자업계 (0) | 2022.06.27 |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 누리호 성공에 탄력… KT·한화 ‘눈독’ (0) | 2022.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