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방,용산이전
침실·주방… 32년만에 ‘대통령 사적 공간’ 본다
레이찰스
2022. 5. 25. 08:47
침실·주방… 32년만에 ‘대통령 사적 공간’ 본다
내일부터 청와대 관저 내부 공개

대통령실은 역대 대통령과 가족이 생활했던 청와대 관저 내부를 26일부터 일반인에게 개방하기로 하고 24일 먼저 사진을 공개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주방, 메이크업실, 드레스룸, 침실의 모습이다. /대통령실
역대 대통령과 가족이 생활한 사적(私的) 공간인 청와대 관저 내부가 26일부터 대중에 공개된다. 청와대 본관에서 직선 거리로 300m 떨어져 있는 관저 내부는 대통령의 방송 출연 등 극히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1990년 건립 이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시민들이 대통령 가족의 거실부터 주방, 침실까지 그 ‘속살’을 두루 볼 수 있게 됐다.
청와대 개방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실은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오는 26일부터 청와대 본관 실내를 개방하고, 관저 건물 내부도 공개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청와대 개방으로 이달 10일부터 관저 앞 뜰이 개방돼 인수문(관저 입구) 안쪽까지 관람이 가능해졌는데, 관저 창문을 전면 개방해 청와대를 찾는 시민들이 내부 구조와 대통령의 가구·집기류 등을 밖에서 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실내 입장 여부는 추후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청와대 관저는 노태우 정부 때인 1990년 10월 25일 건립된 것으로, 지상 2층, 지하 1층에 연면적 6093㎡ 규모다. 역대 대통령이 거주했던 국가 보안 시설인 만큼 외부에 공개된 도면은 없지만 참모들과 함께 사용하는 ‘외실’과 사적 공간인 ‘내실’ 크게 2개로 구분돼 있는 구조다. 2개의 접견실과 함께 오·만찬을 할 수 있는 대형 식당, 대통령 이발소 등을 갖추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저 자체는 약 800평(2678㎡) 규모로 대통령과 그 가족이 사용하는 사적 공간은 200평 정도”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개방 소식과 함께 대통령의 사적 공간인 ▲거실 ▲드레스룸 ▲메이크업실 ▲주방 ▲침실 등 사진 9장도 공개했다. 대통령이 외빈을 맞이하는 접견실을 보면 베이지색 카펫 위에 원목으로 된 대형 회의 테이블이 있는 구조다. 대통령 부부가 사용하는 드레스룸의 경우 하얀색 양문형 옷장을 1줄에 5개씩 2줄 배치했다. 영부인의 메이크업실은 화이트 톤으로, 화장품용 냉장고 2개를 비치해 놓은 점이 눈에 띈다. 침실 사진도 공개됐는데 “(화장실 등을 합하면) 침실 공간만 80평 정도 된다”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1998~2018년 청와대 요리사로 근무한 천상현씨는 최근 개방된 청와대를 찾아 “대통령 침실은 한 80평 정도 되는데 침대 하나밖에 없어 엄청 무섭다”라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청와대 본관 내부도 개방한다고 밝혔다. 영부인 집무실과 접견실로 쓰이던 본관 1층의 무궁화실과 인왕실, 2층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 등이다. 대통령실이 청와대 추가 개방을 발표한 것은 추진 당시 논란과 달리 관람객이 늘면서 “대중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 모습이 공개될수록 윤 대통령이 집무실 이전 추진의 명분으로 내세운 ‘소통’과 ‘탈권위’가 더 강조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본관과 관저 내부 공개를 통해 대통령이 일하던 곳과 살던 집에 대한 전 국민적 궁금증을 일제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은중 기자 emailm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