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이 약탈한 체르노빌 원전, 현대차 로봇개가 지킨다
[사이언스카페]
로봇개 스폿이 우크라니아 체르노빌 원전에서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영 브리스톨대
현대차의 로봇개가 방사능 감시망이 무력화된 체르노빌 원전을 구하러 출동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원전에서 컴퓨터 장비를 약탈하고 파괴해 현재 주변 지역의 방사능 수치를 알 수 없는 상태이다. 러시아군은 2월 24일 체르노빌 원전을 장악했다가 3월 말 떠났다.
영국 브리스톨대의 야닉 베르벨렌 박사는 지난달 28일 온라인으로 열린 ‘국제 원전해체 환경복원 컨퍼런스’에서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로봇개에 장착해 체르노빌 원전과 주변 지역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컨퍼런스는 원래 우크라이나 슬라부티치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지난 2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온라인으로 열렸다.
지뢰로부터 과학자 지킬 로봇개
베르벨렌 박사는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개인 스폿에 자신이 개발한 방사능 측정장치를 장착했다. 앞서 2020년에 체르노빌 원전을 방문해 스폿으로 방사능 측정 실험을 진행했다. 스폿은 키 84㎝, 무게 25㎏의 네 발 로봇이다. 현대차는 2020년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베르벨렌 박사는 “로봇개는 인명피해를 예방하면서 방사능 감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원전언전연구소 과학자들과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진이 방사능 측정 센서를 장착한 로봇개 스폿을 보고 있다./우크라이나 원전안전연구소
체르노빌 원전은 1986년 4월 역사상 최악의 원전 폭발 사고를 겪었다. 현재 원자로의 가동은 중단됐으나 사용 후 핵연료를 냉각 시설에 보관 중이다. 우크라이나 과학자들은 이후 원자로와 주변 30㎞ 지역에서 유무선 센서 95대로 방사능 수치를 계속 감시해왔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원전을 장악하는 동안 각종 컴퓨터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약탈하고 시설을 파괴하면서 지금은 작동 불능 상태다.
그렇다고 사람이 방사능 측정을 할 수도 없다. 우크라이나 원전안전연구소(ISPNPP)의 올레나 파레누익 박사는 영국 뉴사이언티스트지에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원전 주변 30㎞ 대피지역 곳곳에 지뢰를 매설해 놓고 떠나 과학자들이 연구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공백을 로봇이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드론 통한 공중 감시도 가능
과학자들은 체르노빌 원전에 대한 방사능 연구가 시급하다고 본다.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원전에 진입하던 지난 2월 24일 방사능 수치가 일시적으로 올라갔다. 우크라이나 과학자들은 당시 러시아군 탱크가 지나가면서 땅속에 있는 방사능 물질이 공기에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러시아군의 장비로 인한 센서 오작동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대의 토리 타츠오 교수는 이번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드론을 이용해 공중에서 방사능을 측정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사람이 원전에 접근하지 못하자 헬리콥터와 드론을 띄워 공중에서 방사능을 측정했다.
일본 후쿠시마현 관계자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개발한 방사능 측정용 드론을 작동하고 있다./일본 후쿠시마현
타츠오 교수는 “하늘에서 방사능을 측정하는 것은 광범위한 지역의 오염 분포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앞서영국 브리스톨대 연구진도 로봇개와 함께 드론을 띄워 방사능 수치 지도를 작성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로봇개나 드론 시스템을 구매하고 운영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감당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원전안전연구소의 아나톨리 노스보스키 소장은 “원전 방사능 감시 장비를 재건하고 교체하는 비용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로선 충당하기 어렵다”며 “당장 연구원 거주지역과 원전 사이에 러시아편에 선 벨라루스를 지나지 않는 도로를 닦는 데에도 돈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계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게 오염된 원전 사고 지역을 안전하게 감시하려면 국제 사회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본다. 영국 샐포드대의 마이크 우드 교수는 컨퍼런스에서 “원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확실하게 설명하려면 정확한 측정 데이터가 필수적”이라며 “방사능 감시망은 원전에 대한 국제 안전 장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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