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이재용이 출장 귀국길 강조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CEO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귀국길에서 ‘기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40분쯤 전세기 편을 이용해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짙은 남색 정장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출장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좋았다. 고객들도 만날 수 있었고 유럽에서 연구하는 연구원들도 만날 수 있었다. 우리 영업 마케팅 고생하는 친구들도 만났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헝가리의 배터리 공장과 하만카돈에 갔다. BMW 고객도 만났고 자동차 업계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며 “ASML 방문이 제일 중요했다. 반도체 연구소에서 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를 느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이 18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또 “한국에서는 몰랐는데 유럽에 가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훨씬 더 크게 느껴졌다”며 “시장의 여러 혼동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다.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 모셔 오고 우리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하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7일 출국해 11박 12일간 헝가리,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을 방문하며 유럽 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반도체 장비 업체 등 전략적 파트너들을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14일(현지 시각)에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ASML은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의 초미세 반도체 공정 구현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 부회장이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CEO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는 모습. /뉴스1
이 만남을 두고 삼성이 EUV 장비 확보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의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EUV 장비 수급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같은 날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만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를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어 벨기에 루벤에서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의 루크 반 덴 호브 CEO를 찾아 첨단 분야 연구과제를 소개받고 현장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해외 출장에 나선 것은 약 6개월 만이다. 지난해 8월 가석방된 이 부회장은 그해 11월 미국 출장을, 12월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다녀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