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탐사기획 1회] "민물가마우지, 인간과 공존 언제까지"
곽경근- 수달도 피해 크지만 어민들 벙어리 냉가슴
- 자연생태계, 인간 간섭 자제 목소리도
- 조류 배설물 수질에 악영향
- 지자체, 주민들 항의에 이러지도 저러지
해마다 그 숫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물 속 생태계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민물가마우지, 상수원보호구역에서 외딴섬 무인도까지 민물가마우지(이하 가마우지)는 자신들이 새끼들을 키우고 살아가기에 좋은 환경이면 어디든 무리지어 집단생활을 하면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백로류와 마찬가지로 가마우지가 집단 서식하고 있는 장소는 이들의 산성성분 강한 배설물이 나무들을 하얗게 덮으면서(백화현상)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가마우지는 평균 3-4마리의 새끼를 부화해 키운다. 경우에 따라서는 2차, 3차까지 번식하고 상위포식자도 없어 개체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조류학자와 환경부는 “아직까지는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지만 실제 어업인들과 서식지 인근 주민들은 어획량과 관광자원 감소, 악취, 소음 등 피해를 호소하며 수질 오염까지 걱정하고 있는 현실이다. 강이나 호수는 물론 상위 포식자가 없는 가마우지는 계곡 상류지역까지 오르내리며 열목어, 어름치 등 보호종(천연기념물)과 끄리, 쏘가리 등 토종 물고기까지 눈에 띄는 대로 먹어 치우며 어족자원을 고갈시키고 있다.
쿠키뉴스는 초망원렌즈와 드론을 이용해 가마우지가 집단 번식하면서 생태계를 위협하는 북한강과 남한강 수계와 저수지, 내린천 등 청정 계곡과 상수원보호구역을 한 달 가까이 돌아보며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했다. 3회에 걸쳐 온·오프(지면은 16일자 양면화보) 라인에 게재하고 유투브도 함께 방영한다.
1회(14일)와 2회(15일)는 강과 호수, 계곡에서 촬영한 사진을 화보 중심으로 게재하고 3회(16일)는 현장을 돌아보면서 만난 내수면 어업인들과 주민, 생태사진가, 관련공무원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한다.
내린천 상류에서 먹이 활동 중인 가마우지
[1회] 춘천시 소양강댐 아래 버드나무군락지에 둥지를 지어 단군이래 최대 가마우지 아파트 단지로 불리는 가마우지 번식터와 홍천강 일원, 강과 호수를 벗어나 인제 합강에서 내린천 상류까지 오르내리며 보호종들까지 무차별 공격하는 현장, 상수원보호구역까지 침투해 배설물을 쏟아내는 평창강 상류를 카메라에 담았다.
일몰과 가마우지 무리
-‘새로운 생태관광 명소’ vs ‘상고대 촬영명소 사라져’
“붉게 지는 저녁 해를 배경삼아 날아드는 새무리가 너무 아름다워요” “무슨 말씀이세요, 겨울이면 상고대 핀 소양강 풍경은 정말 작품이에요. 그 명소를 가마우지가 저렇게 망치고 있잖아요” “그렇지만 새로운 조류 촬영 명소가 생기는 거잖아요” 춘천시 소양강 아래 전망대에서 쌍안경으로 가마우지를 관찰하던 춘천시민들이 각자의 주장을 펼친다.
강원 춘천시의 관광명소인 소양강 버드나무 군락지에 민물가마우지가 무리를 지어 서식하고 있다. 가마우지 무리는 봄철부터 이 일대에서 왕성한 먹이활동을 하는 데다 엄청난 수의 둥지를 만들면서 배설물을 쏟아내 매해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히 대안이 없는 상태다.가마우지가 쏟아내는 배설물로 가쁜 숨을 몰아쉬는 버드나무 군락지에 민물가마우지 무리가 올해도 어김없이 둥지를 틀었다. 가지마다 빼곡히 자리 잡은 모습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연상케 한다.
