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4.1 지진 이전 ‘전진’ 3번, 이후 ‘여진’ 12회 잇따라 발생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 터널 CCTV와 괴산군 감물면의 한 민가 CCTV에 잡힌 지진순간. /KBS뉴스 유튜브
29일 오전 8시 27분쯤 충북 괴산군 북동쪽 11㎞ 지점에서 올해 한반도 발생 지진 중 최대 규모인 4.1의 지진이 발생했다. 해당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폭발하는 소리가 났다”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온라인에서는 전국에서 지진을 느꼈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진앙과 직선거리로 15㎞ 떨어진 충주시 지현동에 사는 황다연(29)씨는 “누워 있었는데 쿵쿵 소리가 나면서 집이 흔들려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며 “처음엔 큰 건물에서 불이 나서 뭔가가 폭발하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재난문자를 보고 지진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충주시 대소원면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수지(29)씨 역시 “15층에 사는데 집이 매우 많이 흔들리고 몸도 들썩이는 느낌이 들었다”며 “폭발하는 소리 같은 것도 나서 집이 무너지는 줄 알고 잠옷 바람으로 그대로 집에서 뛰쳐나왔는데 다른 주민들도 놀라 대피해있었다”고 말했다.
충북 충주시 거주하는 시민들이 29일 발생한 지진과 관련해 나눈 대화. /독자 제공
괴산군 청안면 부흥리의 한 주민은 “김장준비 때문에 총각무를 다듬고 있었는데 땅이 요동쳐 깜짝 놀랐다”며 “집에 있던 이웃들은 더 심한 진동을 느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번 지진의 진앙과 가까운 충북 괴산군 장연면 조곡리 차덕열(72) 이장은 " ‘쿵’ ‘쿵’ 두 번 정도 소리가 나더니 흔들림 보다는 위아래로 들춰지는 느낌이 잠깐 들었다”며 “면사무소 직원들과 마을을 모두 돌아봤는데 주택에 균열이 생기거나 시설물 붕괴 등의 피해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마을 뒤편 산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시설도 패널이 떨어지거나 구조물이 휘거나 한 것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 충주권지사가 29일 오전 발생한 '괴산 지진'과 관련 충주댐을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진앙과 가까운 또 다른 마을 불정면 하문리 안광석(67) 이장은 “전방 몇백 미터 앞에 포탄이 떨어지는 것처럼 ‘우르르 쾅’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몸이 들썩이는 듯한 강한 진동이 발생했다”며 “마을 주민들도 두려웠다고 할 정도였는데 마을에 전혀 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진앙과 가까운 곳에는 전형적인 산골마을인 조곡리와 감물면 구월리, 불정면 하문리 등 3개 마을이 있다. 이들 마을에는 현재까지 다행히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도와 괴산군은 이날 지진 관련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비상 1단계를 가동해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또 송인헌 괴산군수는 진앙과 가까운 마을을 직접 순회하며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송 군수는 “지진이 발생하면서 즉각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비상 1단계 가동해 지진피해 조사 및 관련 대응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혹시 모를 여진에 대비해 주민들에게 재난 방송과 문자 등을 통해 사실을 알리고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도 지진을 느꼈다는 이들의 경험담이 속속 올라왔다. 충북 음성군에 산다는 네티즌은 “지진 3번 왔고, 누워 있었는데 흔들리는 느낌이 아니었다”며 “땅이 들리면서 집을 뽑아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난 누가 밖에서 우리집을 부수나 했다”고 했다.
