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도 극찬한 이 동네 버스 정류장 “우리 區 작은 정책 전국 퍼질 때 희열”
생활 밀착 행정으로 3선 성공한
서울 성동구청장 정원오 인터뷰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성동구민 누구나 원하면 구청장과 대화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답했다. 2018년 재선에 성공한 뒤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한 그는 구민이 보낸 모든 문자에 답한다. 그는 “문자, SNS, 대면 등 다양한 소통의 길을 열어놓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든 민원은 ‘역지사지’ 해보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한국의 새로운 버스정류장은 ‘우리가 지금 공상과학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2020년 8월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서울 성동구의 최첨단 버스정류장 ‘성동형 스마트쉼터’를 다루며 이같이 보도했다. 성동형 스마트쉼터는 냉난방은 물론, 자외선 살균과 미세 먼지 조절 기능까지 갖췄다. 휴대폰 무선 충전과 와이파이도 이용할 수 있다. 당연히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인근 도로 사정은 어떤지 등의 교통정보도 제공된다. 3면이 유리로 돼 있고, 카페처럼 음악도 흘러나온다. CNN·가디언 등 외신들은 앞다투어 이 신개념 버스정류장을 소개하며 극찬했다.
성동형 스마트쉼터는 정원오(54) 성동구청장의 역작이다. 그는 스마트쉼터 개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원래 버스정류장은 폭염이나 한파, 미세 먼지를 견뎌야 하는 곳이었다. 2017년 겨울 정류장에 텐트(온기누리소)를 쳤더니, 구민들이 너무 좋아하더라. 여기서 착안해 안전하면서도 쾌적한 쉼터를 만들었다.” 스마트쉼터는 충주·홍성·춘천 등 전국으로 전파됐다.
정원오의 행정은 언제나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을 해결하는 데서 시작한다. ‘성동형 모바일전자명부’도 마찬가지다. 휴대폰으로 QR 코드를 찍어 출입을 기록하는 이 서비스는 성동구에서 최초로 도입돼 전국으로 확대됐다. 집집마다 못 쓰는 칼을 갈아주는 ‘칼갈이 서비스’, 고장 난 우산을 고쳐주는 ‘우산 수리 서비스’ 등도 작지만 실생활과 맞닿아 있어 호평받았다.
생활 밀착 행정의 힘일까. 젊은 세대는 그를 ‘성동구 아이돌’로, 중·장년층은 ‘일 잘하는 구청장’으로 부르며 환호했다. 인기는 선거 결과로 증명됐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그는 현직 서울 구청장 가운데 유일하게 3선에 성공했고,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인 이른바 ‘한강벨트(한강을 접하고 있는 11구)’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민주당이 전국적인 참패를 기록했지만, 그는 57.6% 득표율을 기록하며 살아남았다. 지방선거는 소위 ‘줄투표’ 현상이 벌어지곤 하는데, 이를 ‘개인기’로 뚫은 것이다.
지지 정당을 넘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 비결이 궁금해졌다. 선거 직후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의 바쁜 일정 탓에 이달 중순에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성동구청 1층 ‘책마루 도서관’에서 만난 그는 오가는 구민들에게 연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칭찬이 자자하더라”는 말에 그는 수줍어하며 “아이고, 감사합니다”란 말만 반복했다. 인터뷰 내내 이 같은 ‘겸양’은 계속됐다. 예컨대 이런 것이었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구민”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구민들로부터 많이 배운다”면서.
‘성동형 스마트쉼터’의 모습. CNN 등 여러 외신이 앞다투어 보도했다. /성동구청
-세 번째 당선이다. 비결이 뭔가.
“구민들께서 지난 8년간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신뢰해주신 덕분이다. 코로나 비상 시국도 한 계기가 된 것 같다. 예전엔 많은 분이 ‘내가 구청에 볼일이 뭐가 있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구청에 볼일이 많이 생겼다. 구청의 행정 서비스를 더 많은 구민이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됐고, 자연스레 다른 구와 비교도 하게 됐다. 구정(區政)에 대한 사람들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능한 지방정부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여기에 동네 숙원 사업들, 삼표 레미콘 공장 철거와 GTX-C노선 왕십리역 신설, 금호역 장터길 도로 확장 등을 해결하는 능력 같은 것을 종합적으로 (구민들이) 판단한 것 같다.”
-’내가 잘했기 때문’이라고 요약하면 되나.
