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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버금" "개발 올스톱"…용산 중개사들도 갈렸다

레이찰스 2022. 3. 18. 09:35

"센트럴파크 버금" "개발 올스톱"…용산 중개사들도 갈렸다

중앙일보

개발의 기대에 부푼 용산에 ‘대통령 집무실’이라는 초대형 변수가 등장하면서 부동산 민심이 들썩이고 있다.

국방부 청사가 있는 삼각지역 인근은 노후화된 주거 지역을 중심으로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다. 용산역 인근은 용산국제업무지구로 조성될 계획이고 인근 미군기지 부지는 용산 공원으로 바뀌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이 즐비한 개발 계획의 촉매가 될지 걸림돌이 될지 주민들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개발 ‘올스톱’될까…“지금 나가야 하나”

삼각맨션은 1970년에 준공됐다. 인근이 '삼각맨션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여 주상복합과 업무시설을 염두에 두고 재개발이 추진돼 왔다. 최서인 기자

삼각지역 근처 일부 부동산은 대통령 집무실이 개발계획의 뜻밖의 변수로 떠오르며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30~40층 마천루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부지에 청와대 인근처럼 고도 제한이 걸리게 될까봐서다. 부동산 공인중개사 A씨는 “종로에 청와대가 내려다보이는 40층짜리 건물이 올라간다고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지 않겠냐”며 “당연히 개발이 제한될 거라고 보고 집주인들은 ‘지금 매도해야 하냐’고들 물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B씨는 “센트럴파크 같은 동네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걱정이 크다. 여기는 원래 개발구역이니까 가만히 있으면 상업지에 준하는 용적률을 얻을 수 있었는데 변수가 생긴 것”이라며 “그간 유엔사와 미군기지 때문에 제재가 많았는데 이제는 집무실이 온다고 하니 원주민들은 ‘지금 팔고 가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인근 공인중개사 C씨는 “매도를 문의하는 전화가 어제만 3~4통이 왔다”고 말했다.

“개발 중단? 무슨 소리…더 빨라질 것”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인근 삼각지고가차도에 자동차들이 오가고 있다. 최서인 기자

반면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집무실 이전으로 오히려 개발이 더 빨라질 거라고 봤다. 공인중개사 정모(48)씨는 “대통령이 이 근방의 낡은 도로와 건물을 눈앞에서 보면 더 개발의 필요성이 와 닿지 않겠냐”며 “가만히 두기에는 낙후돼 있으니 개발이 가속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D씨는 “고도 제한이 조금 걸릴 수는 있겠지만, 광화문 빌딩들처럼 집무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구조가 아니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본다”며 “대통령도 외국인들도 지나다닐 텐데 센트럴파크에 버금가게 개발이 이뤄지지 않겠냐”고 이야기했다. 그는 “원래 매도하려던 계획을 가지고 있던 분들도 아파트, 주택 할 것 없이 다시 거둬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교통난 우려” vs “환경 정비”…주민 의견 갈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모습. 뉴시스

용산구 주민 김모(31)씨는 “안 그래도 삼각지 고가차도 인근은 교통체증이 심한데 보안 때문에 더 복잡해질 것 같다”며 “집회·시위 때문에 외부인이 많아지는 것도 걱정”이라고 했다. 노덕환(59)씨는 “대통령이 국방부로 오는 게 군사 정부 같은 이미지를 준다. 외교부가 있는 광화문에 가는 것과는 얘기가 전혀 다르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반면 김모(27)씨는 “어쨌든 대통령이 오가면서 볼 수 있는 시선의 폭이 넓어지면 지금보다 용산 발전이 빨라지지 않겠냐”며 “지금보다 주민들이 살기 좋아질 것 같다.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그다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용산구 주민 카페와 부동산 카페에서도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다. 이들 카페에서는 “시위로 교통 통제가 상시로 이뤄질 것이 우려스럽다”거나 “삼각지 고가도로는 안 그래도 막히고 종일 꼬리물기를 하는데 붐빌 것 같다”는 등 교통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반면 “청와대 양옆 서촌, 북촌이 상업지로서 호황을 누렸다”며 상업 발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거나 “대통령이 돌아다니며 서울역-노량진 구간을 지하화하게 되지 않겠냐”며 환경 정비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