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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참모에 "아부 말라" 쓴소리…尹·권성동 '묘한 50년 인연' [尹의 사람들]

레이찰스 2022. 3. 17. 10:20

尹 참모에 "아부 말라" 쓴소리…尹·권성동 '묘한 50년 인연' [尹의 사람들]

중앙일보

윤석열 당선인과 권성동(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5월 29일 강원도 강릉의 한 식당에서 만나 1시간여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한 뒤 찍은 기념사진. 당시 윤 당선인의 대선 출마 의지를 확인한 권 의원은 자리가 끝난 뒤 “제가 대선까지 ‘바른 소리 특보’ 역할을 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독자 제공). 뉴스1

1993년 수원지검 정문 복도. 각자 걸음을 재촉하던 두 남자는 서로의 얼굴을 스치듯 마주한 뒤 외쳤다.

“강릉!”

당시 사법연수원에서 교육을 받다가 검사 시보 신분으로 수원지검에 갔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수원지검 검사이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거의 20년 만에 재회한 장면이다. 익히 알려졌듯이 두 사람은 10대 초반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강원도 강릉이 외가인 윤 당선인은 어린 시절 방학 때면 외가에 놀러가 지내곤 했고, 그때 외조모께서 “공부를 잘한다”며 소개한 옆집 할머니의 손주가 권 의원이었다.

두 사람은 본래 ‘어려운’ 관계였다. 할머니들끼리도 알던 1960년생 동갑내기 친구였지만 윤 당선인이 9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바람에 권 의원이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모두 6기수 선배였던 까닭이다. 수원지검에서 검사와 시보 관계로 만난 데 이어 2003년 광주지검에선 형사부 부장검사와 특수부 평검사로 만났다. 윤 당선인이 잠시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나와 변호사로 일하던 2002년에도 검사와 변호인 신분으로 업무상 관계를 맺었다. 그래도 어린 시절의 인연이 있기에 광주지검 시절 술자리에서 권 의원은 “우리 동갑이니까 말을 편하게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나중에 검사 선·후배로 만나면 불편하니까 말을 놓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에도 권 의원은 “총장님”, “후보님”, “당선인님”이라고 부르고 윤 당선인은 “의원님”이라고 상호 존칭하는 관계다.

강릉 회동 뒤 “대선까지 ‘바른 소리 특보’ 역할” 메시지

그런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정치적 공동 운명체가 된 건 지난해 5월 29일이다. 지난해 3월 4일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뒤 물밑에서 대선 준비를 하던 윤 당선인은 전격적으로 강릉을 찾아 주말을 맞아 지역구로 내려온 권 의원과 만찬 회동을 했다. 이 때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이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검사 윤석열’이 ‘정치인 윤석열’로 본격 데뷔했다. 한 시간여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윤 당선인의 대선 출마 의지를 확인한 권 의원은 자리가 끝난 뒤 “총장님이 자리를 주든 안 주든 제가 대선까지 ‘바른 소리 특보’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10대 꼬맹이 시절 강릉에서 함께 뛰놀던 두 사람이 50년 만에 정권 교체를 위해 의기투합하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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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부터 캠프 조직 관리를 맡으며 궂은 역할을 자처했던 권 의원은 중간중간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역할했다. 지난해 6월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뒤 외연 확장에 어려움을 겪자 한 달여 뒤인 7월 중순에는 자신의 자택에서 윤 당선인과 함께 회동하며 활로를 모색하기도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누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막후에서 조력하던 권 의원은 경선 도중 캠프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지난해 9월 경선 캠프 종합지원본부장으로 합류하며 캠프 분위기를 다잡는 역할을 했다. 일부 참모가 당시 후보이던 윤 당선인에게 듣기에 좋은 말만 하자 “아부하지 말라”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자청한 ‘바른 소리 특보’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권 의원의 부인 김진희 여사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편과 윤 당선인을 돕는 역할을 했다. 윤 당선인뿐 아니라 윤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여사 또한 ‘정치 초보’였던 까닭에 의원 부인 등을 만날 때면 스스럼없이 많은 얘기를 하곤 했다고 한다. 이러한 김건희 여사와 대화하던 김진희 여사는 “정치는 너무 솔직하면 안 된다”는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권성동 부인, 김건희 여사에 “정치, 너무 솔직 안돼” 조언

권 의원은 대선 과정에서 장제원·윤한홍 의원과 더불어 적극적 역할을 할 때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라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지난 1월 5일 윤 당선인이 선거대책위원회를 전격 해체할 때는 맡고 있던 사무총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 그런 당 안팎의 공격을 받을 때면 그는 “내가 무슨 자리에 욕심이 있겠느냐. 나는 오로지 대선 승리밖에 관심이 없다”며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곤 했다.

지난달 11일 정정하던 부친이 갑자기 낙상으로 운명을 달리해 강릉의 장례식장을 지킬 때도 대선 걱정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두 번째 대선 후보 TV 토론이 열리자 그는 조문객을 맞다가도 “후보는 토론을 잘하고 있냐”고 물으며 걱정을 놓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강원도 강릉시 유세 때 권성동(오른쪽)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손을 들어 올리며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두 사람은 10대 때부터 서로 알던 사이다. 연합뉴스

그런 권 의원은 대선 승리 이후에도 ‘바른 소리 특보’의 연장선에서 역할하고 있다. ‘권력 실세’가 들어간다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공언하며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윤 당선인을 돕는 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권 의원의 다음 선택지에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시대’를 활짝 연 공신으로서 조각 때 장관직을 맡거나 여소야대 시대의 원내대표 역할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 권 의원 본인은 “일단 새 정부를 잘 출범시키는 게 제일 중요하지, 내가 뭘 하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