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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같았고 따뜻했다” “등대였던 분” 동료들이 기억한 그녀

레이찰스 2022. 5. 9. 07:59

“누나 같았고 따뜻했다” “등대였던 분” 동료들이 기억한 그녀

 

배우 강수연씨. /부산국제영화제 인스타그램
7일 배우 강수연(56)씨의 별세 소식에 연예계 동료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지극한 후배 사랑으로 유명했던 고인과의 이별에 “가장 존경하는 분” “영화계 진정한 리더” “참 따뜻했던 사람”이라는 애도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강씨는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지난 5일 통증을 호소하다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진 지 사흘 만에 들려온 비보다. 뇌출혈 진단을 받고 치료를 계속해왔으나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모두의 응원을 뒤로한 채 하늘의 별이 됐다.

“칸과 베네치아에서도 안타까워할 것”


영화계는 슬픔에 빠졌다. 고인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한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공식 소셜미디어에 글을 써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쓰셨고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헌신하셨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그러면서 “그 노고를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전주국제영화제 측도 “한국 영화의 빛나는 별이었던 강수연 배우의 영면을 추모한다”며 “그가 한국 영화계에 남긴 유산을 잊지 않겠다”고 애도했다. 정동진독립영화제 측 역시 “독립영화계에 보내주신 따뜻한 관심과 애정에 늘 감사했다”며 “한국 영화의 진정한 리더이자 영웅. 배우 강수연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전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인스타그램
과거 고인과 함께 작업한 원로 감독들도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1985년 영화 ‘고래사냥2′를 연출한 배창호(69) 감독은 이날 연합뉴스에 “고생스러운 촬영이었지만 잘 참아내며 매사 적극적이고 발랄하게 일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큰 국제영화제에서 본상 연기상을 받은 연기자이기도 하지만 중견 연기자로서의 족적, 부산국제영화제가 흔들릴 때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제를 다잡은 공로도 있다”고 했다.

영화 ‘블랙잭’(1996)을 함께 한 정지영(76) 감독도 고등학생이던 강씨와의 만남을 떠올리며 “당시에는 감독이라면 어려워했는데 자기 할 말을 똑똑히 다 해서 ‘역시 다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수연 이전에는 아무에게도 ‘월드스타’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었다”며 “칸과 베네치아에서도 안타까워할 거다. 한국 영화의 귀중한 자산이었는데 너무 일찍 가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등대 같은 분이었다… 선배님 존경합니다”


연예계 선후배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영화 ‘아제 아제바라아제’에서 강씨와 호흡을 맞췄던 원로배우 한지일은 “손이 떨리고 힘이 없다. 믿어지지 않는 비보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며 고인을 떠나보낸 괴로움을 호소했다. 작품을 함께한 임권택 감독을 언급하면서는 “감독님도 충격을 받으셨다”고 전했다. 한지일은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많은 기도 부탁드린다. 뒤에서 ‘선배님’하고 웃으며 달려올 것 같은 기분”이라는 글을 써 안타까움을 드러낸 바 있다.

1987 12월 제26회 대종상 영화제 남녀주연상을 차지한 이영하씨와 강수연씨. /연합뉴스
영화감독 겸 배우인 양익준도 인스타그램에 “누나 같았고 따뜻했고 사랑스러웠던 분이 돌아가셨다. 누나라고 한번 불러봤어야 했는데”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배우 봉태규 역시 “선배님 편히 잠드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며 고인을 애도했다. 가수 윤종신과 작곡가 김형석도 각각 “편히 잠드셔요. 오랜 시간 감사했습니다” “다시 씩씩하게 일어나길 빌었는데. 그곳에선 편히 쉬길”이라는 글을 올렸다.

한편 영화계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영화인장 장례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감독 이우석·임권택·정진영, 배우 김지미·박정자·박중훈·손숙·안성기 등이 고문을 맡았다. 고인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2층 17호에 차려졌다. 조문은 8일부터 가능하고 발인은 11일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