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또' 5000만원 화끈한 기부…21C 첫 우승 뒷이야기[봉황대기]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목동, 고봉준 기자] “안 그래도 며칠 전 연락이 왔더라고요. 후배들 보고 싶다면서.”
부산고를 이끄는 박계원(52) 감독은 1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0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강릉고와 결승전을 1-0 승리로 이끈 뒤 숨은 이야기 하나를 꺼냈다. 바로 부산고가 낳은 전설 추신수(40)와 관련된 일화였다.
박 감독은 “얼마 전 추신수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후배들을 보고 싶다면서 마침 사직구장에서 경기가 있는 14일 잠시 학교를 들를 수 있는지 물어보더라”면서 “그런데 우리가 오늘 서울에서 결승전을 치른 뒤 내일(14일) 오후에야 내려가는 일정을 잡은 터라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게 됐다. 그래서 아쉽지만 만남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고 말했다.
프로야구가 태동한 1982년 태어나 수영초와 부산중을 거쳐 1998년 부산고로 입학한 추신수는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선수로 평가받는다.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제1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끈 뒤 시애틀 매리너스와 전격 계약을 통해 미국 진출을 확정한 추신수. 데뷔 초반에는 마이너리그에서 오랜 기간 고생했지만,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신시내티 레즈 그리고 텍사스 레인저스를 거치며 20년 동안 메이저리그 대표 외야수로서 활약했고, 지난해 SSG 랜더스 창단과 발맞춰 KBO리그로 데뷔해 여전한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추신수의 진가는 그라운드 안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구장 밖에서도 모범적인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후배들을 위한 아낌없는 지원이다.
추신수는 지난해 SSG와 연봉 27억 원의 계약서 도장을 찍으면서 10억 원을 사회공헌활동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6억 원을 모교로 전달하기로 했고, 1억 원을 수영초, 2억 원을 부산중, 3억 원을 부산고로 각각 기부했다.
3억 원이라는 큰 액수를 전달받은 부산고는 이 기부금을 열악한 훈련 환경 개선을 위해 쓰기로 했다. 먼저 운동장 왼쪽의 오래된 불펜 자리로 길이 45m, 폭 20m 규모의 실내훈련장을 신설했고, 또 야간훈련 때 사용하던 기존 조명탑이 빛 번짐 문제로 계속해 민원이 제기되는 점을 고려해 신형 LED 전구를 설치했다.
추신수를 비롯해 양상문과 김민호, 박동희, 마해영, 염종석, 손민한, 진갑용, 주형광, 박한이, 정근우, 장원준, 손아섭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배출한 한국야구의 대표 명문 부산고. 그러나 최근 행보는 부산고라는 이름과는 걸맞지 않았다. 마지막 전국대회 우승은 추신수와 정근우가 함께 활약하던 2000년 대통령배. 또, 최근에는 특급 스타들을 배출하지 못하면서 ‘지역 라이벌’ 경남고와 자존심 싸움에서도 밀렸다.
그러나 부산고는 이번 봉황대기를 통해 오랜 우승 침묵을 깼다. 특히 21세기 첫 번째 정상 등극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남다르다.
부산고 1~2학년이던 1985~1986년 봉황대기 우승을 경험한 뒤 지도자로서 다시 정상 공기를 맛본 박계원 감독은 “우승의 공은 당연히 선수들에게 있다. 힘들었던 동계훈련부터 열심히 뛰어줬고, 이번 봉황대기에서도 100% 이상의 실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이어 “추신수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받은 기부금으로 훈련 환경을 개선해 선수들이 비가 오는 날에도 실내훈련장에서 운동할 수 있었고, 야간훈련도 마음 편히 진행하면서 실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이렇게 후배에게도 우승의 공을 돌리던 사령탑은 따뜻한 이야기를 하나 더 전했다.
박 감독은 “사실 추신수가 지난달에도 5000만 원을 장학금 형태로 모교로 전달해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부산중과 수영초에도 각각 4000만 원과 3000만 원을 기부했다고 하더라. 선배 그리고 같은 야구인으로서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추신수의 이러한 선행이 큰 귀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물론 과거에도 대형 스타들의 통 큰 기부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후배들에게 용품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FA나 다년 계약을 통해 연봉이 수십억 원까지 오르면서 이전에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개인 차원의 큰 규모 후원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이 선행을 맨 앞에서 몸소 이끄는 추신수는 깊은 마음 씀씀이로 큰 울림을 줬고, 이를 받은 부산고는 추신수 시대 이후 첫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열매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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