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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뒤 냉장고 문 부족” 알림뜨자 물류로봇이 달려왔다
레이찰스
2022. 10. 12. 08:35
“10분 뒤 냉장고 문 부족” 알림뜨자 물류로봇이 달려왔다
LG전자 ‘창원 스마트파크’ 혁신의 현장 가보니
디지털트윈 기술로 자재부족 예측
로봇 3배 늘려 공급시간도 단축…
용접·포장 등 인간 기피작업 수행
자동화 덕에 13초마다 냉장고 1대

5G 물류로봇, 600kg 짐도 알아서 척척 - 지난 6일 경남 창원 LG전자 스마트파크 1공장 안에서 자율주행 운반 로봇들이 냉장고 조립 자재를 운반하고 있다. 5G 통신으로 연결된 이 로봇은 운반용 트레이 밑으로 쏙 들어가 최대 600kg 무게의 짐을 들어올려 조립 라인으로 운반한다. /LG전자
지난 6일 오후 경남 창원 LG전자 스마트파크1(옛 창원1공장) 냉장고 생산 라인. 470m 길이 생산 라인에선 북미로 수출되는 프렌치도어(창문형 냉장실, 서랍식 냉동실) 냉장고가 13초에 한 대씩 만들어졌다. 5G 통신에 연결된 운반용 물류 로봇이 무게 600㎏의 부품을 번쩍 들어 옮기고, 1.9m 크기 로봇팔이 개당 20㎏인 문짝 두 개를 들어 냉장고 몸체에 끼우고 조립했다. 천장에서도 30㎏ 무게의 부품 박스가 공정별로 쉼 없이 오갔다. 근로자들은 로봇이 바로 앞까지 날라준 부품을 냉장고에 끼우고 전동 드라이버로 볼트만 체결하면 끝이었다. 작업 도중 한 라인에서 ‘10분 뒤 자재 부족’을 예고하는 알림이 뜨자, 물류 로봇이 자재와 부품을 즉시 공급했다.
46년 국내 최대 생활 가전 생산 기지, 스마트 공장으로 ‘재건축’
LG전자 창원 1공장은 1976년 준공돼 냉장고·세탁기·식기세척기 같은 생활 가전의 국내 최대 생산 기지 역할을 해왔다. 전체 면적 25만6000㎡인 이 공장이 5G·로봇·자율주행·디지털트윈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공장으로 탈바꿈했다. LG전자는 2017년 총 800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 공장 전환을 시작해 지난해 9월 생산 라인 가동을 시작했고, 이날 처음으로 언론에 바뀐 공장 내부를 공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아파트처럼 공장도 세월이 흐르면 재건축을 해야 하는데 창원 공장을 스마트 팩토리로 탈바꿈시킨 것”이라고 했다. LG전자 스마트 파크는 올해 국내 가전 업계 최초로 세계경제포럼의 ‘등대 공장’으로 선정됐다. 등대 공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을 도입해 혁신을 이끄는 공장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스마트파크1의 생산 공정에는 최신 기술이 대거 접목됐다. 냉장고 통합 생산동 1층에서는 국내 최초로 5G 전용망으로 통신하는 납작한 형태의 사각 물류 로봇이 600㎏ 적재함 밑으로 들어가 이를 들어 올렸다. 로봇은 공장 바닥의 QR코드를 실시간으로 인식하면서 시속 5㎞로 이동했다. 창고부터 생산 라인까지 자재와 부품을 사람 손을 빌리지 않고 로봇이 운송하는 것이다. 공장 관계자는 “자재 공급 시간은 기존보다 25% 단축됐고, 필요한 물류 면적은 30% 줄었다”고 말했다. 스마트 공정의 또다른 핵심은 로봇팔. 기존 공장에선 39대이던 로봇이 스마트파크1에선 136대로 늘었다. 문 부착, 고주파 용접, 부품 조립, 포장 등 기존 근로자가 기피하는 곳에 로봇을 집중 투입했다. 공장 관계자는 “근로자의 숙련도와 컨디션에 따라 차이가 나던 생산 시간과 품질이 일정해졌다”고 했다.
5G 자율운반 로봇이 600㎏ 짐 번쩍
스마트파크1이 채택한 또 하나의 첨단 기술이 디지털 트윈이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 공간 내에 생산 라인과 환경을 그대로 구현해놓고 이를 실제보다 10분 먼저 가동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쉽게 말해 ‘사고 나기 10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라는 식의 공상을 현실로 구현한 것”이라며 “10분 뒤 어디서 물류 부족 상황이 발생하는지 바로 체크해 자재를 미리 보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트윈 도입 후 불량 원인 분석 기간이 50% 단축됐고, 현장 불량률도 30%가량 줄어들었다고 한다. 또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한 라인에서 58개 냉장고 제품을 동시 생산할 수 있는 혼류 시스템을 갖췄다.
LG전자 스마트파크1는 지금도 변신 중이다. 이날 냉장고 라인 옆에는 거대한 벽이 세워져 있었는데, 벽 너머 기존 냉장고 생산 라인을 철거하는 중이라고 했다. LG전자는 2025년까지 통합 생산동을 완공하고, 창고동을 신축해 냉장고 생산 라인을 더욱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창원에 이어 해외 생산 거점에도 단계적으로 스마트 공장을 도입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장형태 기자 shap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