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동맹,국방,보훈
[르포] "세기의 장례식, 평생 기억할 것"..전 세계 추모객들, 英 여왕과 작별
레이찰스
2022. 9. 20. 06:36
[르포] "세기의 장례식, 평생 기억할 것"..전 세계 추모객들, 英 여왕과 작별
정윤영 기자
엘리자베스 2세 英 여왕 '세기의 장례식' 종료..세계 귀빈 500명 참석
엄격한 도로 통제..일부 시민, 경찰과 실랑이도


(런던=뉴스1) 정윤영 기자 =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19일 거행된 가운데, 전 세계 추모객들이 '세기의 장례식'을 지켜보기 위해 런던에 몰려들었다.
이날 영국 정부는 추모객들이 엘리자베스 여왕의 국장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하이드파크, 버킹엄 궁 '더 몰' 옆에 위치한 그린파크, 세인트제임스 파크, 호스 가즈 퍼레이드 광장, 화이트 홀, 컨스티튜션 힐 등 8개 주요 지역에 커다란 스크린을 설치했다.
전 세계 정상 및 고위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장례식이 진행된 만큼, 정부는 도로를 엄격히 통제했다. 여왕의 장례식이 거행된 웨스트민스터 사원인근 도로는 일찍이 통제됐고 이 탓에 추모객들은 평소 도보 20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2~3시간이나 걸어서야 하이드파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추모객들은 역사에 기리 남을 국장을 지켜보기 위해서라면 이 또한 감수해야 한 다며 여왕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넸다.


영국인인 앤드류 로우(71)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독일 하노버에 살고 있는데 여왕의 서거 소식을 들으니 국장을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런던을 방문했다.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프랑스 덩케르크까지 7시간 동안 차를 타고 그곳에서 2시간 동안 배를 탄 끝에 런던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로우는 "2012년 다이아몬드 주빌리(재임 60주년) 기념식때 여왕을 만났는데, 당시 나는 지방 정부의 최고 책임자(chief executive)였고 여왕에게 스코틀랜드 정부 인사들을 소개해주는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고 말했다.
로우는 "더 가까이서 국장을 지켜보고 싶었는데 통제가 삼엄해서 그렇게할수 없던 것이 아쉽다. 어렸을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분의 여왕만 모셨는데, 나의 삶과 내가 떠나보낸 지인들을 돌이켜볼 수 있었다. 사회적으로 갈등이 많이 존재하는 이 시기에 사람들이 여왕의 서거로 통합된 분위기는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런던에 9년째 거주 중인 모니카(39)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서거는 정말 슬펐다. 70년간 즉위하지 않았는가. 조의를 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국장을 보러왔다. 나는 이탈리아인지만, 영국에서 9년 동안 살았고 어떤 측면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은 나의 여왕이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역사의 한 부분인 만큼 국장을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모니카의 지인인 일라나(39)도 "영국에 살면서 왕실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게됐다. 외국에 있었다면 왕실의 상징성과 역할, 중요성이 피부로 와닿지 않을 수 있었을 것 같다. 방금 이 곳에 편지와 함께 꽃을 놓았는데 '당신은 많은 가르침으로 모범을 보여줬고 우리는 그 가르침을 항상 마음속에 떠올리며 살아갈 것이다. 당신을 많이 그리워할 것'이라고 적었다.

키스 제프라토(67)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우리의 여왕이니 국장을 지켜보러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스페인과 프랑스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추모객들이 여왕에게 조의를 표하고자 모여 있는 것을 보니 정말 감장이 북받친다. 추모객들이 모두 모여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참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다이애나 채드위치(75)는 "한 평생 여왕을 모셨는데 왕실에 관심이 없던 나의 아들 마저 여왕의 서거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 이 곳에 와 여왕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전 7시20분에 레스터셔(잉글랜드 중부)에서 런던에 도착했다. 도로 통제 때문에 3시간동안 걸었더니 발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채드위치는 "도로도 통제됐고 공원 입구도 곳곳에서 막혀 있어 아직까지 특별히 무언가 보지는 못했다. 여왕이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싶었는데, 그 곳은 통제돼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터키) 출신인 하칸 오즈마든(24)은 "평생 단 한번 뿐일 행사를 보기 위해 왔다. 다시 이와 같은 행사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여왕의 서거 소식이 그다지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여왕이 서거 직전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를 임명할 당시 사진을 보니 여왕이 많이 쇄약해보였다. 그래서 지인에게 여왕이 머지않아 돌아가실 것 같다는 얘기를 한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영국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조의를 표하기 위해 전 세계 정상과 고위 전현직 관리들이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찾았다. 장례식에는 약 100명의 해외 정상이 추정되며 약 200개 국가 또는 지역을 대표하는 해외 귀빈 500명가량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인사들이 한 곳에 자리한 만큼 영국 정부는 거리를 엄격하게 통제했다. 그러나 거리가 통제된 지역 안에 거주하는 일부 시민들은 이날 장례식이 종료될때까지 통행이 불가하다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