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방역패스 거센 반발, 정부 "1~3개월 연기 검토"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방역패스 및 청소년 백신접종 반대 기자회견에서 한 어린이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만 12~17세 소아ㆍ청소년에 대한 ‘방역패스(접종증명ㆍ음성확인제)’ 적용 시기를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당초 내년 2월1일부터 초등학교 6학년생~고등학교 2학년생이 학원ㆍ독서실ㆍ스터디카페 등에 들어가려면 방역패스를 소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ㆍ학생들이 ‘사실상 접종 의무화’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자 조정에 나선 것이다.
13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12~17세 접종 시기를 고려해 청소년 방역패스 도입 시기를 한 달~3개월까지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방역패스는 미접종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취지이지 강제로 접종하자는 것이 아니라서 취지에 맞게 조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짧게는 내년 3월, 길게는 내년 5월까지 적용 시점이 연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방역패스 적용 시기를 미루는 안 외에도 연령대별로 나눠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방안,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학원에 한해 거리두기를 완화해주는 방안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저녁 KBS1TV '긴급진단 : 유은혜 정은경에게 묻는다. 코로나19 해법은?'에 출연해 "내년 2월 1일 적용을 발표했으나 학원 등 여러 현장 의견이 있기 때문에 남은 기간 현장 소통을 강화하고 긴밀하게 의견을 청취하면서 방역패스 적용의 시기, 범위를 충분히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원에 대해서도 검토가 가능한지 질문에 "학생 감염경로를 분석해보면 학원을 통한 감염이 꽤 많이 있었다"며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그 시기에 전체적인 상황이 진단돼야 하겠지만, 어디서부터 적용하고 과태료 부과 등을 언제부터 적용할지 학원을 포함해서 논의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청소년 방역패스의 적용 대상 시설을 조정하거나 적용 시기를 미룰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이날 저녁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청소년 방역패스 2월부터 적용, 예정대로 계속 진행하느냐’는 질문에 “그간 많은 우려를 말씀해주셔서 저희들이 교육부 등과 한 번 논의를 해서 다른 방법들이 있는지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라며 “유예기간을 늘린다든지 이런 부분까지도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방역 당국이 12~17세 방역패스 적용 시점 연기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그간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 시점을 미루자는 주장에 대해 ‘2월 1일보다 늦출 필요는 없다’고 일축해왔다.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에서 직원이 방역패스 관련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최근 학부모와 학생 반발이 극심해지면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국학부모단체연합과 함께하는사교육연합 등 60여 개 단체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소년 방역패스는 학부모의 자녀 양육권과 청소년의 학습권,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방침”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청소년ㆍ학부모 관련 단체 등이 청소년 방역패스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방역패스 효력정지 가처분을 헌법재판소에 신청했다.
여기에 더해 이날 교육부가 코로나19 예방접종 집중 지원 주간 첫날을 맞아 주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감염병ㆍ방역 전문가들도 청소년 방역패스 시기 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소아 중증환자 증가와 사망 사례 발생 등 최근 상황을 전하며 학생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방역패스에 대해서는 “설득이 더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폈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장인 최은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9월 이후 소아 코로나19 발생이 매우 많아져 접종 필요성이 상당히 높아졌다”면서도 “아이들에게 필수시설인 학교ㆍ학원에도 방역 패스를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성인 방역패스는 이미 접종률 90% 이상인 상태에서 안전망 개념으로 도입됐지만, 청소년은 접종률 제고의 목적이 있으므로 다른 정책적 대안이 제공되는지 생각해야 한다”라며 “국민에 지속해서 설명하고 데이터를 제공해 안심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접종)원칙을 살려야겠지만, 현장 적용에 반발이 심하다면 연기, 조정 같은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은 전문가와 학생·학부모 의견 수렴을 거쳐 조만간 최종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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