겨울철 상고대와 물안개 명소로 유명한 강원도 춘천시 소양 3교 주변 버드나무 군락지는 매년 봄이 되면 민물가마우지가 쏟아내는 독한 배설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집단 서식하며 번식력이 왕성한 민물가마우지는 물새 가운데 최상위 포식자로 어족자원 고갈 등 주변 생태계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개체 수 조절이 답이지만 국제보호종에다 아직까지 피해실태가 정확히 집계되지 않아 환경부에서도 대책마련에 고심 중이다.
가마우지는 특히 북한강과 남한강 수계에서 집단 번식하면서 물속 생태환경을 피폐화시키고 있다. 요즘처럼 번식기에는 새끼들을 위해 작은 물고기까지 가리지 않고 잡아 물고기 씨를 말리고 있다.
가마우지가 물어 뜯은 민물고기들(강촌낚시터 반상교위원장 제공)
이들은 물속에 어부들이 쳐놓은 그물 속 물고기까지 잡기위해 그물을 뜯고 들어가 그나마 잡힌 고기까지 다 빠져나가게 만든다.
강촌낚시터 반상교(70)위원장은 “요즘은 아예 정치망 등 고기잡이 어망을 설치안해요, 고기도 별로 없지만 고기가 들어가도 가마우지가 망 안에 고기를 먹기 위해 비싼 어망을 날카로운 이빨로 다 뜯어놔요. 가끔은 망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죽은 가마우지도 발견되구요”라며 “저녁 무렵 먹이활동을 마치고 둥지로 돌아오는 가마우지 무리를 보면 하늘을 까맣게 덮어 섬뜩한 생각이 들기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반 위원장은 “사실 벙어리 냉가슴이지만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는 수달의 피해도 크다. 그물을 손상시키고 그물 속 물고기를 마구 잡아먹는 건 수달도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어민들은 누구도 자기 지역에 수달이 크게 늘어나 피해가 심하다는 소리를 못한다. 당장 수달보호구역으로 묶여 어업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평군 관계자는 “해가 갈수록 가마우지 피해가 심해 어민들의 근심이 크다”며 “근본 대책이 시급한 만큼 환경부가 농작물과 과수에 피해를 주는 까치와 고라니, 멧돼지처럼 민물가마우지 역시 포획할 수 있는 유해조수로 조속히 지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보호조류 지키려다 우리 보호어종 씨말라”
소양강과 홍천강 중 상류, 북한강 일대를 배로 돌아본 후 우리 토종물고기 피해가 심하다는 인제 내린천을 찾았다.
인제 합강에서 가마우지가 무리지어 사냥에 나서고 있다. 새끼들을 키우고 시기여서 가마우지들은 하루종일 먹이를 물어나른다.
이 곳에서 만난 주민들 역시 가마우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인제 합강까지는 가마우지들이 출현했지만 이곳 내린천까지는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한 두 마리씩만 보이던 가마우지가 작년부터는 수십 마리에서 떼지어 중상류까지 오르내리며 우리 토종물고기를 잡아먹고 있다. 인제군 기린면에서 낚시가게와 팬션을 운영하는 신기현 사장은 “한번은 100여 마리 이상이 무리지어 나르는 모습도 목격했다”면서 “이러다가는 완전히 내린천에도 물고기가 씨가 마를 것 같다”는 걱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내린천 중류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바위에 사냥을 끝낸 가마우지 무리가 몸을 말리고 있다.
