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순방때 입고 반납… 샤넬이 다시 국내 기증”
한글박물관 “기증된 재킷, 金여사 입었던 옷 아니다”
샤넬 “3년뒤 한국서 요청… 다시 만들어줬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프랑스 방문 당시 입었던 샤넬 한글 재킷(왼쪽)과 작년 11월부터 인천공항에 전시되기 시작한 재킷(오른쪽). 왼쪽 사진의 붉은 실선 부분이 단추구멍으로, 옷을 여몄을 때 오른쪽 사진처럼 둥근 단추가 들어오는 자리다. 해당 지점을 기준으로 윗 부분 무늬를 보면, 두 옷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연합뉴스·인천=최훈민 기자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프랑스 순방에서 입었던 샤넬 재킷에 대해, 청와대는 ‘입은 뒤 반납해 최종적으론 국내 박물관에 기증·전시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 여사가 입었던 옷과 박물관에 전시된 옷은 ‘서로 다른 옷’인 것으로 5일 조선닷컴 취재 결과 확인됐다. 김 여사가 해당 옷을 입은지 3년여가 흐른 시점, 옷값 출처 논란이 소송으로 번진 가운데 한국 측으로부터 해당 옷을 기증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다시 만들어 기증했다는 게 샤넬 측 설명이었다.
靑 “빌려 입은 뒤 반납, 국내에 기증돼 전시 중”
논란의 재킷은 김 여사가 2018년 10월 문 대통령과 함께 프랑스를 국빈방문했을 당시 입었던 재킷이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한글을 수놓은 원단을 이용해 직접 제작한 옷으로 알려졌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0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샤넬 한글 재킷을 입은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와 모나리자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년여가 지난 올해 3월, 이 옷을 비롯한 김 여사의 수백점 의류·장신구 구매 자금 출처 논란이 불거졌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해당 재킷에 대해 “샤넬에서 여사님께 한글이 새겨진 의복을 대여해 줬다. 대여이기 때문에 당연히 반납했고, 그 이후에 샤넬 측에서 우리의 국립한글박물관에 기증해 지금 전시하고 있다”고 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옷을 빌려 입고 다시 샤넬에 돌려줬더니 (샤넬 측에서) ‘한글로 디자인 돼 의미가 크니 한국에 기증하겠다’고 해 우리나라로 기증됐고, 그게 지금 인천공항에 아마 전시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가 입은 옷이 전시됐고, 기증 자체도 ‘샤넬의 자발적 의사’였다는 얘기였다.
한글박물관 ”기증된 건 金여사 입었던 재킷 아니었다”
조선닷컴 취재 결과는 청와대 해명과 달랐다. 우선 옷이 달랐다. 두 옷은 모두 허리 부분에 애나멜 띠가 부착돼 있었지만, 그 띠의 단추 구멍을 기준으로 그 윗부분에 새겨진 한글 패턴이 서로 완전히 달랐다. 또 옷의 겨드랑이선이 끝나는 지점의 한글 패턴도 달랐다.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0월 프랑스 방문 때 입었던 샤넬 재킷(왼쪽)과 작년 11월부터 인천공항에 전시 중인 샤넬 재킷(오른쪽). 왼쪽 옷은 '겨드랑이 선'이 끝나는 지점에 한글 패턴 없어 어두운 색이지만, 오른쪽 옷은 같은 지점에 흰색의 한글 패턴이 있다. /연합뉴스·인천=최훈민 기자
조선닷컴은 두 장의 서로 다른 사진을 국립한글박물관 측에 제시했고, 박물관 측은 사실을 인정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논란이 있어서 우리도 확인해봤는데, 기증된 것은 김 여사가 착용했던 재킷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취재 결과를 샤넬코리아 측에 제시하자, 샤넬코리아도 “사실 박물관에 전시된 것은 김 여사가 입었던 옷이 아니라, 나중에 한국에서 요청이 와서 ‘다시 제작한 옷’”이라고 했다.
문체부 “靑이 샤넬 연락처 주며 기증 추진 시켰다”
김 여사가 재킷을 입었던 건 2018년 10월의 일이고, 기증이 이뤄진 건 그로부터 37개월이 지난 지난해 11월이었다.
청와대와 샤넬코리아는 똑같이 “프랑스 순방때 입었던 옷은 그 직후 반납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37개월이 지나서야 기증이 이뤄졌을까.
박물관 관계자는 “작년 5월쯤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정책과로부터 ‘샤넬이 재킷을 기증하고 싶어한다’는 전달을 받고 일을 진행했다”며 “자세한 건 문체부에 물어 보라”고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2018년 프랑스 순방 당시 샤넬 옷 대여에 관여했던 청와대 문화비서관실 인사가 샤넬 담당자 연락처를 주면서 ‘샤넬을 박물관과 연결해주라’고 지시해 거기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샤넬 “기증된 옷은 한국 요청받아 ‘다시 만든’ 옷”
이러한 정부 측 주장은 샤넬 설명과는 반대다. 샤넬 측은 기증이 ‘한국 정부의 기증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자발적 의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앞선 2018년, 청와대는 시민단체 ‘한국납세자연맹’으로부터 김 여사 옷값 출처와 특활비 사용 내역 등을 공개하라는 소송을 당했다. 이 소송에서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국방·외교관계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돼 있어 국가 중대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다. 하지만 법원은 올해 2월 “국가 이익을 해할 우려나 공무 집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없다”며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샤넬재킷 기증이 이뤄진 시기는 이 소송이 결말로 향해가던 때였다.
조선닷컴은 샤넬과 청와대에 ‘이미 반납한 옷을 기증하는데, 왜 다시 만들어야 했는지‘에 관한 정확한 경위를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김 여사가 원래 입었던 옷은 어디로 갔을까.
패션업계 관계자는 “아나운서나 기상캐스터 등에게 의상 협찬을 할 때는 착용자 체구가 대부분 크지 않은 데다, 옷의 전면부만 화면에 노출되면 되기 때문에, 업체가 보유한 샘플 옷의 뒷부분을 착용자 신체 사이즈에 맞게 핀으로 조정해서 빌려준 뒤 돌려받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엔 처음부터 그 사람을 위한 옷을 따로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옷은 돌려받아봤자 업체 입장에선 그다지 쓸 데가 없다”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chosun.com최혜승 기자 hsc@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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