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없는 풍경” 한강에서 행사 여는 글로벌 기업들
“저 분홍빛 조명으로 빛나는 건물은 뭐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 화려한 조명에 지나가던 행인 수십 명이 발길을 멈추고 서서 사진을 찍었다. 이탈리아 패션 업체 발렌티노는 이날 잠원지구 내 서울웨이브아트센터에서 자사의 신제품을 홍보하는 행사를 열었다. 초대받은 손님 500여 명은 이날 통유리창 건물에서 밤하늘에 물들어가는 한강과 도심 풍경을 즐겼다. 발렌티노 관계자는 “한강이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워낙 중요한 서울의 중심지라는 것을 외국 본사에서도 잘 알고 있어, 한강에서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발렌티노 ‘핑크’로 물든 서울웨이브아트센터 -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서울 한강에서 각종 행사를 열고 있다. 외국에선 한강을 두고 “세계 어떤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자, 서울의 가장 값진 자산”이라고 평가한다. 이탈리아 패션 업체 발렌티노는 지난 21일 한강시민공원 서울웨이브아트센터에서 자사 신제품 홍보 행사를 열었다. /발렌티노
한강이 연일 들썩이고 있다. 글로벌 패션·IT 기업들이 잇따라 서울 한강 인근에서 각종 행사를 열고 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같은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서울이 해외에서도 친숙한 도시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최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제돼 한강 근처와 야외 공원에서 각종 행사를 개최하는 업체들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 넷플릭스 발렌티노 등 글로벌 기업 신제품 홍보, VIP 고객 이벤트 등 한강에서 행사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만든 인공지능 회사 팔라(PALA)는 지난달 말 자사의 NFT(대체 불가 토큰) 캐릭터를 홍보하기 위해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손님 1000여 명을 초대한 행사를 열었다. 외국인 투자자도 수십 명이 참석했다. 행사를 주최한 김수림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평소 노을에 물든 한강의 모습을 볼 때마다 ‘이건 전 세계 어떤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라고 여겼다”면서 “외국인 손님에게도 한강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행사 장소를 이곳으로 골랐다”고 말했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만든 인공지능 회사 팔라(PALA)는 지난달 말 자사의 NFT(대체 불가 토큰) 프로젝트 알랍(ALAP)을 홍보하기 위해 서울웨이브아트센터에서 손님 1000여 명을 초대한 행사를 열었다. /팔라(PALA)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만든 인공지능 회사 팔라(PALA)는 지난달 말 자사의 NFT(대체 불가 토큰) 프로젝트 알랍(ALAP)을 홍보하기 위해 서울웨이브아트센터에서 손님 1000여 명을 초대한 행사를 열었다. 손님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는 모습. /팔라(PALA)
행사를 개최하는 업체들은 한강에서 행사를 열면 거창한 인테리어 설치물이나 특수 장비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는다. 시시각각으로 표정이 달라지는 한강의 모습만으로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패션 업체 까르띠에도 다음 달 6일 한강시민공원 서울웨이브아트센터에서 행사를 개최한다. 최근 서울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새로 재단장한 것을 기념하는 행사다. 까르띠에 관계자는 “한강의 밤 풍경이 근사한 배경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강을 한류 이벤트의 장(場)으로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종이의 집’ 한국판 홍보를 위해 드라마 속 강도처럼 옷을 입은 시청자들과 한강 잠수교를 뛰는 행사를 벌였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영화를 좋아하는 해외 팬들에게 한강은 이미 친숙한 곳”이라고 말했다.
◇실외 마스크 해제에 더 쏠린다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지난 24~25일 한강 유람선 이랜드 크루즈 이용객은 7000명으로 전년보다 2.5배 늘었다. /이랜드그룹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문을 연 한강달빛야시장에는 매일 4만~5만명씩 사람이 몰리고 있다. /뉴스1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문을 연 한강달빛야시장에는 매일 4만~5만명씩 사람이 몰리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은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치맥(치킨+맥주)’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주말 야경(夜景)을 즐기려 한강 유람선에 올라타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지난 24~25일 한강 유람선 이랜드 크루즈 이용객은 7000명으로 전년보다 2.5배 늘었다.
지난 26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돼 한강에서 행사를 여는 업체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다음 달 8일 여의도 63빌딩 앞 한강공원 일대에서 세계불꽃축제를 개최한다. 행사 당일 인근 서울 특급 호텔 숙박은 이미 예약이 모두 들어찼다. 서울드래곤시티호텔 관계자는 “한강이 잘 보이는 고층 객실 300개를 불꽃축제 패키지 상품으로 내놨는데 일주일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노들섬에서 여는 뮤직페스티벌, 워커힐호텔앤리조트가 여는 ‘와인 축제’도 다음 달 줄줄이 한강 인근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