“하하하! 이런 얘기를 하기가 상당히 조심스럽다. 내가 일을 잘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구민들을 만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적지 않은 구민이 시장은 오세훈을 뽑으면서 구청장은 당신을 뽑았다.
“시장은 거대 담론, 구청장은 생활 담론에 대한 평가로 뽑은 게 아닐까. 시장 선거는 어쨌든 (국민의힘이 승리한) 대선의 연장 선상으로 진행된 느낌이 강하고, 구청장은 ‘피부로 느끼는 생활상 요구를 누가 잘 해결해 줄 것인가’란 질문이 작용한 것 같다. 선거 운동 할 때 한 주민 분이 와서 이렇게 말씀하더라. ‘여당을 밀어줘야겠는데, 당신이 일을 잘했어서 고민이다.’ ‘당신은 일을 잘했지만, (민주)당이 마음에 안 들어서 못 찍겠다’는 분도 계셨다. 구민들이 고민을 엄청 많이 하신 거다. 선거 결과 약 20% 구민이 교차투표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고민한 분들은 훨씬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한 40%는 될 것이다.”
-거대 담론과 생활 담론?
“(유권자의 표심을) 이념이나 진영과 같은 거대 담론이 일률적으로 지배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본다. 주민들의 생활적 요구를 기반으로 하는 생활 담론이 중요한 축으로 부상했다. 예전에는 민주화와 같은 거대 담론적 요구만 해결되면 나머지도 다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민주화도, 정권 교체도 해보지 않았나. 그러나 정작 내 생활의 문제는 잘 풀리지 않는 거다. ‘손톱 밑 가시’처럼 불편한 일, 동네 사람들이 수십년째 원해온 일을 해결해주는 유능한 지방정부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됐다는 것의 방증일 수도 있다.”
그의 선거 유세에는 수백명 규모 군중이 몰려들었다. 보통 거물급 광역단체장 후보들 유세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선거 뒤에도 인기는 뜨겁다. 인터넷 맘카페, 지역커뮤니티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해보면 칭찬 글이 수두룩하다. 성동구를 ‘정원오 보유구(區)’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 열린 정원오 구청장(당시 후보)의 집중 유세 장면. /성동구청
-’정원오를 봤다’는 목격담도 공유되더라.
“나를 친근하게 느끼시는 것 같다. 구민들과 문자메시지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통도 많이 하고, 또 (내가 구민들과) 소통한 얘기들이 돌기도 하니까 그런 것 같다. 일면식이 없어도 왠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인 것 같은? 특히 초등학생들이 나를 엄청 좋아한다. 하하!”
-젊은 층에선 ‘성동구 아이돌’로 통하던데.
“아이고, 이거 뭐라고 해야 할지…. 과분하다. 그것도 친근함의 표현인 것 같다.”
그가 올린 트위터 글들은 MZ세대의 큰 호응을 받았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가 성수동으로 이전하는 것이 알려졌을 때 올린 트윗이었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걸그룹 에스파의 노래 ‘넥스트 레벨’ 뮤직비디오에 나온 ‘광야’의 좌표가 당시 성수동에 입주 예정이었던 SM엔터테인먼트 신사옥을 가리킨다는 글을 올리자, 그는 이를 리트윗하며 입에 검지 손가락을 대고 ‘쉿’ 하는 것 같은 이모티콘을 올렸다. K팝 팬들은 그에게 ‘성동맘바(에스파의 데뷔곡 ‘블랙맘바’에 빗댄 말)’ ‘광야구청장’ 등의 별명을 붙이며 재밌어했다. 선거 운동 기간에는 자신이 신은 이른바 ‘삼선(三線) 운동화’를 가리키는 사진을 올리며 ‘삼선(三選)’ 의지를 위트 있게 표현했고, 강아지와 눈을 맞추는 사진을 올리면서 마치 강아지에게 하는 말인 양 ‘구청장은 나야, 둘이 될 수 없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부끄러워서 인사만 드리고 도망쳤다는 지지자의 트윗에는 ‘여러분… 저는 해치지 않습니다… 인사해요…’라는 답글을 달았다.
-유머러스한 트윗이 화제다. 직접 하는 건가.
“처음엔 혼자 하다가, 트위터 문화에 녹아들지 못하는 것 같아서 젊은 직원들로부터 조언을 받기 시작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글로 길게 쓰려고 하면, 직원들이 ‘그런 건 요즘 이모티콘으로 한다’고 하는 식이다. SM 신사옥 관련 트윗은 (성동구 내 유치를) 자랑 좀 해보려고 한 것이다.”