(사)민물고기보존협회장 이완옥(64) 박사는 “민물가마우지가 텃새화되면서 이제는 계곡 중 상류에서도 한두 마리씩 물가에서 사냥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최소한 천연기념물 등 보호어종이 사는 곳만이라도 우선은 이들의 접근을 막아야한다”면서 “솔직히 말해서 그동안 수산 자원에 대한 피해가 대부분 모니터링조차 안 돼 있다.”면서 “민물가마우지 개체수 증가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조류 전문가들이 1차 조사는 마쳤지만 민물가마우지가 내수면 생태계에 얼마나 피해를 입히는지, 수질에는 영향이 없는지 등등 관련기관과 학자들이 함께 조사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12일 아침, 내린천 중류에서는 강이나 호수와 달리 이들이 상류에서 하류로 떼 지어 고기를 몰면서 잠수를 반복하며 물고기를 잡아먹는 모습도 여기저기서 목격됐다.
플라이낚시 전문가 박정 씨는 “강원도의 아름다운 계곡, 낚시 포인트가 절반 이상은 가마우지 때문에 사라졌어요. 예들이 아주 머리가 영리하더라고요. 지난해 산란기 때 인제대교 아래 여울목에서 고기가 떼를 지어 올라오는데 백마리도 넘어보이는 가마우지 무리가 길목을 딱 지키고 있다가 때를 맞춰 동시에 집중적으로 공격을 하더라구요.”라며 “이러다간 우리 물고기들이 다 죽겠다 싶어서 쫒아버린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국립생물자원관 김화정박사는 “그동안 가마우지 숫자가 크게 늘어난건 사실이지만 최근들어 집단 생활에서 안정화되면서 차츰 소규모로 분산되고 있다. 증가 속도도 현저히 낮아졌다.”면서 “여기저기서 피해 소식도 들려오지만 유해조수로 지정하는 것에는 신중해야한다. 전국적으로 보면 백로류가 가마우지에 비해 서식지나 개체수가 훨씬 많아도 우리의 텃새로 인정하고 더불어 잘 사는 것처럼 가마우지도 조금 더 지켜보아야한다. 실제 얼마나 물 속 생태계를 위협하고 피해를 입히는지 정확히 모니터링해서 결정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배설물로 상수원 오염과 관광객 급감
내린천에 이어 찾아간 평창강 역시 반갑지 않은 손님 가마우지가 몇해전부터 자리잡으면서 어족자원이 크게 감소했다. 천혜의 경관 평창을 찾는 관광객들은 맑은 공기와 깨끗한 평창강에서 물놀이와 낚시를 즐겼지만 지금은 낚시인들은 물론 관광객도 크게 감소했다. 평창 주민들의 또다른 걱정거리는 상수원보호구역에 번식터를 잡은 가마우지가 쉴새없이 쏟아내는 배설물로 인한 강물 오염이다.
1급수 취수원인 평창군 평창읍 여만리 상수원보호구역 내에 수년 전부터 자리잡은 민물 가마우지 떼에서 나오는 질소와 인산성분의 배설물이 비가 오면 그대로 상수원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가마우지가 둥지를 틀고 있는 나무들은 배설물로 덮여 백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청정 수질과 맑은 공기, 풍부한 어족자원으로 강낚시의 명소로 꼽히는 평창강 일대가 최근 몇년사이 가마우지 개체수가 급증하며 어족자원이 눈에 띄게 줄면서 낚시인과 관광객의 숫자가 크게 줄고 있다. 낚시터에 사람의 발길이 끊기면서 잡초만 무성히 자라있다.(평창군 제공)
평창읍 하5리 이용선(62) 이장은 “물이 맑기로 소문난 평창강은 휴가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 강가에서 물놀이 즐긴다. 특히 강에는 어족자원이 풍부해 낚시와 어항, 족대로 고기도 잡기위해 많이 찾았는데 가마우지 숫자가 늘면서 물고기가 잡히지 않자 자연적으로 관광객 숫자도 크게 줄었다”면서 “거기에다가 상수원 오염 소문까지 나면 큰일이라며 정부 당국의 조속한 대책”을 요구했다.
춘천‧인제‧평창 글·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동행취재=용환국·석인철 생태사진가· 왕보현(드론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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