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가 쏘아올린 꼬마위성, 지상과 통신 성공
조선대 개발 큐브위성, 양방향 교신은 계속 시도 중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우주로 진입시킨 꼬마위성(큐브 위성)이 지상과 통신에 성공했다. 우리나라가 큐브 위성 우주 진입 기술까지 확보해 국내 큐브 위성 개발과 활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조선대의 초소형 위성인 큐브 위성 ‘스텝큐브랩-2′가 30일 새벽 지상에 보낸 첫 신호를 수신했다”고 30일 밝혔다.
◇군용 적외선 카메라로 백두산 분화 감시
대전에 있는 조선대 지상국은 30일 새벽 3시48분 위성과 첫 교신을 했다. 이때는 지상국이 큐브 위성이 보낸 신호를 수신했다. 큐브 위성이 보낸 상태정보에는 위성의 모드, 자세, GPS 상태, 배터리 모드, 배터리 전압 정보가 포함됐다.
큐브 위성과의 통신 상태는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당초 목표로 했던 우리나라 상공 비행시 20회의 반복 수신중 2회만 수신했다. 양방향 교신도 시도됐지만 성사되지는 못했다고 과기정통부는 밝혔다. 다음 교신 예정시간인 30일 오후 3시 48분, 5시 26분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위성에서 상태정보를 수신하는 동시에 지상국에서 위성으로 명령도 보낼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큐브 위성의 사출영상으로 볼 때 이렇게 상태정보가 일부 횟수만 수신된 이유는 위성의 자세가 현재 빠르게 회전(텀블링)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완전한 양방향 교신을 위해서는 자세 안정화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누리호가 고도 700㎞ 궤도에 진입시킨 성능 검증 위성은 지난 29일 오후 4시 50분 스텝큐브랩-2를 우주로 진입시켰다. 성능 검증 위성은 발사관 뒷 편에 있는 스프링으로 큐브 위성을 밀어 사출했다. 대전 항우연 지상국은 30일 새벽 4시에 성능 검증 위성에 장착된 카메라가 사출 당시 모습을 찍은 영상을 수신했다.
큐브 위성은 기본 단위가 가로·세로·높이가 각 10㎝이다. 누리호에 실린 큐브 위성들은 정육면체인 기본 단위를 3~6개 연결한 막대 형태다. 조선대의 큐브 위성은 기본 단위를 6개 붙인 형태로 무게가 9.6kg이다.
누리호에 탑재된 큐브위성을 개발한 오현웅 조선대학교 스마트이동체융합시스템공학부 교수 연구팀./조선대
스텝큐브랩-2 큐브 위성은 오현웅 조선대 스마트이동체융합시스템공학부 교수 연구진이 개발했다. 지난 2019년 항우연이 주최한 제4회 큐브 위성 경연대회에서 수상해 이번 발사 기회를 얻었다. 당시 다른 대학팀과 달리 한화시스템, 솔탑, 뷰웍스, 에델테크, 캠틱종합기술원, 이엘엠, 엠아이디, 세종대 등 기업과 대학 8곳과 협력해 큐브 위성을 개발했다.
조선대가 전체 시스템 통합을 맡고 각 기관이 탑재체를 개발했다. 한화시스템은 군에서 쓰는 장적외선 카메라를 개조해 위성에 탑재했다. 의료 영상 전문기업인 뷰웍스는 광학카메라를 큐브 위성에 실었다. 조선대는 큐브 위성의 적외선 카메라로 백두산의 열 변화를 추적하면 분화 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조선대는 앞서 2018년 스텝큐브랩-1호를 발사해 지상과 교신은 성공했지만 위성이 명령에 따라 동작하지는 못했다.
◇크기 작지만 미세먼지 관측하고 지상 촬영
성능 검증 위성은 이어 이틀 간격으로 다음달 5일까지 카이스트와 서울대, 연세대의 큐브 위성도 각각 분리한다. 큐브 위성 발사 시 발생할 수 있는 진동이나 회전 현상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틀 간격으로 사출이 이뤄진다. 김기석 과기정통부 우주기술과장은 “큐브 위성이 성능 검증 위성에서 떨어져 나가면 위성의 무게 중심에 변화가 생긴다”면서 “변화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사출관에서 튕겨주듯이 위성을 분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누리호 발사로 국내 큐브 위성 개발과 활용에 큰 발전이 기대된다. 큐브 위성은 원래 교육용으로 개발됐지만 최근 전자공학 기술 발전 덕분에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과거 상용 위성이 하던 임무를 수행할 만큼의 고성능을 자랑한다. 게다가 개발에서 발사까지 비용은 대형 위성의 1000분의 1인 3억 원에 불과하다. 방효충 KAIST 교수는 “후발 주자인 한국이 글로벌 우주시장에 진출하는 데 큐브위성이 저비용 지렛대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KAIST는 국내 최초로 큐브 위성으로 지상 촬영과 전송을 시도한다. 국산 큐브 위성은 대형 기상환경위성이 하던 임무에도 도전한다. 연세대는 큐브 위성으로 미세먼지를 관측한다. 이 정보는 무게가 1000배인 천리안2B 위성이 관측한 미세먼지 관측정보를 보정하는 데 활용된다. 서울대의 큐브 위성은 위성위치확인용으로 발사하는 전파가 대기에 굴절되는 현상을 이용해 날씨와 지진해일을 예측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특히 이번에 큐브 위성 여러 기를 잇따라 우주에 진입시키는 사출 기술도 확보해 큐브 위성 활용도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우주 선진국들은 이미 국제우주정거장과 우주발사체에서 이 같은 큐브 위성 사출 기술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