-다른 구청장들을 위해 소통 팁을 공유한다면.
“나를 위주로 소통해선 안 된다. 구민에게 맞춰야 한다. 문자가 편한 이들과는 문자로, 대면이 편한 이들과는 직접 만나 소통해야 한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지난 선거 운동 기간 중 트위터에 올린 자신의 사진. '삼선(三線)' 운동화를 가리키며 삼선(三選) 의지를 재치있게 표현했다. /성동구청
-선거 슬로건 ‘클래스가 다른 성동’은 어떤 뜻인가.
“성동구는 다른 구와 다른 클래스가 있다. 삶터·일터·쉼터가 가장 균형 있게 발전한, 살기 좋은 도시라는 자부심이 있다. 주민 수준도 굉장하다. ‘마용성’ ‘탑5’ 란 타이틀을 넘어 서울 최고 지역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지난 8년간 성동구는 어떻게 바뀌었나.
“8년 전에는 낙후된 곳이었다. 지금은 성동구가 낙후됐다고 하면 도저히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발전했다. 예전에는 많은 구민이 ‘어떻게 하면 성공해서 좋은 데로 이사 갈까’란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다른 구에 사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우리 동네 살기 좋으니 이사 오라’고 할 정도로 바뀌었다.”
-삼표 레미콘 공장 터에는 어떤 시설이 들어오나.
“우리는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복합문화시설을 건립하기를 원하고, 서울시는 청년들과 관련된 시설을 넣기를 원한다. 문화와 청년이 연결되는 시설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성동구의 문제를 꼽는다면.
“교육이다. 이사 나가는 주민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교육 문제를 꼽는 경우가 많다. 중학교 부족 문제, 고등학생 남녀 성비 불균형의 문제가 있다. 교육 문제는 구청장이 100%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교육청을 설득하고 협력하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정원오의 업적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게 많았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청년 소셜벤처 기업 지원, 필수노동자 지원과 관련된 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했다. ‘경력 단절’이란 말 대신 ‘경력 보유’라는 말을 쓰며 여성의 돌봄 노동을 경력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조례도 만들었고, 65세 이상 어르신을 찾아가는 건강관리 서비스인 ‘효사랑 건강 주치의 정책’도 시행했다. 그는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2018년 재선에 성공한 뒤 휴대전화 번호(문자 전용)를 공개, 구민들로부터 직접 민원과 문의를 받고 있다.
-모든 문자에 직접 답을 하나.
“하루 평균 20~30통의 문자가 오는데, 코로나가 심각했을 때는 400통이 넘게 오기도 했다. 늦어도 2~3일 안에는 답장을 해드린다.”
그는 “가끔 우리 관할이 아닌 민원도 들어오는데, 직원들에게 ‘우리 것 아니다’라고만 하지 말고 알아보고 답변을 드리라고 한다”고 했다. 농반진반으로 “직원들이 힘들겠다”고 하자, 그는 진지하게 “그렇게 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훨씬 낫다”고 말했다.
-어떤 민원들이 있었나.
“도로에 주먹만 한 구멍이 나있는 사진을 찍어서 ‘한번 와봤으면 좋겠다’는 문자가 있었다. 가서 보니 자동차 타이어가 빠질 정도로 큰 싱크홀이었다. 하마터면 큰 사고가 날 뻔했다. 구민 덕분에 큰 사고를 막은 거다. 또 작년 7월에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했을 때 선별진료소에 대기 시간이 두세 시간까지 늘어나면서 불편을 겪는다는 문자가 많이 접수됐다. 어떻게 해결할까 연구하다가 현장에서 번호표를 뽑으면 홈페이지에서 언제쯤 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게끔 하는 ‘실시간 대기 인원 안내 시스템’을 개발했다. 오세훈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기억에 남는 문자가 있다면.
