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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추석 날짜
레이찰스
2022. 9. 9. 06:31
[만물상] 추석 날짜

8일 광주 서구 치평동 거리에서 개장한 상무금요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매주 금요일 상무시민로 일부 구간에서 열리는 상무금요시장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일자를 변경해 임시 개장했다. /연합뉴스
추석 선물용 배가 짙은 황색이 아니고 푸른빛이 살짝 남아 있었다. 깎아보니 역시 단맛이 떨어지고 과즙이 적어 좀 딱딱한 느낌도 들었다. 올해 유난히 추석 과일 맛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얘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추석은 예년보다 2주 정도나 빠르다. 올해 추석(10일)은 2014년 추석(9월 8일) 이후 가장 이른 추석이다. 들판의 벼도 아직 누런 빛조차 들지 않았다.
▶추석은 음력을 기준으로 쇠는 명절이라 날짜 변동 폭이 크다. 추분(9월 23일 무렵)을 전후로 빠르면 9월 8일(1976년, 2014년), 늦으면 10월 8일(1919년, 1938년)까지 올 수 있다. 윤달이 앞쪽에 가까이 있을수록 추석이 늦어지는데 올해는 그 반대여서 이른 추석을 맞은 것이다. 송편은 그해 수확한 쌀로 빚어야 제맛이라는데 올해는 어려울 것 같다.

/일러스트=박상훈
▶우리나라의 공식 역법은 양력이다. 조선 말기인 1895년 음력 11월 17일을 양력 1896년 1월 1일로 바꾸면서 그레고리력을 공식 채택했다. 그로부터 126년이 지났다. 이제 실생활에서 음력을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은 음력의 원리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 실제로 알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유독 ‘설(1월 1일)’과 ‘추석’은 음력을 쓰고 있다. 설날에 ‘오늘이 며칠이냐’고 물어보면 “1월 1일”이라고 답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추석은 한 해 농사를 끝내고 추수를 하는 것과 관계가 깊은 명절이다. 9월 10일은 추수하는 때가 아니다. 쌀 농사 추수 시기는 우리나라에서 언제나 10월 중순 전후다. 미국의 추석이 추수감사절이다. 미국은 추수감사절을 11월 넷째 목요일으로 정해 놓았다. 그때쯤이면 미국 많은 지역에서 추수가 끝난다. 매년 추수감사절은 일요일까지 4일간 연휴가 고정된다. 미국에서 보니 상당히 편리하고 합리적인 제도였다. 일본이 미국을 벤치마킹해 2000년 이른바 ‘해피먼데이’ 제도를 도입했다. 공휴일 일부를 월요일로 옮겨 토일월 3일 연휴를 만드는 것이다. 연휴는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된다.
▶우리도 미국처럼 추수 시기의 특정 요일을 추석으로 정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예컨대 ‘10월 셋째 주 목요일’로 추석을 정하면 언제나 수목금토일 5일 연휴가 고정된다. 직장이나 개인 모두 편리할 것이다. 다만 ‘추석 보름달’은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전통은 바꾸기 힘들고 우리 경우는 더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때로는 전통 고집보다 합리적인 길을 택하는 것이 좋은 경우도 있다.
김민철 논설위원 mc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