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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다주택 시대’ 선언? 매물 감소 부른 눈치 없는 부동산 정책
레이찰스
2022. 8. 9. 06:21
‘돈 버는 다주택 시대’ 선언? 매물 감소 부른 눈치 없는 부동산 정책
<차학봉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종부세 부과기준서 주택수 삭제, 다주택 재테크 부활 선포?
급증하던 다주택자 매물 감소세로 전환
무주택자 세입자는 고금리 이자폭탄 다주택자는 감세 폭탄 비판 자초
정부 임대 3법 개정 추진, 충분한 검토 필요
문재인 정부 실패 원인 중 하나가 주택 정책의 폭망이다. 집권 초 “집값만은 잡겠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집값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정권의 지지기반을 상실했다. 경제이론에 대한 이해가 없었고 행운도 따르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으로 ‘팬데믹 버블’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전 세계 집값이 치솟았다. 큰소리 치지 않았다면 그냥 저금리, 코로나 탓이라고 우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윤석열 정부의 주택 정책은 출발 자체가 성공을 보장한다. 실패해서도, 실패할 수도 없는 호조건이다. 일단 ‘반면교사’의 스승이 널려 있고 행운도 따른다. 문 정부가 규제정책 실패를 거듭한 끝에 깔아놓은 ‘3기 신도시’ 등 주택공급 확대 계획도 있다.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는 말로 조롱을 자초한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추진한 신도시와 GTX정책의 결실을 윤 정부는 그냥 수확만 하면 된다.

◇문 정부 26번 대책에도 못잡은 집값, 하락 시작
미국발 금리인상과 유동성 축소가 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이른바 ‘천우신조’의 시운이다. 정부가 아무 것도 안해도 집값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계 거품 순위 1,2,3위 국가로 꼽히는 뉴질랜드, 캐나다, 스웨덴은 이미 집값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급 부족으로 올해에도 16% 급등한다고 하던 미국조차도 집값 하락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도 10주 이상 하락세를 기록했다.
임대차 3법 탓에 우려됐던 8월 전세대란도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26번의 대책을 내놓으며 잡으려했던 집값이 저절로 하락하고 있다. 정부는 적절한 시기에 공급대책을 내놓고 집값 하락에 생색만 내도 박수받을 수 있다.
◇ 종부세 주택수 기준 폐지, 명분과 타이밍 적절한가
그러나 현 정부는 집값 하락을 저지하는 정책을 펴는 듯한 오해를 준다. 정부가 지난 달 내놓은 ‘2022년 세제개편안’은 다양한 분야의 세제 개편내용을 담고 있다. 꼭 필요한 내용이 대다수이다.
그러나 부동산 세제개편에 대해서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감세, 집값 하락 방지용 정책’이라고 평가한다. 공시가 3억원 상당의 농어촌 주택에 대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산정 때 주택 수로 치지 않도록 하는 등 비합리적인 세제를 개편했다. 박수 받아야할 내용이 많다.
그런데도 200쪽이 넘는 관련 자료중 유독 국민의 눈길을 사로 잡은 내용은 다주택 종부세 개편안이었다. 종부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문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는 유례가 없는 악법이다. 폐지해야 하지만 좋은 정책에도 절차, 명분, 타이밍이 있다.
세율 자체를 낮추거나 임대사업자 등록을 조건으로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식으로 우회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를 재산세로 통폐합하는 것도 방법이다. 집값 하락세가 완연해질 때를 기다려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발표할 수도 있다.
◇문 정부는 경제이론 부재, 현 정부는 국민 공감 능력 부재
“다주택, 집 팔 이유 사라졌다”, “다주택 대호재, 중과세 폐지” “다주택 전성시대” “중과세 폐지 기막힌 타이밍”
세제개편안에 대한 부동산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벌써 주택경기 부양책을 꺼낸 것으로 해석한다. ‘똘똘한 한채’에서 ‘돈 버는 여러 채’로 투자전략을 전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보유세 부담이 줄어든 만큼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의 중저가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수요가 일부 살아날 수 있다. 실제 정부 발표이후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철회하면서 수도권 아파트 매물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세제개편안 발표 전날인 7월20일 서울의 아파트 매물이 6만 4668건에서 8월 7일 6만2129건으로 급감했다. 경기도도 같은 기간 12만5312건에서 11만9385건으로 감소했다.
새 정부는 지난 5월 출범 직후 다주택자 양도세 일시적 완화 정책을 내놓았다. 보유한 다주택을 빨리 처분하라는 정책이었다. 실제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크게 늘어났고 집값 하락세에 한 몫했다.
종부세에서 다주택 기준을 삭제하기로 하자 이번에는 거꾸로 다주택자 매물이 크게 줄고 있다. 불과 서너달 사이에 새정부의 정책 방향이 바뀐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새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불리한 세제를 전반적으로 개편하기 때문에 이제 다주택을 처분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물론 다주택을 장려해야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고 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이론이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틀린 이론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정책을 쓰기에는 집값 폭등이 우리 사회에 남긴 상흔이 너무 깊고 아프다. 집값이 폭등하면서 다주택자들은 벼락부자가 됐지만, 무주택자들이 벼락거지로 전락한 것이 현실이다. 문 정부는 경제 이론을 역행, 엉뚱한 정책을 폈다. 현 정부는 국민 정서를 무시하고 경제원론에만 충실한 정책을 펴려는 것일까.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만든 사람들은 집값폭등이 우리사회에 얼마나 깊은 갈등과 상처를 남겼는지를 벌써 잊은 듯하다”면서 “현 정부가 무주택자보다 다주택자를 더 챙긴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세제개편안”이라고 말했다.
◇정책에도 명분, 포장, 타이밍 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