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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반대에도 서울올림픽에 소련 참가 결정… 90년엔 한·소 수교
레이찰스
2022. 9. 1. 08:11
北 반대에도 서울올림픽에 소련 참가 결정… 90년엔 한·소 수교
한국의 국제위상 높이는 데 도움

지난달 30일 별세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개혁과 개방을 강조하는 이른바 ‘신사고(新思考) 외교’를 바탕으로 한국과도 적극 협력해, 한국이 국제 무대에서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 인물로 평가된다.
한국과의 인연은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시작됐다. 1986년 소련 당국은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의 지원으로 대회 참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소련의 혈맹인 북한은 황장엽 노동당 국제 담당 비서를 모스크바로 급파, 당시 북한이 주장하던 남북한 올림픽 공동 개최가 이뤄지지 않으면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고르바초프는 그해 7월 블라디보스토크 연설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듬해 소련 선수단이 참가하며 서울 올림픽은 ‘반쪽 행사’였던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년 LA 올림픽과 달리 전 세계 160국이 참가하는 ‘동서 화해’ 올림픽으로 자리매김했다. 올림픽 개막 전날인 1988년 9월 16일 고르바초프는 “전반적인 한반도 상황의 개선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한국과 경제 관계를 수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선언했다.
고르바초프는 1990년 6월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 “김일성에게 전할 말이 있느냐”는 고르바초프 말에 노 전 대통령이 “북한의 개방을 도울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해 9월 3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양국은 수교 문서에 서명했다. 이듬해 4월 고르바초프는 소련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과 회담했다. 2006년에는 청와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한반도 평화의 조건’에 대해 대담했다.
초대 주소련 대사를 지낸 공로명 전 외무장관은 본지 전화 통화에서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페레스트로이카를 통해 공산주의 소련에 민주주의의 기운을 불어넣은 한편, 한·소 수교를 이끌어내는 등 한국과의 관계에도 새바람을 일으킨 분”이라고 회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르바초프의 딸 이리나 비르간스카야 고르바초프재단 부회장에게 보낸 조전에서 “고인은 대립과 갈등의 냉전 시대를 종식시키고 화해와 평화를 끌어낸 지도자이자 선구자”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현택 기자 soolgap@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