29일 오전 8시 27분쯤 충북 괴산군 북동쪽 11㎞ 지점에서 올해 한반도 발생 지진 중 최대 규모인 4.1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네티즌들이 경험담을 공유했다. /트위터
충북 충주시에 산다고 밝힌 네티즌 역시 “진짜 놀라서 깼다”며 “쿵쿵거리면서 침대가 흔들거렸다”고 했다. 그는 “지진 먼저 느끼고 비몽사몽해서 정신 못 차리고 있다가 재난 문자 오니까 정신이 차려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제가 지진 난 지역에 사는데 진짜 전쟁 난 줄 알았다”며 “괴산 가까이 사는 분들에게 문자 한 번씩 해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29일 오전 8시 27분쯤 충북 괴산군 북동쪽 11㎞ 지점에서 올해 한반도 발생 지진 중 최대 규모인 4.1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네티즌들이 경험담을 공유했다. /트위터
경기 중부와 서울에서도 지진을 느꼈다는 이들이 많았다. 경기 중부에 산다는 네티즌은 “가족들은 다 침대에서 자고 나만 바닥에서 자는데, 재난문자 받고 곧이어 바닥이 흔들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은) 내 뱃살 출렁인거라고, 잘못 느낀거라고 하는데 진짜다”며 “무슨 다른 집 리모델링하는 것마냥 움직임이 있었다”고 했다.
서울 지역의 네티즌들 역시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휴대전화 하고 있었는데 재난 문자 사이렌 소리 나자마자 몸이 위 아래로 흔들흔들거렸다” “방금 서울도 지진 난 거냐. 침대 흔들렸다” “방금 지진, 서울에 계신 분들 느끼셨어요?” 등의 글을 올렸다.
주말 출근길에 나섰던 한 서울 시민은 “서울 강남역에서 지하철이 정차하던 중 평소와는 다른 진동을 느꼈다. 곧바로 재난 문자가 와서 지진 발생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시민 역시 “충북 괴산에서 발생한 지진인데도 여기서도 진동이 느껴져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29일 오전 8시 27분쯤 충북 괴산군 북동쪽 11㎞ 지점에서 올해 한반도 발생 지진 중 최대 규모인 4.1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네티즌들이 경험담을 공유했다. /트위터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7분 49초에 가장 큰 규모인 4.1의 지진이 발생하기 전 3차례의 ‘전진’이 더 있었다. 오전 8시 8분 14초에 규모 1.6 지진이 있었고, 이후 8시 9분 32초에 규모 1.3의 지진이, 8시 27분 33초에는 3.5의 지진이 발생했다.
여진도 계속 발생했다. 이날 오전 10시까지 총 12회의 여진이 일어났다. 가장 큰 여진 규모는 2.9였다.
계기진도는 두 번째 지진을 기준으로 충북에서 5, 경북에서 4, 강원·경기·대전에서 3, 경남·대구·서울·세종·인천·전남·전북·충남에서 2, 광주·부산·울산·제주에서 1로 측정됐다. 계기진도는 지진계 관측값으로 산출하는 흔들림 정도로, 5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과 창문 등이 깨지기도 하며 불안정한 물체는 넘어지는 수준’을 말한다. 계기진도 4는 ‘실내 많은 사람이 느끼고 일부가 잠에서 깨며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리는 정도’다. 서울 등이 포함된 2는 ‘조용한 상태 건물 위층의 소수 사람이 흔들림을 느끼는 정도’로, 이번 지진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느껴졌을 것으로 보인다.
지진을 느꼈다는 신고는 오전 11시 기준 전국에서 168건이 접수됐다. 충북이 68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42건, 강원 21건, 서울 10건, 경북 10건, 충남 6건, 대전 4건, 대구 2건 등이었다. 경남ㆍ부산ㆍ인천ㆍ광주ㆍ세종에서도 각 1건이 있었다.
이번 지진은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올해 한반도에서는 이번까지 포함해 ‘규모 4.0 이상 5.0 미만’ 지진이 1번, ‘규모 3.0 이상 4.0 미만’이 5번, ‘규모 2.0 이상 3.0 미만’이 55번 발생했다.
이번 지진 진앙 반경 50㎞ 이내에서 1978년 이래 발생한 최대 지진은 1978년 9월 16일 규모 5.2 지진이다. 같은 구역에서 지금까지 53회의 지진이 일어났다. 직전에 발생한 지진은 지난 4월 9일 규모 2.2 지진이다.
이가영 기자 2ka0@chosun.com신정훈 기자 news172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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