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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건보 5765조 적자’ 경고 숨긴채, 文케어 밀어붙였다
레이찰스
2022. 10. 6. 09:14
[단독] ‘건보 5765조 적자’ 경고 숨긴채, 文케어 밀어붙였다
건보공단, 재정전망 보고서 냈지만…
현재 건강보험료율 수준(법정 상한 최대 8%)에 변화가 없을 경우 2060년에는 건보 누적 적자가 5765조원에 달할 것이란 정부 내부 전망이 4일 공개됐다. 지난 정부 때인 2020년 이런 전망을 하고도 외부로 공개하지 않은 채, 건보 재정에 부담을 더하는 ‘문재인 케어’를 계속 이어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공개한 ‘2020~2060 건강보험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 15조원 흑자인 건보 누적 수지(수입-지출)는 2029년에 적자로 전환돼 2030년 31조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2040년 678조원, 2050년 2518조원, 2060년 5765조원으로 누적 적자가 급증한다. 이 보고서에서 가정한 2060년 명목 GDP(국내총생산) 6014조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2020~2060년 건강보험 장기재정전망
특히 건강보험료 수입 대비 정부 지원금 비율(현행 14%)을 20%로 올린다 하더라도 2060년 건보 누적 적자는 총 5479조원으로 현행 유지 시나리오(총 5765조원) 대비 286조원 경감될 뿐인 것으로 추산됐다. 또 건강보험 가입자가 최대 가정치로 늘어도 적자 경감은 219조원에 그친다. 이런 보조 수단들로는 건보 적자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반면,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수가 인상률을 기본 가정치(2022년 이후 2.37%)에서 0.5%포인트 낮추면 누적 적자가 총 4834조원으로 931조원 절감된다고 나왔다. 이는 ‘수가’ 수준과 연동될 수밖에 없는 보장성 강화(문재인 케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보고서는 국가재정법에 따른 5년 단위 절차로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작성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에는 기획재정부가 건보를 포함해 경제 등 총괄 전망을 발표한 반면, 문재인 정부(2020년 9월 발표) 때는 건보 등 4대 사회보험이 제외됐다. 건보 장기재정전망 보고서도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기재부는 건보 전망을 뺀 데 대해 ‘건보료가 고정되는 가정 하에서는 누적 적자가 과도하게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건보료 인상’이나 ‘정부 지원액 증가’ 등 실제 가능한 변수를 더 세분화해서 시나리오별로 예측해볼 필요가 있다”(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성 의원은 “2020년 재정 보고서는 ‘막대한 건보 적자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가 핵심”이라며 “당시 문재인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계속하려고 불리한 결과를 외부에 철저히 함구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2022년 건보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복지부는 ‘문재인 케어’ 홍보비만으로 총 177억원을 지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이 입수한 다른 문서에 따르면, 복지부는 2016년 당시에도 계속 추진해온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에 대해 “비용·효과성과 시급성이 낮다” “급여 전환이 어려운 비급여 항목이 다수로 실행 가능성에 문제”라고 실토한 것으로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급여화’의 한계를 미리 알고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문재인 케어’는 문 정부 임기(2017~2022년)에 30조원을 투입해 2017년 62.7%였던 건강보험 보장률(진료비 중 건강보험에서 부담해주는 금액의 비율)을 2022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정책이다. 하지만 2020년 기준 건보 보장률은 65.3%로 3년간 2.6%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최병호 전 보건사회연구원장은 “건보 지출은 공급자(의료기관)가 원하는 만큼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라며 “앞으로 5~10년 내 재정 위기가 오기 전에 적정 보험료율 수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영석 선임연구위원도 “국민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더 낼 것인지, 아니면 의료 이용의 일부 제약을 감수할 것인지 선택이 필요하다”고 했다.
선정민 기자 sunn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