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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물고기 모두 잡겠다".. 美·남아공 참가자들도 '열전' [제5회 세계드론낚시대회]

레이찰스 2022. 5. 1. 18:51

"서해 물고기 모두 잡겠다".. 美·남아공 참가자들도 '열전' [제5회 세계드론낚시대회]

장한서 

美 출신 남편·韓 아내·지인과 팀 꾸려
남아공팀, 망둑어 낚으며 4위 올라
총 6개국 출신 7명 팀 만들어 참가
드론 지도조종 자격증 팀 전원 보유
부자와 형제까지 뭉쳐서 대회 출전
"대회 통해 모처럼 다 함께 모이게 돼"

 

 

지난 4월 30일 세계일보 주최로 열린 제5회 세계드론낚시대회 참가자들이 인천 중구 소무의도 몽여해변에서 낚시에 열중하고 있다. 인천=남제현 선임기자

“가족과 함께 푸른 바다를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멋지고 흥미롭습니다.”

‘제5회 세계드론낚시대회’가 열린 지난달 30일 인천 중구 소무의도 몽여해변. 미국 시애틀 출신의 제임스 그린(34)씨는 낚싯대를 힘차게 던진 후 이렇게 말했다. 그는 팀명 ‘제이준’으로 아내 이정윤(31)씨, 지인과 한 팀을 꾸려 참가했다. “서해 바다의 모든 물고기를 낚겠다”고 당찬 소감을 밝힌 그린씨는 외투를 입어도 추운 찬바람을 맨몸으로 막아내며 ‘열혈 강태공’을 자처했다.

 

낚시찌를 바라볼 땐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을 보이던 그린씨는 두 아들 오엔(6)·레오(4)와 같이 있을 땐 달랐다. 오엔과 레오를 목말을 태운 채 바닷물로 달려가 발을 담그며 해맑게 웃는 등 영락없는 ‘아들 바보’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2015년 한국에 와 어학원 교사와 국제학교장을 거쳐 결혼의 결실까지 맺은 그린씨 가족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주위 부러움을 한몸에 샀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어학원을 운영 중인 그린씨 부부는 “낚시를 좋아해 동호회 모임에는 절대 빠지지 않는데,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 성적에 연연하기보다 가까운 사람들과의 행복한 순간을 기억할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최종적으로 물고기를 낚지 못해 수확 없이 대회를 마쳤지만 부부는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돌아가면서 “실력을 키워서 내년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세계드론낚시대회에는 미국·몽골·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외국인 참가자들이 다수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6개국 출신 7명이 각자 가족·지인 등과 팀을 결성했다.

'제이준'팀 미국인 제임스 그린씨 가족들이 인천 중구 소무의도 몽여해변에서 낚시하고 있다. 인천=남제현 선임기자

몽골 국적인 바트 치멕(34)씨는 한국인 남자친구 김주홍(38)씨와 함께 ‘더 오름’ 팀을 결성해 대회에 참가했다. 그에게 이번 대회는 낚시를 좋아하는 남자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이색 데이트였다. 김씨는 지난해 대회도 참가했을 만큼 드론 낚시에 푹 빠져 있다. 평소 주말에 낚시할 때도 드론을 가져간다고. 김씨는 “손으로 직접 하는 것보다 드론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멀리 낚싯줄을 던질 수 있고, 원하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이날 드론에 낚싯줄을 달아 100m 가까이 날려 보내자 바트씨는 연신 “화이팅”을 외치며 남자친구를 응원했다. 바트씨는 “비록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지만 남자친구와 이번 대회를 계기로 바닷가에 나와 낚싯대를 던지고 드론을 날리는 시간을 가져 너무 즐겁다”고 전했다.

또 다른 외국인 참가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BIG DREAMER’ 팀은 인천 영종도 구읍뱃터에서 40g의 망둑어를 낚아 4위에 올랐다.

지난 4월 30일 인천 영종도 구읍뱃터에서 세계일보가 주최한 ‘제5회 세계드론낚시대회’에서 개회식이 실시간 생중계되고 있다. 영종도=하상윤 기자
세계일보 주최로 충남 당진시 송산면 가곡리 석문방조제에서 열린 제5회 세계드론낚시랜선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드론을 이용해 낚시를 하고 있다. 인천 영종도, 소무의도, 충남 석문방조제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는 100팀, 230명이 참가해 열띤 경합을 펼쳤다. 당진=허정호 선임기자

외국인뿐만 아니라 이번 대회에는 다양한 사연을 지닌 참가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가족, 친구, 동호회 등이 의기투합해 팀을 이뤘다. 이들은 입상 여부를 떠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드론 낚시를 한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고 입을 모았다.

하늘의 방랑자라는 뜻을 담은 ‘스카이 베가본드’ 팀은 전원 드론 지도조종자 자격증을 갖고 있다. 드론이 이들의 우정을 맺어줬다. 드론 동호회에서 교관을 한 이창한(56)씨는 3년여 전 박석희(46)·신창영(44)씨를 수강생으로 만났다. 박씨와 신씨가 같은 자격증을 획득하면서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형제 같은 사이가 됐다. 그동안 대회에 참가하려고 했지만 신씨가 사고로 인해 크게 다치면서 올해 처음 대회에 참가했다. 신씨는 “2019년에 사고를 당해 활동하지 못하다가 올해 드론 지도조종자 자격증을 땄다. 몸을 심하게 다쳤는데 형님들이 많이 챙겨주셨다. 이렇게 함께 대회에 참가해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맏형인 이씨는 드론 산업이 미래 먹거리라고 생각하면서 관련 자격증 획득에 계속 도전하고 있다. 그는 “드론 조종을 교육하면서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것을 봤다. 드론 택시 상용화도 머지 않았다고 판단해 현재 경비행기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며 “매번 도전하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배우 이응경·이진우 부부가 인천 영종도 구읍뱃터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영종도=하상윤 기자

부자(父子)와 형제가 함께 꾸린 팀도 있다. ‘겁나빠른거북이들’ 팀은 이정필(49)씨와 아들 이준혁(23)씨, 그리고 정필씨의 동생인 이정수(47)씨가 뭉쳤다. 낚시 경력 20년이 넘는 정수씨는 낚시를, 드론 자격증이 있는 정필씨와 준혁씨는 드론 조종을 담당했다. 공과대학을 다니는 아들이 드론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아빠도 함께 취미를 공유하며 부자가 모두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드론이 전진할 때는 낚싯줄을 건 고리가 빠지지 않고, 후진할 때는 고리가 자연스럽게 빠지도록 직접 개조도 했다. 이들은 드론 이륙부터 주행, 낚싯줄 투하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정필씨는 “그동안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다 같이 모여 낚시를 하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기 어려웠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고 이런 대회가 마련돼 모처럼 형제·가족끼리 다 함께 자리를 가질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 매년 대회에 참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의도=장한서·강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