“취직이 안 돼서 큰 실의에 빠져 있는 한 청년의 문자였다. ‘혹시 안 좋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란 생각에 정성껏 답장을 했다. 그 청년이 다시 문자를 보내왔는데, 자살예방상담전화에 전화를 했는데 통화가 이뤄지지 않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게 문자한 것이었다고 하더라. 누군가 조건 없이 응원해준다는 생각에,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며 고맙다고 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가 청년에게 보낸 문자 내용은 이랬다. “감히 말해주고 싶은 것은 ‘내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지구에는 ‘시차’라는 것이 있지요? 미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에게 뒤처진 것이 아니듯, ○○○님의 시간도 그때를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잘해오고 있다는 게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성동구청 내 ‘성동책마루 도서관’에서 만난 정원오 구청장은 “이곳은 누구든지 찾아와 쉴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8년 유휴 공간으로 있던 구청 1층 로비를 개조해 카페형 도서관으로 만들었다. 그는 “이웃 구에서 '우리 구청장 해달라'는 스카웃 제의도 온다"며 웃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전남 여수에서 태어난 정원오는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권한대행)을 지낸 운동권 출신이다. 1987년 6·10 민주항쟁 때 명동성당 농성에 참여했고, 이후 전대협 선전부장,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총무부장 등을 맡았다. 1995년 군에서 제대한 뒤 민주당 소속 양천구청장의 비서실장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를 성동구로 이끈 것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학생 운동권 시절부터 알고 지낸 임종석은 그에게 함께 일하자고 했고, 그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임종석이 2000~2008년 성동구 지역 국회의원을 지낼 때 정원오는 그의 보좌관으로 일했다.
-청년 시절은 어땠나.
“민주화 운동을 열심히 했다. 민주화가 돼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그 믿음에 충실했다.”
-행정가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내 스타일은 발로 뛰고 땀 흘리고 노력해서 성과를 내는 쪽이다. (정치보다는) 행정 쪽이 훨씬 맞겠다고 생각했다. 또 내가 노력해서 좋은 정책을 만들고, 이를 전국으로 전파시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성동구가 만든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가 결국 국회 입법으로 이어진 것처럼 말이다.”
-일부 보수 성향 지지자는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겼으면 좋겠다’는 말도 하던데.
“하하! 일 잘한다는 칭찬으로 듣는다. 내 정책에는 진보적인 것도, 보수적인 것도 있다. 나는 (좌우를) 굳이 나누지 않고 일을 한다.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이념보단 이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해결해주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2018년 지선, 2020년 총선 때 국민은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셨다. 코로나, 경제, 공정 등 다양한 것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우리는 이에 부응하지 못했다. 국민은 유능하면서도 겸손한 민주당을 원한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국민의 눈에 무능하고 거만한 정당으로 비치고 있다. 또, 많은 국민이 새로 들어선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견제론만 외쳤다. 일 잘하는 일꾼을 뽑아달라고 했어야 맞는다고 본다.”
그는 “일각에서 ‘정원오를 민주당 쇄신의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하자 “저는 정당 일은 잘 모른다. 그냥 동네에서 느끼는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뿐”이라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느낀 점은.
“이번처럼 (민주당이) 어려운 시기에 저를 선택해 주신 데에는 구민분들의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을 안다. 한 표 한 표의 무게감을 느낀다. 남을 비판하기보다 우리 내부에서 문제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6·1 지방선거 다음날인 2일 구청으로 출근하며 직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성동구청
-젠트리피케이션, 스마트도시 등과 관련한 책을 냈다. 요즘 천착하는 주제는 뭔가.
“‘지속가능도시’다. 도시가 지속가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포용성과 회복탄력성, 혁신성이다. 포용성은 사회를 떠받치는 든든한 힘, 회복탄력성은 코로나 같은 어떠한 위기가 오더라도 견딜 수 있는 힘, 혁신성은 발전해 나아가는 힘이다. 이 세 가지를 위한 지방정부의 실천과제는 기업의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에 이코노미(경제)를 더한 E+ESG가 돼야 한다.”
-앞으로 4년 간 어떤 구청장이 될 것인가.
“권력의 ‘권(權)’자에는 저울추란 뜻이 있는데, 저울추는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힘 없고, ‘빽’ 없고, 돈 없는 분들에게 (불공평하게) 기울어져 있다. 균형을 유지하면서 공평함을 잃지 않는 것이 권력이고 행정이라고 생각한다. 또 어르신에겐 아들 같고, 동년배에겐 친구 같고, 젊은이들에겐 삼촌 같은 친근한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의 꿈은 무엇인가.
“성공한 구청장으로 인정받는 것.”
최근 여권 일각에서는 그를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시장이나 국회의원을 하고 싶진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내 마지막 공직은 성동구청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향후 진로에 대해) 일절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생각하기도 싫다. 사람이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그게 행동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지 않나. 지금은 구청장으로서의 소임을 다 하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은 없다.”
이옥진 기자 june1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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